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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제네릭 의약품 정책 개선 방향, ‘첨예 대립’

제네릭 질•유통관리는 대체로 공감, 가격•허가 및 위탁생동은 입장차 커

최근 불거진 발사르탄 사태로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여러 문제 제기가 수면 위에 오르자, 정부는 현재 제네릭 의약품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 방향을 논의 중이다. 논의 중인 개선 방안으로 위탁생동제도 폐지, 일반명 도입, 허가기준 강화, 원료의약품 관리 및 자체 합성 완제품에 대한 약가우대제도 등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제약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와 산업계 등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이해당사자가 모여 향후 개선될 제네릭 의약품 정책의 향방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지만, 사안에 따라 입장차가 확연히 갈리며 정부의 고심이 늘어나고 있다.
 
2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는 허가•약가•유통 등 제네릭 의약품의 올바른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제2회 헬스케어 정책포럼’이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는 흔들이는 갈대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이재현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교수는 ‘제네릭 의약품 정책의 올바른 개선 방향’을 주제로 진행하며, 최근 발사르탄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제네릭 의약품 정책의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언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발사르탄 사태로 불거진 문제제기는 크게 세 가지이다. ▲불순물에 의한 안전성 문제, ▲원료의약품 관리체계의 부실, ▲회수 및 추적관리의 허점 등이다.


이재현 교수는 “발사르탄 사태로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부는 이 사태의 원인이 마치 제네릭 의약품의 난립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며, “하지만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제네릭 의약품의 과다경쟁이 발사르탄 사태의 원인이 됐는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총 4,891개 성분 중 단독 등재된 성분은 2,853개로 나타났다. 이를 제외한 복수 등재된 성분은 2,038개, 이 중 제네릭이 20개 이하로 등재된 성분은 1,811개로 전체 복수 등재 성분의 88.9%를 차지하고 있으며, 51개 이상 제네릭이 등재된 성분은 81개로 전체 복수 등재 성분의 4.0%로 나타났다.


‘제네릭이 많다’의 기준을 절대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예시에서 보면 51개 이상 등재된 성분은 전체 복수 등재의 4% 정도만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재현 교수는 “전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제네릭은 하나의 대세로 인정받고 있으며, 제네릭의 생산량과 중요도 역시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며, 제네릭 의약품 품목을 줄이려는 정부의 취지에 반대입장을 보였다.


제네릭의 과당 경쟁이 해소되면 정말 발사르탄 사태의 재발 방지가 가능한 건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제네릭의 난립은 제약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정부 정책 및 보건의료 시장이 빚어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그는 발사르탄 사태 당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의약품일련번호제도나 2012년 정부의 약가일괄인하 시행 후 오히려 늘어난 제네릭 품목수를 언급하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제도의 정비와 혹시라도 동일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재현 교수는 마지막으로 제네릭 의약품 정책의 올바른 개선 방향으로 “단기적으로는 나타난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증적 접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중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제약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종합대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기적으로는 제네릭 의약품 시장진입 기준을 강화하고, 과다한 제네릭 품목군에 대해서는 품질, 유통 및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고, 중장기 계획을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약품 공급 및 구매 체계 개선 연구’ 결과 등을 분석한 후 합리적인 개편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에는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원장을 좌장으로 하여, 이평수 차의과대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 활동가,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 정현철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사무관, 송영진 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이 참석했다.


정현철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사무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위탁생동의 불합리성을 강조하며, 개정의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발사르탄 사태 당시 위탁생동이 제네릭 의약품의 질을 저하한다는 세간의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동일 성분 의약품이 500개가 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하다는 국민들의 비판에는 공감한다는 것이다.


그는 위탁생동에 폐해로 ▲중소제약사들의 R&D 기반 약화, ▲글로벌 진출 저해, ▲유통질서 파괴 등을 거론했다.


제약사의 개발 비용 절감분을 혁신 신약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고자 만든 제도가 오히려 중소제약사들의 R&D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위탁생동으로 개발된 의약품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도 근거 확립을 위한 절차의 개편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개발비용 절감분을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며 일으키는 유통질서 문란 행위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송영진 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기본적으로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의 수가 너무 많다”고 운을 떼며, “올해 기준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은 2만 천여 개로 이 중 87%가 제네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가격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제네릭이 국가의 재정 절감에 제대로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제네릭 사용의 가장 큰 이유는 동일한 성분을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어, 국가의 재정 절감을 불러오기 때문인데, 현재로서는 제네릭 의약품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는 보험 등재 후 사후관리 미흡에 대한 문제점도 언급하며, “지금까지는 급여 목록에 올리기만 했으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부터는 급여 이후 재평가 통해 효과를 반영한 사후관리 역시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송영진 사무관은 “정부는 제도를 만들 때 산업계와도 소통해야 하지만 국민과도 역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너무 산업계에 치우쳐서 생각할 수는 없으며, 제약계 역시 국민의 눈높이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평수 차의과대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는 “의약품의 모든 문제는 질과 가격에서 기인한다”고 말하며, 발사르탄 사태는 질에 대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제네릭의 경우에는 효과에 대해서는 문제될 게 없으니, 생동성 시험에 대한 안전성과 시판 후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네릭 약가에 대해 지적하며, “동일 성분, 용량의 의약품이 어째서 가격이 달라야 하냐”고 반문하며, “리베이트이 근원이 바로 이 약가제도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제네릭의 질 관리와 가격 관리만 제대로 하면 유통 관리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말하며, “세상에 리베이트 없는 상거래는 없으며, 모든 것이 질에 대한 적정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로 질 관리와 가격 관리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자체 합성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우대제도에 대해서도 “약가에 대한 차별은 제조사와 소비자 입장 따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하며, “개량 신약 역시 개량의 결과가 소비자 입장에 이득을 가져다 주는지 생각해봐야 하며, 제조사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량은 약가우대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위탁생동 개편이 생산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제약사들의 R&D 활동을 위축할 것이라고 비판하는데, 그렇다면 제약산업계는 그간 위탁생동으로 인한 절감분을 R&D에 투자해 얻은 결과물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이평수 교수의 개량신약에 대한 발언을 반박하며, “제조사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개량 역시 결과적으로 오리지널 약가 인하를 유도하는 효과 있다”고 강조하며, “정부의 가격제도와 허가제도는 제약사의 연구개발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제약산업의 향방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우순 상무는 “제네릭 의약품의 개선방향으로 숫자를 줄이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하며, “제네릭 의약품 정책의 개선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재현 교수의 발표에도 언급했듯이 과거 약가 일괄인하는 오히려 제네릭의 품목 확대로 이어졌다”고 말하며, “약가제도는 제네릭 개선의 답이 아니며, 오히려 약가 인하는 제약산업 R&D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네릭 의약품 생산이 국내 제약사들의 R&D를 위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우순 상무는 “산업계가 제네릭 개선 방안을 유통관리에서 찾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민 이익과 합치되지 않는 부작용이 유통 부분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네릭 의약품의 저가 공급 이익이 소비자 공급과 재정 절감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유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유통관리가 안 되면 제네릭 정책은 무효하다”고 못박았다.


마지막으로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은 발사르탄 사태 이후 정부가 논의 중인 위탁생동 폐지, 일반명 도입, 제네릭 허가기준 강화, 원료의약품 관리 및 자체 합성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우대 등에 대한 검토를 설명하며, “이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으며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식약처와 복지부 등 부처간 논의는 덜 진행된 상황이지만, 종합적인 대책 나올 수 있도록 국회도 노력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