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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공의전원 설립, 우려 크지만 내심 기대도 된다" (2)

"이왕 추진된다면 제대로 추진하여 성공한 정책으로 남았으면"

부실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서남대 의대가 지난해 폐교하면서 전라북도 남원과 그 인근 지역에 제공돼야 할 필수 · 공공의료 서비스에 큰 공백이 발생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오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한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이하 공공의전원) 설립을 추진하여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다. /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공공의전원 설립만으로 의료인력 분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의료 인력을 유인할 재정 지원책 마련과 더불어 문화 · 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원시에서 15년 간 의사로 근무해온 정우진 남원시 의사협회장(이하 정 회장)의 의견은 어떨까. 정 회장은 의협 소속이지만, 남원 시민이기도 하다. 메디포뉴스는 ▲지역사회 내 열악한 의료서비스 현황 ▲서남의대 폐교 · 공공의전원 설립 등을 주제로 2월 1일 정 회장과 진행한 인터뷰의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 남원시에 적을 둔 지역 의사협회장으로서 공공의전원 설립이 결정됐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사실 공식적으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를 비롯한 의사단체는 공공의전원 설립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의사단체에서는 공공의료 개선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엄청난 국고를 쏟아부어야 하는 사업이 정치적 목적 하에 졸속으로 추진되는 양상을 띠며, 비용 대비 실효성이 낮아 결국 서남대 의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부실 의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공공의전원 설립 대신 공공 · 필수의료 분야에서 수행 가능한 더 효과적 · 합리적인 사업이 많이 있다는 게 요지이다.

내 입장은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 다만 의협이 주장하는 사안에 대해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몇 가지 부분에서는 우려가 크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의협의 시각과 동일한 의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내심 기대도 된다. 공공의전원 하나 들어온다고 남원 경제가 크게 나아지진 않겠지만, 서남대 폐교라는 큰 상실을 맛본 남원 시민에게 공공의전원이 하나의 위안이 될 것이다. '한국 최초의 국립공공의대가 있는 도시'라는 상징성은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 주민의 필수의료 욕구 충족에도 의의가 있을 것 같다.

의료 · 의사에 대한 국가 규제가 심하다 보니 힘든 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흉부외과 · 산부인과 등 필수 과목은 거의 미달이 됐다. 미용 · 성형이나 규제를 많이 받지 않는 과 혹은 편한 과에 많이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과의 원조 격이자 의학의 자존심이었던 내과도 요즘은 미달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의전원이 필수의료를 확실하게 책임지는 시스템이 된다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의전원이 시대적인 경향 · 흐름 속에서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이왕 할 거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이다. 필수과목이나 의료취약지 등 공공의전원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좋겠다. 지방 소도시의 의료가 상대적으로 낙후됐기 때문에 이번 공공의전원 설립이 필수과 · 기피과 인력을 더 양성하고 예방 · 방역 등의 공공의료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좋은 발판이 됐으면 한다.  

◆ 공공의전원 설립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의과대학 부속 수련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조건이 여러 개 있는 것으로 안다. 규모 · 진료실적 · 지도 전문의 수 · 병상가동률 · 지리적 위치 등 많은 지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과연 현실적으로 순식간에 그런 부속병원을 마련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공공의전원 졸업자는 의료취약지에서 일차진료 · 필수의료 · 예방 · 방역사업 등을 위주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그 커리큘럼은 일반 의대와는 커리큘럼부터 상이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세계 의학회 등이 인정하는 수준의 교과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의대로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수업은 어떻게 충당을 해도 문제는 의대 교육에 필수불가결한 임상실습 · 전공의 수련이다. 정부에서는 부속병원을 따로 두지 않고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을 전공의 수련병원 △남원의료원 · 전북대병원 등을 의대생 실습병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런 발상은 사실 의학교육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사는 고혈압 환자만 진료해도 그와 관련된 종합적인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고혈압으로 인해 △두통이 있는지 △가슴이 뛰는지 △다른 원인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지 △약만 써서 혈압만 정상으로 맞춰주기만 해도 되는지 △다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지 등 수많은 생각 · 판단을 한 뒤 결정하는 것이 바로 의료이다. 그러나 NMC는 수련병원으로 지정되기에 현재 부족함이 많다는 의견이 절대적이며, 남원의료원도 곧바로 실습 병원으로 활용되는 데 문제가 있다. 

◆ 공공의전원은 지역경제 활성화 · 정치적 논리에 휘둘린 결과물이며, 의료인력 분포 문제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있다.

의료계 의견의 대부분이 그렇다. 또, 공공의료의 개념 ·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 의료는 항상 '공공적인 성격'을 강요당했다. 의사들은 정부라는 보험사를 상대로 단일보험체제에서 당연지정제라는 규제 하에 공무원이 아닌데도 공무원처럼 획일적 · 통제적인 제재를 받아왔으며, 의료 문제는 의사 잘못으로 비롯된 것으로 간주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이번 기회에 국가가 사관학교처럼 그러한 인력을 직접 양성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많은 반대로 인해 공공의전원 사업이 무산된다면, 그러한 기본 취지를 살려 얼마든지 적은 비용으로 같은 효과를 내는 정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전원 설립의 당위성을 역설할 때 지방 · 시골 등 의료취약지 관련 주장이 많은데 사실 국내 의료취약지 거점병원은 부족하지 않다. 남원만 하더라도 도립남원의료원이라는 큰 병원이 있으나 규모와 비교하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즉, 시설보다는 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는 적자가 발생하는 부분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으므로 국가가 그런 부분을 보조해줘야 한다.

골든타임과 관련된 △심근경색 △뇌출혈 등 혈관질환 △간파열 등 중증외상은 발생 시 치명률이 매우 높으나 흔하지 않아 병원 입장에서는 전담의사를 고용하기가 어렵다. 전담의 한 명으로는 응급 상황에 대비할 수 없으니 최소 2~3배의 인원을 둬야 한다. 간호 인력 등도 그 분야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하니 경제성을 염두에 두면 절대 이런 진료과는 운영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분야는 국가가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 바로 그것이 바로 공공의료 정책이다. 

분만과 관련해서도 공공병원 · 민간병원 구분 없이 고용 비용을 지원해주고, 사고 시 명백한 의료과실이 아닐 시 국가가 피해자 보상금을 보조하는 등 확실한 지원만 해준다면 시골 산부인과에서도 분만실을 운영할 수 있다. 또, 지방 의사에게 과감한 인센티브를 지급하여 의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보건의료원 · 보건소도 의사 직위 · 임기를 보장해 오래 근무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한 정책들이 어쩌면 공공의전원 설립보다 비용 대비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 공공의전원 설립 시 민간 의료기관과 경쟁 구도가 유발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경쟁은 불가피하겠지만 의사 TO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므로 의사 수 증가로 인한 타격은 없을 것이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보건의료원 · 보건소 · 보건지소 등 국공립 의료기관은 민간 기관과 다른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공공의전원 출신 의사의 역할은 민간 의료인의 범위를 침해하기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공공의전원의 설립 취지에도 맞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가가 주도 · 시행하는 모든 사업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훗날 재평가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공공의전원 정책이 시대적 요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이왕 추진된다면 제대로 추진하여 성공한 정책으로 남길 바란다. 그렇기에 백년지대계인 의료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을 묵살해서는 안 된다.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 실제 현장 의사 · 환자 · 정치계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좋은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