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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우진 남원시 의사협회장 "필수의료 정상화 화두 삼아야" (1)

"근무 연속성 보장 · 직원 처우 개선으로 지역사회 의료 문제 해소해야"

부실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서남대 의대가 지난해 폐교하면서 전라북도 남원과 그 인근 지역에 제공돼야 할 필수 · 공공의료 서비스에 큰 공백이 발생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오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한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이하 공공의전원) 설립을 추진하여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다. /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공공의전원 설립만으로 의료인력 분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의료 인력을 유인할 재정 지원책 마련과 더불어 문화 · 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원시에서 15년 간 의사로 근무해온 정우진 남원시 의사협회장(이하 정 회장)의 의견은 어떨까. 정 회장은 의협 소속이지만, 남원 시민이기도 하다. 메디포뉴스는 ▲지역사회 내 열악한 의료서비스 현황 ▲서남의대 폐교 · 공공의전원 설립 등을 주제로 2월 1일 정 회장과 진행한 인터뷰의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전라북도 남원시에서 15년간 대장항문외과의원을 운영해온 외과의사 정우진이다. 2015년부터는 남원시 의사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 남원시 의사 이전에 지역사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한 당시의 소감을 듣고 싶다.

내가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로 근무한 곳은 남원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도시인 무주군이었다. 나는 2001년부터 3년간 무주군 보건의료원 초대 외과 과장으로 근무했다. 첫 발령을 받은 당시 무주군 보건의료원은 건물만 매입한 상태로, 전혀 진료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원장으로 온 정형외과 전문의 · 타과 공보의들과 함께 1년간 보건의료원 개원 준비를 하고 50병상 · 7개 진료과로 정상 진료를 시작한 탓에 나는 보건의료원 개업과 동시에 외과 과장이 됐다.

당시 군수는 무주군의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보건의료원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개원을 추진했으며, 공보의보다는 전문의를 채용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지역 보건의료원에서 근무하려는 의사는 정년퇴직 후 의욕이 없고 나이가 많은 이가 대부분이어서 군청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았다. 무주군은 전북 지역에서도 의료 여건이 거의 최악이었다.

무주군 전체를 통틀어 외과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보건의료원이 거의 유일했고, 중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곳도 보건의료원뿐이었다. 행정구역상 무주군은 전라북도에 속하지만, 지리적으로는 대전이 가깝다. 상태가 안 좋은 환자는 대개 고속도로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대전의 병원으로 이송되는데 그마저도 경제 형편상 여의치 않은 사람이 많아 결국 안 좋은 결과가 초래된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그렇기에 외과 의사로서 책임감을 더욱더 느끼게 됐다. 함께 근무하는 공보의와 의기투합해 환자를 수술하고, 담당 공무원에게 보건 산업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건의했다. '내가 수술을 안 하면 이들은 타 지역의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 덕분에 더 성실히 근무하고 더 열심히 진료했다. 그래서 그 시절 지역민의 많은 기대 · 신뢰를 받으며 진료하고 큰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 의료인력 쏠림 현상은 왜 발생할까?

사람들은 시골보다 대도시를 선호한다. 젊을수록 더 그렇다. 교육 · 문화 · 경제 등 편리한 생활 인프라가 조성돼 있다는 이유로 인구는 대도시로 몰리게 돼 있다. 그러한 대도시 쏠림은 전반적인 사회 현상이며, 소도시가 안고 가야 할 공통적인 문제다. 또, 최근 사회 분위기는 힘들게 일하고 돈을 조금 더 버느니 편하게 일하고 돈을 조금 덜 벌어도 좋다는 마인드가 대세로, 개인의 행복을 가장 큰 가치로 생각한다.

높은 보수를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과연 충분한 보수일까?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조사 · 발표한 직업별 연봉 순위 등에 따르면 외과 의사의 평균 연봉은 1억 1천만 원 정도이다. 서울에 있는 외과의사의 평균 월급이 1천만 원이라고 가정할 때 시골에서 외과 의사를 초빙하려면 얼마나 더 높은 보수를 책정해야 할까? 1~2백만 원 더 올려서 선뜻 움직일지 의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역사회 의사 급여는 수도권보다 통상 130% 정도 높게 책정된다. 내 생각에 1.5배 내지 2배 가까이 지급해야 다른 것을 양보하고 이동할 마음이 들 것 같다. 

우리나라 의료수가 체계에서 지방병원이 높은 임금으로 쉽사리 의사를 고용하기도 어렵지만, 고용된 의사도 환자가 적은 상황에서 소위 말하는 밥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다. 보수도 보수지만 고용의 불안정성도 문제다. 생활 근거지를 옮겨 지역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해당 지역에 집도 마련하고 가족도 이사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보건의료원 · 보건소 등 지방 국 · 공립 의료기관의 의사 채용 정책을 보면 대부분 계약직으로, 근무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1년 또는 2년의 계약 기간을 두고 선뜻 지역에서 근무하겠다고 지원하기 힘든 여건이다.

