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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응급의학과 80%는 번아웃, 암울한 미래에 조기 은퇴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 2035년까지 두 배 이상 돼야

과중한 업무 · 야간 당직 등에 대한 부담으로 많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탈진하고 있다. 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비보를 접한 국민 대다수는 과로가 일상화된 응급의학의 미래를 우려하며 적정 인력을 확보해 현장 안전을 도모할 것을 주문한다. 

전문가는 응급의학과의 어두운 전망을 제시하며 최소 16명 이상을 확보해야만 24시간 응급실 운영이 가능한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응급의학회(AAEM)가 제시하는 2.5PPH의 기준을 전면으로 반박하며 적정 인력 · 근무 강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23일 오전 10시 안중근의사기념관 강당에서 열린 '제3회 응급의학전문의 취업박람회'에서 고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이형민 교수가 '2035년 응급의학의 미래' 주제로 발제했다. 



◆ "지금 현 상황 유지 시 2035년 우리나라 응급의학과는 망할 것"

이 교수는 "2035년에는 4,000번째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태어나는 해이며, 은퇴자와 새내기 전문의가 거의 동수를 유지하면서 증가 속도가 둔화하는 시점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실제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2019년 기준 2천 명을 돌파한 상태로, 오는 2026년에는 3천 명, 2035년에는 4천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응급의학과 전문의 총조사에 따르면, 본인이 생각하는 은퇴 시기는 58.5세이며 탈진(Burn out), 건강 · 나이, 야간 당직에 대한 부담, 가족과의 시간 등이 은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탈진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80% 이상이 경험하는 증상으로, 조기 은퇴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응급의학과가 힘든 이유로는 야간 당직이 1위이며, 그 뒤를 이어 힘든 업무 · 과도한 근무시간 · 과도한 진료 외 업무량 순으로 나타났다. 야간 당직은 수면 리듬을 파괴하고 호르몬 불균형 · 면역 저하 · 피로 누적을 야기하여 △심장 질환 △암 △정신 질환 △비만 · 당뇨병 등 각종 질환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이 교수는 이 상태가 유지될 경우 응급의학과 장래가 밝지 않다고 판단하여 응급의료기관이 보유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가 2035년까지 두 배로 증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 JKSEM 저널에서는 2015년까지 1,500~2,200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이를 근거로 보건복지부는 2013~2017년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하여 필요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를 1,848~3,600명으로 추계했다. 그러나 동 수치는 주 40시간 · 2.5PPH(Patient Per Hour, 시간당 환자 수) · 47주 모두 응급실에서 풀 타임(Full Time)으로 근무하는 기준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오류를 반영해 다시 계산해보면 총 4,715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교수는 "피로로 인해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저해하지 않도록 제정된 연방항공법에 의거하여 우리나라 비행기 조종사의 최대 승무시간 · 비행근무시간은 기장 혼자서 근무할 경우 최대 8시간 · 13시간이다. 365일 24시간 비행하는 비행기는 혼자서 근무할 경우 최소 9명, 부기장과 함께 근무한다면 최소 20명이 필요하다. 이는 병원과 같다. 그러나 응급실은 비행기 조종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집중력 · 난도가 요구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비행기 조종사의 두 배 정도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수준의 의료를 제공할 것인지 △몇 시간 일할 것인지 △어떻게 일할 것인지에 따라 적정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를 계산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전공의 정원이 가장 중요하다. 2017년 기준 95개 병원이 220명을 신청하여 총 87개 병원에서 164명을 승인했다. 즉, 원하는 곳은 많으나 정원은 부족하다. 응급의학과의 인기는 내적 가치 증가 때문이 아니다. 전문의를 구하기 어려운 까닭에 일시적으로 수요 우위에 있으며, 이 거품은 언제든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시간당 급여는 2010년 5만 원에서 7만 원 수준으로 40% 이상 증가했으나 만족도는 오히려 10% 감소했다. 배출된 전문의 중 응급실 근무를 하는 인원은 80%뿐이며, 나머지는 개업 또는 교육 · 행정, 기타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공급에서 은퇴를 감산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100% 모두 전문의로 활동한다고 가정할 경우 2035년 이후 약 3,500~4,200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모두가 65세까지 일할 수 있을지 △65세와 35세가 동일 강도로 근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모두가 응급센터에서만 일하는지 등이 고려돼야 한다. 

