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관/단체

의원급 대상 인증제 도입, 환자 쏠림현상의 돌파구 될까?

수가 연동은 여건 좋은 의료기관에만 혜택…질적 격차 야기

"의원급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 발생한다면, 의원급 대상으로 인증제 도입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12일 오전 9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료기관 인증제도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황의동 정책개발실장이 이 같이 제언했다.

황 실장은 "보건의료계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건강보험 수가와 연결을 해서 가산을 한다. 그런데 수가 연동은 결과적으로 여건이 좋은 의료기관에만 혜택이 되고, 그렇지 못한 기관에는 질적 격차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적 지원 외에 교육 · 컨설팅 등 기술적 지원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4년에 한 번 하는 일회성 평가이기 때문에 수시조사는 필요하지만, 의료기관 대부분은 전산화가 돼 있다. 이를 이용해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평소에 관리하고,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는 모니터링을 하는 식으로 4년에 한 번 일시적으로 받는 인증 부담을 확 줄일 수 있다."라면서, "환자 안전 · 질 향상에 정책 목표를 두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비용 감소로 이어진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기본법에 의거해 보건의료발전계획 · 건강보험종합계획을 마련하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부분에서 △의무인증기간을 어디까지 할지 △전달체계와 관련해서 의원급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거라면 의원급 대상으로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든지 등을 확실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유인상 총무위원장은 "인증제도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제도이며, 가치를 기반으로 진행해야 한다. 인증제도는 자율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의무인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급성기병원의 인증참여율은 약 15%로 높지 않은데, 이 중 지정 요건 충족을 위해 신청하는 병원을 제외하면 3% 정도로 매우 저조하다. 이런 낮은 참여율은 인증제도의 실효성 · 인증 결과에 대한 지속성 문제에 대한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 총무위원장은 "중소병원 인증 참여가 가장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다. 인센티브 확대를 위한 방안과 관련하여 수가 중심의 인센티브는 적은 환자 수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 유입 효과가 미미할 것 같다. 인력 수는 병원들의 단골 고민거리이다. 상급종합병원 쪽에서 많은 인력을 뽑으면 쏠림 현상이 심화해 병원급에서는 긴장하게 된다. 인력쏠림 현상은 분명 더 야기할 것이다. 병원은 365일 24시간 일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좋은 직장이 아닌 어려워하는 직장으로 분류되어 최근 더 많은 인력이 빠져나간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거 같다."라고 우려했다.

병원계 선 과제가 의료인력 문제라고 했다. 유 총무위원장은 "인증기관에서 많은 의료인력이 인증 준비로 고생을 하므로 인력 문제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의료 인력 문제가 우선적 과제로 해결돼야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 아무래도 소통 · 공감을 통한 신뢰를 바탕으로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순자 위원장은 "2010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인증을 준비했는데 당시에 인력 기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1 · 2주기를 지나오면서 인력기준 마련에 대한 노력은 없었고, 인증 현장에는 굉장히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간호사들에게는 태움보다 무서운 게 인증이다. 인증이 끝난 병원만 찾아다니는 인증 유목민, 인증을 피하려고 임신한 결과 나오는 인증둥이 등이 이를 증명한다."라면서, "금년 노동조합원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1%가 인증으로 이직 · 사직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인증 때문에 경력간호사 대다수가 병원을 떠나며 병원에는 신규간호사만 남게 된다. 병원 내 간호사의 70%는 3년 차 이내로, 인증 시행으로 오히려 환자가 위험에 처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라고 언급했다.

기존 인증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금년 4월 '인증제도 혁신 TF'를 발족했다. TF에서는 인력 기준을 주 골자로 하여 △현 인력 수준에 맞는 인증기준 조정 △암기 · 청소 등 인증 준비 부담 감소 △조사위원 전문성 강화 △인센티브 확대 등을 논의했다. 

