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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한의협, 의협 · 치협 준용한 '통합한의학전문의' 신설 주장

세계 진출 위한 WDMS 재등재, 한국 한의대만 뺄 이유 없어

지난해 한 · 의 · 정 협의체가 도출한 의료일원화 합의안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파기로 결국 빛을 보지 못한 채 수포가 됐다. 당시 한의계는 협의체의 합의 불발에도 굴하지 않고 여전히 통합의료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한의계는 일차의료 통합의사를 통한 의료일원화를 지난해에 이어 금년도 중점 사업으로 내세웠다. 치과계의 통합치의학과전문의를 롤모델로 한 통합한의학전문의 시행을 내부 공론화하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 골자다.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17일 오후 2시 한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보건의약전문지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의사의 모든 행위 · 도구 급여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일차의료 통합의사 제도 도입 등 세 가지의 금년도 중점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근골격계 추나(推拿)요법에 오는 3월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의결했다.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건강보험 급여화가 한의사의 모든 행위 · 도구를 국가에 판매할 기회라면서 △첩약 △한약제제 △한의사 진단도구 △한의사 물리치료 행위 △약침 △내장기추나 등의 급여화를 주장했다. 

최 회장은 "한의사는 KCD(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 and cause of death,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를 이용해서 환자를 진단한다. 즉, 현대의학의 질병명으로 진단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받지 못한다. 그런 한의사에게 진단 도구를 제대로 주지 않으면 이는 언어도단이다."라면서, "복지부령에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가 빠져있고, 한의원 · 한방병원 · 요양병원이 빠져있다. 올 한해 이러한 미비점을 완비하고, 한의사의 KCD 진단에서 장애가 발생하지 않게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장애인주치의제 · 치매국가책임제 · 커뮤니티케어 · 만성질환 관리제 등 공공의료서비스에서 한의사 참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적어도 주치의 영역에서는 통합의사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한의계 내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일차의료 영역에서 통합의사 자격을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마침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 통합치의학과전문의라는 좋은 롤모델이 나왔다. 한의계도 통합한의학전문의(가칭) 혹은 가정한의학과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한의학전문의는 특정 분야에 깊이 있는 전문가가 아닌 일차의료 영역에서 종합적으로 환자를 보는 전문의로, 한의계는 이를 내부 공론화하여 한의사 활용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최 회장의 발언 후 △WDMS 등재 △통합한의학전문의 제도 신설 △한 · 의 · 정 합의체 논의 재개 등과 관련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를 메디포뉴스가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16일 의협에 따르면, 세계의학교육협회(이하 WFME) 회의에서 중국 교육부 의과대학평가인증기구가 세계의과대학명부(이하 WDMS)에서 중국의 순수 중의학 대학 11곳을 삭제키로 했다. 의협은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 한의대가 WDMS에 이름을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에 WDMS에 한국 한의대가 들어 있었는데 현재는 빠진 상태다. 그렇게 빠진 목록에서 다시 들어가겠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진출을 위해서다. 

한의사가 해외에 나갔을 때 한의사 자격을 의사 지위로 볼 것인지, 단순히 침을 놓는 침구사 지위로 볼 것인지는 굉장히 크리티컬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 대만 · 북한 · 한국 · 몽골 ·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는 전통의학이 살아있어서 전통의학을 향유하는 의사 지위의 전문가 그룹이 따로 있다. 그런데 해당 국가를 벗어난 유럽 · 호주 등 다른 나라에는 동아시아 특유의 전통의사 제도에 대한 이해가 없다. 이들은 한의사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잘 모르며, 침이라는 도구를 쓰는 물리치료사처럼 인식한다. 이럴 때 WDMS에 등재돼 있으면 의대를 나온 의사라는 인식을 하게 되므로, 한의사를 의사의 일종으로 보게 된다.

의협 · 한의협 간 갈등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사회적 타협을 통해 선이 그어져야 할 문제다. 그러나 한의학을 수출 · 세계화하겠다는 한의사에게 외국에서는 의사 지위를 갖지 말고 '파라메디칼(Paramedical)'로만 활동하라고 강제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이는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옳지 못하다. WDMS 명단에서 한국 한의대를 삭제하고, 재등재 시도를 가로막는 것도 사실상 의협이다. 나는 가로막는 의협의 이 행위 자체가 대의를 추구하는 관점에서는 옳지 않다고 본다. 

WFME는 WHO 산하단체인데, WHO는 국가 간 연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WFME는 WHO의 산하단체로서 각 국가 당국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보건복지부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은 의료법에 의해 한의사 제도가 의사 일종으로 취급되고 있고, 한의대를 졸업한 사람은 의대를 졸업한 것과 동일한 학위를 인정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WFME에도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서한을 보내서 한국 한의대가 WDMS에 재등재돼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런데 지금 WFME는 한국과 관련하여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의 입장만을 듣고 있다. 