이 교수는 "현장의 전문의 수는 당연히 이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무엇이 전문의 진료인지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모든 환자를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봐야 하는지 △향후 몇 명을 더 뽑아야 하는지를 반문했다.

이 교수는 "많은 전공의가 수련 내내 당직만 선다. 응급의학과는 환자를 보고 배우는 과라고 스텝들이 얘기하는데 그건 교육이 아닌 당직이다. 전공의 50% 이상이 다시는 응급의학과를 안 할 거라고 말한다. 이는 분명한 문제가 있다."며, "모든 응급환자를 전문의가 봐야 할까? 일반의 · 전공의 · 타과 전문의 ·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보는 응급환자가 어떻게 다른지 우리 스스로 확인하고 설명 ·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PPH · RVU, 정확한 업무 분량 · 가치로 다시 계량화해야 

RVU(Relative Value Unit, 상대가치 척도)는 보상을 위한 개념으로, 미국에서는 1Unit당 6~7달러 정도를 책정한다. 이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실에서 1시간에 2명의 환자를 보는 업무 강도로 24시간 평균 1Unit을 2PPH라고 가정하면, 외래진료 1시간에 8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똑같은 1Unit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시간에 외래에서 8명을 보는 것과 응급실에서 2명을 보는 것이 동일한 강도다. 중증외상 · CPR(심폐소생술) 환자의 경우 0.5PPH로, 4Unit이 된다. 0.5PPH는 CPR 환자 1명을 시작부터 끝까지 보는 2시간의 업무 분량이다."라면서, "병원 고객만족 QI 회의에 1시간 참석하면 0.5Unit이 된다. 의과대학 블록 강의도 마찬가지로 1시간 0.5Unit이다."라고 말했다.

△1시간 봉합은 몇 Unit인지 △장거리 회의 참석은 몇 Unit인지 등은 애매한 문제로, 이러한 부분이 정확하게 계량화돼야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과연 몇 유닛의 일을 하는지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2019년도 응급의료기관 평가 기준집에서는 '미국 응급의학회(AAEM)에서는 PPH를 2.5명 이내로 권고, 캐나다 응급의학전문의협회에서는 연간 5천 명 이내를 권고'라는 내용을 2.5PPH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를 이 교수는 "2.5PPH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AAEM의 개념은 2.5PPH까지 괜찮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잘못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의 ACEP(American College of Emergency Physicians)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매우 부족하다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ACEP에서는 평균 2.0PPH 이하로 유지하고, 80% 이상은 1.4~2.6PPH를 벗어나지 말아야 하며, 2.1PPH를 초과할 경우 추가 인력 계획을 마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RCEM(The Royal College of Emergency Medicine)에서는 응급실마다 최소 10명 이상의 전문의를 두고 하루 16시간 이상 현장을 지휘하며, 나머지는 자면서 온콜(On-Call)을 받는 기준을 제시한다.

을지대병원 사례를 살펴보면, 평일 새벽에는 환자가 줄다가 오후 3시를 기점으로 환자가 증가하여 밤 11~12시에 정점에 도달한다. 토요일은 오후 6시부터 자정, 일요일은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난다. 이 교수는 "을지대병원에서는 1년 365일 2PPH를 초과하기 때문에 일주일을 164시간이 아닌 256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 결국 8.5명 이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EVU(Education VU, 교육 상대가치 척도)도 마찬가지다. 1시간 교육을 위해서는 1시간을 준비해야 하며, 원외 교육의 경우 이동 시간이 필요하다. RCEM에서는 '전공의와 함께 응급환자를 진료하면 2~2.5배 시간이 더 걸린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시간이 부족하고 환자가 많기 때문에 전공의와 전문의가 따로 진료한다. 그래야만 빨리 처리할 수 있다. 같이 보려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이러한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응급의학과는 행정적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aRVU(Admin RVU, 행정 상대가치 척도) 개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연간 환자 3만 명 이상의 수련병원인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전공의가 4명 있다고 가정할 경우 △진료 가치를 고려하면 12~14명 △교육 가치를 고려하면 4.5~4.7명 △행정 가치를 고려하면 1.5명의 전문의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최소 19~22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전문의가 4명이 있을 때는 12시간만 일해야 한다. 주당 18시간 일하면서 연간 1천 명 정도만 봐야 한다. 8명이 있을 때는 12시간 이상으로 좀 더 해도 된다. 20시간을 일하고 1,500명을 봐야 한다. 16명이 있어야만 24시간 할 수 있다. 16명이 안 되면 24시간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