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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너무 급한 치매국가책임제, 지역별 특성에 맞게 진행해야

제도 완성,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아…지역 맞춤형 정책 시급

국가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치매안심센터와 관련하여 낮은 등록률, 미비한 인력 채용 · 구성 등의 문제가 드러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 치매 제도 · 정책이 방향을 선회하여 지역별 특성에 맞게 진행돼야 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점진적 · 단계적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치매학회가 3일 오전 9시 백범기념관에서 추계학술대회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치매 국가책임제 · 치매안심주치의 제도 등 치매 정책과 관련한 학회 차원의 소견 · 방향을 제시했다.

대한치매학회 김승현 이사장은 치매국가책임제와 관련하여 "국가가 치매를 다 책임지겠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개인 · 사회 · 국가가 공동으로 책임을 분담해나가야 한다. 일부에서는 국가가 치매를 책임진다고 했는데 자신이 검사비를 왜 내야 하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해당 표현은 이러한 오해를 살 수 있다."라면서, "가정 · 가족 · 사회 · 지역 전체가 치매 책임을 공유하고, 누구나 나이가 들면 언제든지 올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게끔 치매 인식 개선을 이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치매는 노화와 함께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평균 수명이 60세 이전이었던 옛날에는 치매라는 현상이 이슈되지 않았는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 수 증가에 따라 치매 인구도 함께 증가하게 됐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30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치매 관련 문제가 대두될 전망으로, 개인 · 사회 · 국가가 치매를 이해하고 함께 끌어안고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치매학회 주도로 2012년부터 진행된 '일상예찬 캠페인'은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금년에 개최한 '시니어 조각공원 소풍'은 외출이 어려웠던 치매 환자 · 보호자에게 일생 생활의 소중함 및 미술 작품이 주는 감동을 제공하기 위해 2015년 치매학회와 업무 협약을 맺은 국립현대미술관 측과 공동으로 기획됐다.

동 캠페인에 대해 김 이사장은 "핀란드의 경우 치매 고위험군 대상으로 약물치료가 아닌 운동 · 식습관 전환 · 사회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치매 발생 감소 및 인지 기능 개선을 이뤘다."라면서, "금년 '시니어 조각공원 소풍' 행사에서는 치매 환자들이 예전의 기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다듬잇돌 · 주전자 · 빨래판 등 오래전에 사용한 생활용품을 가지고 예술 작품을 제작해 전시했다. 이에 더하여 캠페인을 통해 대인관계 · 외식 등 치매환자의 일상생활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지속하면서 캠페인을 통한 치매 인식 개선 · 보호자 부담 감소 등의 결과 보고서도 이번에 낼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이찬녕 홍보이사는 "현대미술 치료와 관련하여 작가들과 협업해 환자에게 알맞은 교재를 제작하고, 미술작품을 선별하여 따라 만들기 · 그리기, 퍼즐 맞추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본 간담회에는 △김승현 이사장 △박기형 총괄 학술이사 △최호진 총무이사 △이찬녕 홍보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오간 질의응답을 메디포뉴스가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김 이사장 외 최호진 총무이사 답변은 앞에 최 이사를 붙였다.



◆ 현 치매안심센터 사업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면?
 
현재 무려 256개소나 되는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보건소에 위탁하는 식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만일 한 센터당 25명의 직원을 채용한다면, 의사를 포함해 간호사 · 작업치료사 · 사회복지사 · 임상심리사 등 5~6천 명 이상의 다양한 직역이 한꺼번에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인적 구성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다. 이미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동시에 하는 게 행정적 측면에서는 멋있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지역별 특성에 맞도록 단계적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치매 개념과 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은 시 · 군 · 구마다 다르다. 가령 무언가를 선물할 때 상대방이 원하는 혹은 필요로 하는 선물을 주는 편이 더 좋다. 복지의 경우 지역별 요구도에 맞는 정책이 결정돼야 한다.

현 치매안심센터를 평가하는 잣대는 △치매환자를 얼마나 발견했고 △검진을 얼마나 했는지 등인데 이 같은 것들은 나중에 해도 된다. 지금은 지역별 니즈를 파악하여 해당 지역의 치매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개발 · 시행하는 것이 메인이 돼야 한다. 

대도시의 경우 병원에 갈 기회가 많기 때문에 치매안심센터의 치매 검진이 사실상 필요 없다. 문제는 독거노인 · 저소득층 등이다. 소외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검진 ·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우선이며, 전 국민 대상의 검진은 우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취약층 대상으로 먼저 시작하여 점차 확대해가는 게 중요한데, 동 제도는 시작부터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지역별 요구 분석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게끔 진행돼야 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경험으로 점진적 · 단계적으로 개선 · 발전해야 한다. 

◆ 국가 치매 정책과 관련한 학회 제언이 실제 반영되게끔 노력하는지?

(최 이사)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지난해 여름부터 최근까지 보건복지부에 의견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칼럼 기고 등을 통해 일관된 주장을 해왔지만, 정부에서 들어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책은 학회에서 직접 집행하는 게 아니다. 학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연구로, 그간 치매안심센터 서포트 연구 · 정책 방향 전환 연구 등을 진행해왔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학술연구지원상을 신설했다. 즉, 단순히 이론적 배경만을 얘기하는 게 아닌 실질적으로 치매안심센터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등 지역 치매 사업 관련 연구를 독려하기 위해 연구비 지원을 신설했다. 어떻게 보면 칼럼 · 정책자문은 부수적인 것으로, 학회에서는 여러 연구를 통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도록 노력하고 있다. 

◆ 금년도 국정감사에서 치매안심센터 내 심층 검사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치매안심센터가 정밀검진 · 진단 등 모든 역할을 떠맡아서는 안 된다. 그런 식이 되면 지역 내 민간병원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지역 내 민간병원과 조율 · 연계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한 일을 해야 한다. 시스템을 갖춘 심층 검사는 추가사업이 아닌 이상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 치매안심센터 예산에 대한 생각은?

정부가 256개소에 동시에 지급하기 위해 수많은 돈을 만들었다. 그런데 치매 환자는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예산은 변하지 않는다. 현 센터별 예산이 20억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10년 후 20억 원으로는 모자라며, 한해 국가 예산은 저축하지 못하고 전부 써야 한다. 현재 백 원이 있으면 지금은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10원만 사용하고, 다음번을 위해 모아둘 수 있어야 한다.

치매안심센터 첫 시작 때는 돈을 줘도 쓸 일이 없다. 센터를 개설하고 물품 · 서류를 갖추다 보면 반년이 훌쩍 지나가며, 행정 기반을 갖추는 데 3개월이 추가로 소요된다. 이렇게 예산을 쓸 일이 없는데도 돈을 줬다. 남은 돈은 센터가 갖고 있게끔 해서 향후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 국가 치매 정책이 문제가 많은 것 같다.

(김 이사장)한꺼번에 하루아침에 만들기보다는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지역 맞춤형으로 해야 한다.

(최 이사)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이 지적하는 치매 관련 정책 · 제도는 오히려 역으로 가는 게 많다. 정리가 안 돼 있고 잘 모른다. 치매학회에서 소외계층을 시작으로 천천히 가자고 해도 치매안심센터에서 중증도 확인을 왜 못하냐고 한다. 그렇게 중구난방인 상태다. 우리 사회의 치매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향상돼야 자리가 잡힐 것 같다. 한쪽에서 제동을 건다고 해서 필요한 모든 것들이 전부 갖춰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