순수 중의대를 삭제하겠다는 건 의대와 같이 있는 중의대는 그대로 두고, 중의대만 단독으로 있는 곳은 삭제한다는 소리다. 의대와 같이 있는 중의대는 의대라고 하고, 단독으로 있는 중의대는 그렇지 않다고 하면 이게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전이 될까? 또, 중국 정부가 그걸 과연 용인할까? 

한국 한의대가 의대 일종으로 재등재되는 걸 막기 위해 지나친 무리를 하고 있다. 나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한국 한의대는 의대의 일종이 돼야 한다. 몽골의대도 등재돼 있다. 홍콩에 있는 중의대도 등재돼있다. WDMS에 등재된, 전통의학을 향유하는 대학은 50여 개가 있다. 굳이 한국 한의대만 빼야 할 이유가 없다. 잘못하면 안에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게 된다.

◆ 재등재를 위한 협회 계획이 알고 싶다.

WFME는 세계의과대학 교육 · 평가 · 인증을 위한 단체의 모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WFME가 WDMS를 관장한다. 그런데 WDMS는 WHO가 관리한다. 즉, 우리는 WFME가 의대만을 기준으로 해서 WDMS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WHO의 권능에서 벗어난다는 주장을 할 것이다. 

한의대 내부적으로는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주로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하 한평원)을 중심으로 한다. 지난해 한평원은 WFME에 의학 기본교육의 모든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한국 한의대 교육을 평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한국 한의대 교육을 계속 끌고 나갈 것이다. 내부에서는 이를 한의대 교육개혁이라고 부른다.

구체적인 롤모델은 미국의 D.O대학이다. 미국의 D.O대학도 WDMS에 등재돼 있다. D.O대학은 모든 의학교육을 하면서 동시에 정골의학도 가르친다. 우리도 한국 한의대의 교육개혁을 통해 모든 교육을 그렇게 하게끔 노력하고 있다.

WDMS에서 요구하는 것 중 하나는 자국에서 영역 제한이 없는 포괄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우리 협회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의사가 한약 · 침이라는 도구 전문가로 머물러서는 국가 ·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의사는 역할 · 영역에 제한이 없는 포괄적 의사가 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WFME의 기준을 맞출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 순수 중의학 대학 삭제를 중국 정부가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지?

중국 정부 입장과 WFME의 구성원인 중국대표 입장은 다르다. 우리나라도 똑같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곧 정부이다. 대한민국 정부 입장은 WFMS에 한의대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으로, 이미 10년이나 된 공식 입장이다. 

2007년에 내가 미국 ECFMG(Educational Commission on Foreign Medical Graduates)에 USMLE(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를 치르겠다고 시험 접수를 했다. 당시 한의대 졸업생에게 USMLE 응시 자격을 줄 수 있는지를 두고 굉장한 논쟁을 했을 거다. 당시 시험 주관기관은 ECFMG였다. ECFMG는 우리나라 정부에 한의대가 의대의 일종이냐는 심의를 넣었고, 보건복지부는 한의대가 의대의 일종이라는 답신을 보냈다.

즉, 우리나라 정부는 한의대가 의대의 일종이라는 입장을 10년이 넘도록 견지하고 있다. 그런데 WFME의 한국 대표는 의평원으로, 의평원에서는 한국 한의대가 WDMS에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처럼 정부와 WFME의 대표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일 거다. 

◆ 통합한의학전문의 신설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알고 싶다.

통합한의학전문의 제도는 일차의료 통합의사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는 더 많은 한의사가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전문의가 될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 마음대로 제도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며, 한의계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한의계 내부에서는 전문의 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20년 전부터 2차례 정도에 걸친 큰 논의가 있었다.

의협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 제도를 만들 때 일정한 경과규정이 주어졌고, 이를 준용하여 치협에서도 통합치의학과전문의 제도를 만들 때 기존 치과의사에게 일정한 경과규정이 주어졌다. 한의협에서 만일 통합한의학전문의 제도를 만든다면 의협의 가정의학과 · 치협의 통합치의학과전문의 제도를 잘 준용하여 한의계에 적합한 모델로 변용할 생각이다.

아직 논의 초반이어서 구체적 결론을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다소 어렵지만, 방향에서는 의협 · 치협의 예를 준용할 생각으로, 이를 통해 일차의료 영역에서 통합의사를 만드는 전문 직종을 신설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 의료일원화는 한의계 내부에서 민족의학말살정책으로 여겨졌다. 변심의 동기가 있다면?

