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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상급종병 문전약국의 가루약 조제 거부 대안 ‘현실과 이상 차’

환자 측 “의약분업 예외조항이 답” vs. 그 외 “제도 근간 흔들 수 없어”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이 조사한 ‘서울시 소재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 가루약 조제 현황 실태조사’ 결과, ▲약 35.9%가 가루약 조제가 불가능한 약국으로 나타났으며 ▲가루약 조제가 가능한 약국에서도 약 71.8%에서만 복약지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연령이나 질환으로 인해 가루약을 처방 받아야만 하는 환자들의 접근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개선 방향으로 환자단체 측은 의약분업 예외조항을 만들어서라도 비교적 가루약 조제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상급종합병원 내에서 직접 조제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가 가루약 조제 가능 약국을 찾아 전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약사나 법조인 및 정부 측은 문전약국의 가루약 조제 거부 현상은 단순히 환자와 약사들 간의 문제가 아닌 근본적으로는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 및 조제수가, 약제 안전성 등과 관련된 문제로, 선행 과제들을 먼저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지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은 6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서울시 소재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의 가루약 조제 현황을 주제로 한 ‘제3회 환자권리포럼’을 개최했다.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삼킴곤란’을 겪는 노인 환자들이 늘고 있으며, 유아•어린이 환자 중에는 필름이나 코팅정으로 된 알약을 복용하는 것을 싫어하거나 힘들어 하는 경우도 많다. 이와 함께 장기간의 가루약 처방을 받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일부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에서 가루약 조제를 거부당하는 의료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들이 가루약 조제를 거부하면 또다시 동네약국에 가야하고 동네 약국에서도 거부하면 환자나 보호자들이 집에서 직접 알약을 갈아서 복용하고 있어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이 심각하게 침해 당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은 서울시 소재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 대상의 실태조사와 가루약 조제가 많은 질환의 환자 또는 보호자 대상 설문조사와 서울시 소재 약국의 약사 대상의 설문조사 그리고 전문가 자문회의를 실시하는 방법으로 가루약 조제가 필요한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 현황과 약국 이용자 중 가루약 조제가 필요하지 않는 환자들의 장시간 대기하는 불편 문제에 대한 실태를 파악했다.


서울시 소재 13개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 128곳과, 323명의 환자 또는 보호자, 그리고 10명의 약사를 대상으로 전화,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28곳 중 가루약 조제가 불가능하다고 답변 한 곳은 58곳으로 약 45.3%였다.


하지만 처방전을 가져오지 않아 조제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한 문전약국 12곳을 제외하면 46곳으로, 결과적으로는 35.9%에서 가루약 조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가능 사유로는 ‘처방된 약을 구비하지 못해서’가 25.9%로 가장 많았고, ‘가루약 조제 기계가 없어서’가 20.7%, ‘처방전을 약국에 가져오지 않아서’가 20.7%, ‘가루약 조제 기계가 고장 나서’가 12.1%, ‘다른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져서’가 3.4%, ‘기타’가 17.2%로 나타났다.
 
가루약 조제가 가능한 문전약국의 조제시간을 조사한 결과 70곳 중 ‘1시간 이상’이라고 답변한 곳이 65.7%나 됐으며, 특히, 3시간 이상이라고 답변한 경우도 28.6%나 차지했다. 환자단체 측이 택배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이유다.


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30.7%가 가루약 조제를 거부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조제 불가 사유는 앞선 문전약국의 사유와 거의 일치했다. 다만 환자나 보호자에서는 ‘대기시간’(38.1%)이 조제 불가 사유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가루약 조제 관련 주관식 문항 답변을 살펴보면, 복약지도에 대한 아쉬움, 소분 용량의 정확성 및 조제 환경 및 안전에 대한 우려 등이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안기종 위원(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은 서울시 소재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 가루약 조제 개선방안을 제언하며, “가루약 조제에 따른 약제 안전성 문제뿐 아니라 조제 대기시간에 대한 개선 방안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조제수가 일괄가산으로는 문제해결이 힘들다고 주장하며, 지정약국가산제를 제안했다. 소아청소년과나 대형병원 문전약국을 조사 평가해 조제수가를 가산하는 형식을 제안한 것이다.


