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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전임의 안 하면 취직 못 하거나 따돌림…의무화된 '전임의' 과정

전공의를 값싼 일꾼 취급…"대표자 모임 통해 추후 방침 마련할 것"

전문의 면허 취득 후 선택에 따라 이뤄지는 펠로우(Fellow) 즉, 전임의 과정이 의무적 · 강제적으로 변질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전임의 과정 거부 시 △'의국에 3억 원을 내지 않으면 취직을 막기 때문에 산골짜기로 가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개원하기 어렵다' 등 일부 병원에서 전임의 과정을 의무 · 강제한다는 제보를 최근 잇달아 받았다고 16일 전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모 병원의 A전공의는 "전임의 과정을 하지 않을 경우 의국 연보 명단에서 이름을 삭제한다."며, "사실상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전임의 과정을 밟는 B는 "더 나은 전임의 수련을 위해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진학했는데 이후 교수 · 학회 등에서 만나도 아는 체하지 않는 등 일종의 심리적 왕따를 경험했다."라고 털어놨다.

지역사회에서 개원해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C전공의는 "교수 · 수련병원 측의 강압을 무시하고 지역사회에서 개원한다 해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 위원 등을 전부 해당 의국 교수가 맡고 있어 자율적인 진료가 어려운 형태다. 갑질 문화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지난 10월 29일부터 열흘간 40여 개 병원의 정형외과 · 신경외과 · 성형외과 전공의 134명을 대상으로 의무 펠로(전임의)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34명 중 △'의국에서 전임의를 유도 혹은 강제한다'는 문항에 74명(55.22%) △'의무 전임의 제도라 불리는 강제 악습에 문제가 있다'에 93명(69.40%) △'전임의를 하지 않았을 때 실제로 불이익을 받는다'에 58명(43.29%)이 각각 '그렇다'고 답했다.

전임의를 강제하는 이유로는 △'의국에 일손(노동력)이 모자라서'가 73명(54.48%)으로 가장 많았고, △'입국할 때 전임의를 하기로 약속(계약)을 유도(강제)해서'가 40명(29.85%)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전공의 정원에 지도전문의가 일정 수 이상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기타의견도 있었다. 실제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 TO를 확보하기 위해 '의무 전임의 제도'를 주장하고 있다. 1년의 전임의 과정을 거치면 지도전문의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 숫자가 전공의 TO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전협은 "특정 지역 병원 의국의 경우 전공의 입국 면접 시에 전임의 과정을 몇 년 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공지하며, 이를 어길 시 약속을 위반했다는 억지 논리를 편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2년 이상의 전임의 과정을 강제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어 전공의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임의 과정을 거쳐도 실제 주어지는 보상은 미미하다. '전임의를 유도(강제)해 시행했을 경우 실제 주어지는 보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취직자리 추천'(42명, 31.34%) △'특별히 없음'(32명, 23.88%)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임의를 하지 않고 나가면 (의국에) 3억 원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취직을 막아 산골짜기로 가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의사로 근무하기 어렵다' 등의 제보가 있어 전임의 과정을 강제하는 병원에 대한 제재가 시급한 상황이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젊은 의사들을 그저 병원의 경제적 이득을 위한 일꾼으로 취급하는 행태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역량 중심의 수련 시스템 마련을 위한 건설적인 고민 없이 취직 등을 볼모로 전공의의 진로를 제한하며 TO를 유지하려 애쓰는 그들은 과연 스승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회장은 이른 시일 내 지역별 대표자 모임을 주선해 관련 제도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전공의 회원이 더는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방침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