내가 회장이 되기 전의 한의협 공식 입장은 이원화 체제 유지 · 협진의 강화였다. 한의협이 공식적으로 의료일원화를 주장한 건 1년이다. 내가 작년 1월 2일에 당선되고 나서야 비로소 한의협이 의료일원화를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즉, 한의협이 의료일원화를 들고 나선 건 1년가량이다. 그 이전까지 한의협이 공식적으로 의료일원화를 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한의협은 단일한 인격체가 아닌 법인이다. 법인에서는 누가 집행을 맡느냐에 따라 각자의 정책에 차이가 생긴다. 지금 한의계에는 2만 7천 명의 한의사가 존재한다. 이 중 여전히 한의학이 민족의학을 수호하고 일원화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도 상당하다. 한편으로는 한의학이 제대로 발전하고, 학문의 융복합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일원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미래 정책 문제여서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고, 한의사 내부의 논쟁 · 선택의 문제다. 

의료일원화가 민족의학을 말살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측과 의료일원화가 한의계 미래라고 주장하는 측은 내부에 공존하고 있다. 다만 회장이 바뀌었다. 아마 시대상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80~90년대에는 한의사가 독자적으로 한의학 명맥을 잇고 한의학의 학문적 특수성을 오롯이 세우는 것이 시대정신이었다. 반면, 2010년대는 학문의 융복합을 원하고, 갈등의 해소를 원하며, 국민 불편이 사라지길 바라고 있다. 

시대에 따라 중요 사안이 달라진 게 아닐까 싶다. 다만, 나는 90년대부터 의료일원화만이 한의계 미래라고 주장해왔다. 나같이 주장하는 사람은 80~90년대에도 있었다. 지금은 그 숫자가 상대적으로 늘어났고, 그러다 보니 회원 다수의 지지를 얻게 됐다. 비로소 지난해부터 한의협 공식 입장이 의료일원화로 바뀌었다. 어느 날 갑자기 바뀐 게 아니고, 양쪽 주장이 사라진 것도 아니지만 비율은 달라진 거 같다. 

◆ 의료일원화는 지난해 논의가 중단됐는데 그 이후 진척 상황은?

의료일원화는 굉장히 큰 주제이다. 지난해 8월 31일까지 한 · 의 · 정 협의체에서 이 논의를 했다. 그 단위가 의미가 있다. 의료일원화는 한의사 · 의사 · 국가 간 합의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 세 주체 중 어느 쪽이라도 거부하면 안 되는 일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안이 있어도 셋 중 하나가 거부하면 못한다. 한 · 의 · 정 협의체야말로 궁극적으로 의료일원화를 논의할 유일한 팀이다.

지난해에는 한 · 의 · 정 협의체 대표 간 어느 정도 말이 맞았지만, 결국 각 단체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의료일원화 합의가 실패로 돌아갔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세 개의 단체가 모여서 온전한 합의를 해야만 의료일원화는 진척이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원칙적 · 추상적으로 의료일원화로 가야 한다는 것을 선언한 것뿐이며, 세부적인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일본처럼 한의사 제도 없이 의사가 한의학 · 의학을 다 하는 일원화가 있고, 중국처럼 중의대의 중의사 · 서의대의 서의사가 따로 있으면서 면허 범위는 똑같은 일원화도 있다. 미국처럼 정골의대에서는 의대와 정골의학을 배우고 의대에서는 의학만 배우는 식으로 면허 범위가 의학 영역에서 똑같은 일원화가 있다. 이 세 나라는 모두 일원화 국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의 일원화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합의가 없다. 다만 우리는 일원화의 큰길로 가야 한다는 대원칙을 천명하고, 한의사가 단순히 한의학만 하는 게 아닌 전체 현대의학 토대 위에서 통합의학을 배우고 시술하며 한의학의 특수성을 가진 의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단독으로 하는 일원화로 한 발짝 더 다가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의과 대학 교육의 75%는 현대의학 교육이다. 여기서 현대의학 교육을 100% 하겠다는 거다. 그게 우리 입장이다. 지금 한의사들은 이미 KCD를 쓰고 있다. 한의사 치료 수단에서도 최대한 보편적인 치료 방법을 한의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거다. 이런 것들이 스스로 한 발씩 일원화로 나가는 것이고, 실제 일원화는 한의협 · 의협 · 정부의 온전한 합의로만 가능하다. 

올해부터 다시 제한된 영역에서라도 뭔가 합의점을 찾아보자는 논의는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한 · 의 · 정 협의체에서 대표단이 하는 얘기는 대단히 미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근본적으로는 단체 간 합의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일원화 주장은 하되 우리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뚝심 있게 끊임없이 밀고 나갈 것이다. 합의를 기다리면서 그 합의를 통해서만 모든 게 다 될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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