간호 인력의 대도시 쏠림현상도 결국 비슷한 이유다. 의사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근무지 선택 폭이 좁고 △업무강도에 비해 보수가 낮다는 것이다. 결국 장롱면허 소유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 지역사회 내 공보의 · 간호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공보의 수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회 현상의 하나로,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2005년에 도입된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인해 공보의 대상이 되는 군 미필자가 감소했고, 의대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내가 의대를 다닐 때 80명의 입학 정원 중 여학생은 10명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은 거의 반 이상이 여학생이라고 하니 당연히 공보의 수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의전원 대부분이 다시 의대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에 공보의 부족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쨌든 젊은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다 보니 간호인력 수급도 무척 어렵다. 대도시보다 페이를 더 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더 높은 보수 · 더 나은 근무환경 등을 무기로 지역 내 의료기관 간 암암리에 직원 구하기 경쟁이 벌어진다. 젊은 사람은 많이 떠나지만, 새로이 일을 원하는 40~50대 연령대에서 간호조무사 직업을 갖는 경우가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무엇보다 직원 처우를 개선하는 방법만이 이직률을 줄이고 인력 부족을 막는 길이다.

◆ 남원시에서 보건의료분야 관련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지?

물론 공공의전원이 가장 큰 화두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현재 가장 시급한 필수의료의 정상화를 화두로 삼아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내가 거주하는 남원시만 해도 10년 전 12만 명이었던 인구가 8만 2천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65세 이상 인구는 무려 2만 명으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4명 중 1명은 노인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거동이 불편하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노인의 의료 접근성 문제가 심각하다. 노인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하는 버스 운영도 고려해볼 수 있으나 현행법에서는 불가능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는 지방의료원 등 조례로 버스 운영을 허가하여 메디컬버스 운영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메디컬버스는 한 지역을 일 년에 1~2번 정도만 방문할 수 있다. 이 수준으로는 만성 질환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우며, 건강검진 수준의 의료서비스만 제공할 수 있다. 최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방문할 수 있어야 경과를 지켜보며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치매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자체에서는 앞다퉈 치매안심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그런데 건물은 잘 지어놨어도 치매를 진단 · 처방할 정신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다고 들었다. 센터에 상주할 의사를 구하는 것보다도 현재 운영되는 '장기요양기관 촉탁의사' 제도를 참고하면 어떨까 싶다. 즉, 인근 정신과 병원의 전문의와 지역보건소 · 보건의료원이 연결되도록 국가가 제도를 마련하고, 지역 의사회는 다리를 놓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지역 의사회가 적합한 의사를 추천하고, 주 1~2회 전문의가 센터를 방문해 치료하는 것으로도 치매 예방 · 조기 치료가 목적인 치매안심센터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자체와 지역 의사회 간 긴밀한 협조하에 이뤄져야 한다.

출산율 저하도 지역사회가 겪는 문제 중 하나다. 젊은 인구가 적으니 동네에서는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힘들다. 그래도 아픈 아이를 진료하기 위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은 꼭 필요하다. 최근 우리 지역의 시의회에는 남원의료원 응급실에 소아과 전문의를 상주시켜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러나 한밤중에 발생하는 소아청소년의 감기 · 설사 · 고열과 같은 증상은 소아과 전문의의 진료가 꼭 필요하다기보다는 전문의라면 누구나 대처 가능한 증상 · 질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급박한 상황인 경우 숙소에 있는 소아과 전문의에게 연락을 취해 조처하는 것만으로도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 서남의대 폐교 당시 지역사회 상황이 알고 싶다.

서남대는 남원 유일의 종합 대학으로, 타 대학에서 가장 탐내던 의예과까지 존재해 타 소도시 대학에 비해 꽤 인지도가 있었다. 그런 대학이 1천억 원대 교비 횡령 사건으로 결국 폐교됐다. 이 과정에서 의대는 더욱 복잡한 문제에 휘말렸다. 사실 서남의대는 말만 의대로, 남원에 부속병원조차 없으며 남원의료원보다 못한 남광병원을 수련병원으로 하는 비정상적인 운영을 해왔다. 부실 의대로 낙인찍히고 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 평가도 통과하지 못하는 등 의대로 인정받지 못해 학생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고, 많이 위축되는 분위기였다.

예수병원 · 명지병원 등에서 의과대학을 인수해 살려보려는 노력은 결국 무산됐으나 다행히 학생들은 전북의대 · 원광의대에 편입 허가를 받아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남원지역의 상실감이다. '어떻게든 폐교는 막아야 했지 않느냐'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 대학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대학 교정은 당장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은 폐건물이 됐고, 대학가 상권이 붕괴되면서 남원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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