차세대 치료제(The next generation therapy)는
질환의 증상이 아닌 근본적 원인을 고치는 의약품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유전자의 교정, 발현, 그리고 재생 등에 관여하는 치료제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유전자 가위 기술이 적용된 치료제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 소속 Amit Agarwal 컨설턴트는 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강당에서 열린 'Opportunities in Next
Generation Therapies’ 세미나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Agarwal 컨설턴트는 “차세대
치료제는 유전자 발현 변경(modify gene epxpression), 유전자 교정(gene correction), 재생의료(regenerative
medicine) 등에 관여하는 의약품이 될 것”이라며 “이런
치료제는 빅파마보다는 연구기관 혹은 바이오벤처에
의해 개발될 확률이 높다”고 풀이했다.
Agarwal 컨설턴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상용화된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2003년 Gendicine(제약사:Shenzhen SiBiono GeneTech)을 시작으로 2015년
Imlygic(암젠), 2016년 Strimvelis(GSK), 2017년 Kymria(노바티스), Yescarta(Kite Pharma), 그리고 2018년 Luxturna(Spark), Alofisel(다케다), Onpattro(Alnylam)
등 모두 13개에 이른다.
Agarwal 컨설턴트는 “2024년까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은 모두 48개”라며 “세포∙유전자 치료제 글로벌 시장은 2019년
기준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에서 2024년 90억달러(약 10조2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빅파마의 바이오벤처 인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를테면
노바티스는 척수성근위축 치료제를 개발중인 Avexis을 87억
달러에 인수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Kite pharma를
110억 달러(약 12억5000억원)에 사들였고, 세엘진도
CAR-T 세포치료제를 개발중인 주노 테라퓨틱스를 90억 달러에
인수했다. 세엘진은 올해 초 옵디보∙여보이 등 면역항암제를 보유한 BMS에 합병됐다.
Agarwal 컨설턴트는 “지난
3년간 빅파마가 바이오벤처 인수에 사용한 총액은 1000억
달러(약 114조원)에
이른다”며 “이는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잠재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벤처의 빅파마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기술수출 총액은 2015년 20억 달러, 2016년 6억
달러, 2017년 10억 달러, 2018년 9억 달러 등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주요 계약을 살펴보면, 존슨앤존슨은 2017년 말 중국 레전드바이오텍에 3억5000만 달러(약 4000억원)의 확정계약금(upfront payment)을 지급하고 LCAR-B38M(CAR-T 세포치료제) 개발과 상용화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Agarwal 컨설턴트에 따르면 유전자 가위는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편집 또는 삽입해 근원적 치료를 위해 돕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유전질환뿐만 아니라 암, 감염증, 대사이상질환, 자가면역 질환 등의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1세대 ZFNs,
2세대 TALENs, 3세대 CRISPR(크리스퍼)/Cas9 순으로 진보했다. ZFNs은 미국의 Sangamo Therapeutics에 의해 상용화돼 HIV, 혈우병
치료제 개발에 활용됐다. TALENs은 돌연변이를 유도해 질병모델 세포주를 만드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3세대 유전자 가위기술의 경우 이전 세대보다 정교하고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유전자 가위기술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선 다국적 제약사의 연구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미국의 Intellia Therapeutics는 노바티스로부터 1500만 달러(약 170억원)를 투자 받았고, 스위스의 CRISPR Therapeutics는 바이엘로부터 3억 유로(약 3800억원)를 지원 받았다. 국내에는 툴젠, 엠젠플러스 등이 유전자 가위기술 분야 선두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Market and Market은 유전자 가위기술의 생명공학 및 제약 응용분야 세계시장이 2014년 18억 달러(약 2조원)에서 2019년 35억 달러(약 4조원)로 연평균 13.75%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Agarwal 컨설턴트는 "다만 이 기술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중국에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해 특정 유전자가 편집된 쌍둥이가 태어나 과학윤리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CRISPR Therapeutics, Intellia Therapeutics 등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은 현 시점에서는큰 수익을 올리고 있지 못하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