또한 가루약 조제 환경 관리를 약국 자체에 맡기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조제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형병원에 한해 가루약을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제형 개발을 위한 제약사 지원 및 대기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환자의 불편해소를 위한 택배 서비스 도입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는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임성택 위원장을 좌장으로 하여, 서울시약사회 김예지 학술위원장,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실 엄승인 상무, 법무법인 지향 이은우 변호사, 동아일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울산대학교 의과대학교 예방의학과 이상일 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정현철 사무관,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윤병철 과장,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국 나백주 국장이 참석했다.



서울시약사회 김예지 학술위원장은 무엇보다 약제 안전성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다, 애초에 소분을 해서는 안 되는 약제에 대한 제형 변형을 아무런 경각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흡습성이 강한 약제나 타 약제와의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제를 가루약으로 조제하는 게 환자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우려된다고 강조하며, 원칙 고수를 주장했다.


애초에 제약사가 설계한 용법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환자 안전에 가장 안전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루약 제조가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약제 소분에 대한 안전성 연구가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제약사의 다양한 제형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하며,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제약사 입장에서도 이에 대한 요구가 반영돼야 외면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 지역 단골약국을 지정하여 다제처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고령층에서의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예지 학술위원장은 정부가 현재 정부가 제공하는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 서비스에 가루약 금지 의약품 리스트를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주장했다. 애초에 의사가 환자에 가루약 처방을 내릴 때 가루약 금지 약물이 자동으로 공지됨으로써 가루약 조제가 가능한 타 약제로 변경하거나 위험성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실 엄승인 상무는 “추후 출시될 약제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는 다양한 제형 개발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미 출시된 약제에 대한 제형 개발은 현실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제형의 변경은 사실상 약제 개발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는 문제로 비용상의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제약사 입장에서 자사의 약제에 대해 모든 환경에 따른 변수를 고려한 안전성을 입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문제로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지향 이은우 변호사는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 가루약 조제 거부 현상은 대형병원 쏠림현상에 의한 장기처방으로 약제를 한꺼번에 조제하는 데 따른 병목현상이 원인”이라고 말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약분업 전체 제도를 바꿀 순 없는 일이며, 우선적으로 대형병원 선호 현상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교 예방의학과 이상일 교수도 “문전약국 가루약 조제 거부 현상은 여러 문제들이 맞물려 있어, 가루약 조제 원인에 따라 접근방식을 달리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좀 더 심층적인 문제 파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령이나 특정 약제 혹은 소포장 문제에 따른 각각의 원인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돼야 하지, 이날 발표된 실태조사만으로는 성급한 결론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기존에 출시된 약제도 해외에서는 저용량으로 개발되어 출시된 상황인데 국내에 들여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하며, 제약사를 상대로 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청중석에 앉아 토론회를 지켜보던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문전약국들의 조제 거부에 대해 공공적인 보건의료 기관이라는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는 취지로 비판하며, 환자들이 당장 직면한 상황을 설명했다.


수도권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지방 환자들의 경우 조제 거부를 당하면 당일 집에 못 가는 상황이 발생할 정도이고, 이러한 사례가 아주 빈번하다는 게 안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그간 개별 약국에 대한 고발 조치를 삼가던 태도를 바꾸고 액션을 취할 때라는 생각을 했던 참에 정부가 30% 조제수가를 가산하는 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말하며, “조제수가를 30% 올려준다고 조제 거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의약분업 예외조항을 만들어 대형병원에서 가루약 조제 처방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며, “제도를 지키기 위해 환자가 희생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환자를 지키기 위해 제도를 만든 것인데, 대체 어떤 부분에서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드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문전약국에서의 가루약 조제 환경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대형병원은 조제 환경 안전 프로세스 갖추고 있어 환자 입장에서도, 약제 안전성 측면에서도 대형병원 직접 조제가 맞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윤병철 과장은 “전체적인 제도 틀을 건드는 건 맞지 않으며, 제도와 수가를 병행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이제 30% 수가 가산이 시작되면 보험기관에 데이터 축적으로 문제의 범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다음 논의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