나 위원장은 "현 인증 기준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력이 필요한지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인력 기준도 없이 현 인력으로 높은 인증 기준을 따라가라고 하면 제대로 된 인증이 될 수 없다."라면서, "병원에서는 인증을 위해 암기 · 시험 · 청소 · 환경 미화 등을 6개월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수당을 받지 못하는 시간 외 근무가 너무 많이 발생하는데, 5일간 인증평가를 받은 후에는 원 상태로 돌아간다. 노동조합에서는 이를 국민을 속이는 인증이자 반짝 인증이며 이대로는 안 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라고 말했다.

인센티브와 관련해서는 사용자 경영에 도움이 되는 인센티브가 아닌 의료 질 제고를 위한 인력 유지를 위해 필요한 인센티브를 강조했다고 했다.

나 위원장은 "최근 3개소의 의료기관이 인증을 받았는데, 해당 기관에서 암기 · 청소 · 시험이 없어졌다고 했다. 예전보다는 편안하게 인증을 받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조사위원이다. 아직도 조사 경험이 있는 기관에만 방문하여 집중적으로 질문하고 꼬투리를 잡는 위원이 있다. 조사위원 개선 문제가 시급하다."라면서, "인증제의 근본 문제인 인력 기준은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 인력과 관련한 연구를 3주기 때 반드시 연구해 4주기에 반영해야 한다. 3주기 이후에도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 큰 폭탄이 실질적으로 닥칠 거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 오창현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금년 구성된 인증제도 혁신 TF에서 마련한 인증제도 개편방안 내용대로 추진을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급한 사안은 3주기 인증기준에 담아 7월에 우선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9월부터 연말까지 30개소의 의료기관에서 인증 평가를 받고 있다. 직원 안전사고 발생 시 해당 처리기관은 반드시 경영진에게 보고하도록 했고, 폭력 예방과 관련해서 교육 · 신고절차 기준을 신설했다. 직원 장기 근속률, 초과 근무시간, 병가 일수 등 인사관리와 관련한 지표도 추가했다. 또한 불필요한 암기를 유발할 가능성을 줄여달라는 내용을 포함해서 조사지침서가 배부됐다."라고 언급했다.

오 과장은 "연말 정도에 인증에 참여한 30개소 의료기관 내 관계자 몇 명을 만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TF에서 마련한 안건은 인증위원회에 올려서 심의를 받아 추진해보겠다. 과정 · 내용을 TF에 보고해서 어떻게 팔로우업이 되는지를 점검받을 계획이다."라면서, "약속한 부분은 지키도록 하겠다. 우선 급한 것부터 하면서 팔로우업 · 모니터링을 통해 최대한 개선해보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앞서 '의료기관 인증제도 혁신 방안' 주제로 발제한 김윤 의료기관 인증혁신 TF 위원장(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서 환자 안전 ·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실시하는 인증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를 비롯한 여러 평가의 요소이다. 보건복지부가 의료 질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의료 질 관련 정책 · 제도를 조화롭게 아우르는 체계를 마련했으면 한다. 그래야만 여러 평가를 아우르는 기관 단위의 평가가 가능해진다."라면서, "인증 목적을 국민에게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환자 안전이다. 인증받은 병원은 적어도 안전한 병원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증 관련 수가 신설과 관련해서는 "수가 연동 문제는 원칙적 · 보편적으로 의료기관이 갖춰야 할 요건이다. 경영상태가 좋은 기관만 인력을 채용하고 나쁜 기관은 인력 없이 가야 할 문제가 아니어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인센티브라고 하는 것을 △별도로 만들 것인지 △기존에 있는 것과 연동할 것인지 △전문병원 · 중소병원 · 종합병원 등 종별 특성을 어떻게 반영할지 등의 문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시간을 들여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평가 · 인증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중요한 기회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Big 5 · 상급종합병원 · 대학병원 · 역사적인 병원 등이 좋은 병원이라는 국민 인식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산 · 대구의 입원환자 · 응급환자 사망률이 상당히 높다. 대도시에 대학병원이 많이 있는데도 사망률이 높은 게 현실이다. 병원 입장에서 평가 · 인증은 우리 병원이 정말로 경쟁력이 있고 의료 질 · 환자 안전도가 높은 병원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내원하는 환자에게 알려줄 기회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