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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유전자 변이 양성 암종엔 표적항암치료가 우선돼야”

강진형 교수, 정밀의료 관점에서 바라본 국내 항암제 사용의 한계 지적

치료 가능한 유전자 변이 암종 치료엔 표적항암치료가 우선적으로 권고되며, 정밀의료에 걸맞은 항암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환자의 전체 유전자 변이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NGS 검사의 확대 및 이를 활용한 임상연구 체계의 개선이 요구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1일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노바티스 미디어세션을 통한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유전자 변이에 의한 암종 치료에서의 표적항암제 사용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NGS 유전자 패널 검사를 통해 암환자의 유전자 변이를 파악, 이에 맞는 표적항암제를 검색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유전자 변이들은 한 암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암종에서 관찰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의 사용은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허가 범위 내로 제한되어 있다.


또한 표적항암제들은 기존 허가된 암종 범위 내에서 1차 치료에 급여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암종에서 적응증을 확대할 경우 급여 적용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사실상 환자 사용에 많은 장애가 있다.


일반적으로 전이성 암종의 항암치료에는 화학항암요법, 표적항암요법, 면역항암요법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강진형 교수는 “유전자 변이 양성 암종이라면 해당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가 존재할 경우, 그 치료제를 사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면역항암제들이 개발되며 국내에서도 특정 암종에 허가되어 급여까지 적용 받고 있지만, 보통 유전자 변이가 있는 암종은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강 교수의 주장이다.


이날 강 교수는 폐암 유형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강 교수는 “비록 치료 가능한 유전자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비율이 낮기는 하지만, NGS 검사를 통해 환자의 유전자 변이를 전체적으로 검색하고 밝혀낸 후 해당 유전자 변이를 타겟으로 하는 표적치료제가 존재한다면, 그 치료제를 사용함으로써 최선의 치료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 환자 10명 중 3명은 치료 가능한 변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표적치료제가 존재하는 비소세포폐암의 유전자 변이로는 EGFR과 ALK, ROSI, BRAF가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흑색종 1차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라핀나(성분명 다브라페닙)’와 ‘매큐셀(성분명 트라메티닙)’ 병용요법이 BRAF V600E 변이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허가를 받으며 최초의 BRAF 변이 폐암 치료제로 등장했다.


하지만 국내 BRAF 양성 환자들이 당장 이 새로운 치료요법을 적용 받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면역항암치료의 급여 기준을 살펴보면 EGFR과 ALK 마커만을 언급하고 있다. 즉 PD-L1 발응률만 충족한다면 BRAF 변이 환자들은 2차 치료에 면역항암제를 급여로 적용 받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라핀나·매큐셀’ 병용이 아직 급여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PD-L1 반응률이 충족되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2차 치료에 면역항암제와 ‘라핀나·매큐셀’ 병용을 선택해야 한다면, 선택은 치료 효과의 면밀한 비교보다는 급여가 적용되는 약물로 기울어질 확률이 크다.


국내 면역항암치료 급여 기준에서 EGFR과 ALK 마커를 언급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유전자 변이 양성 환자라면 표적항암치료가 더 우선되어야 하다는 뜻이 된다.


현재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치료 가능 여부에 따라 EGFR, ALK, ROSI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고, 2018년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BRAF V600E 변이는 비소세포폐암에 ‘라핀나’와 ‘매큐셀’ 병용요법을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또한 2018년 NCCN 가이드라인은 다중/NGS를 활용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체 돌연변이를 식별하기 위한 검사를 강력히 권고한 바 있고, 제3차 ESMO 컨퍼런스에서는 의료 전문가들이 EGFR과 ALK에 대해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 중 위험요소(흡연자 혹은 흡연 경험자)를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BRAF 테스트를 권고한 바 있다.


말인 즉슨, 암 치료에 있어 유전자 변이를 먼저 파악하고 해당 변이를 타겟으로 하는 표적항암제가 존재한다면, 우선적으로 그 약물을 사용해 표적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 치료에 가장 효과적임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허가'와 '급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내 치료 환경에서는 두 가지 요소를 다 갖추지 못한 약제라면 환자 사용에 큰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강진형 교수는 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의료인의 범위를 한정 짓고 재량권을 어느 정도 인정해 주되, 그만큼의 책임을 의료진에 부과하는 방향으로 항암치료 환경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암환자에서 우선적으로 NGS 검사를 시행하고 환자 개인에 맞는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정밀의료에 걸맞은 방향이라는 것이다.


강진형 교수는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을 예로 들며, “해당 약물은 BRAF 변이 갑상선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허가초과 범위인 만큼 사용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하며, NGS 데이터를 활용한 임상연구의 확대로 환자들의 임상연구 참여를 통한 약물 사용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은 지난 5월 미국에서 BRAF 변이 양성 절제 불가능한 혹은 전이성 갑상선암 치료에 FDA 허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미허가 단계로 갑상선암 치료에 해당 약제 사용은 허가초과 범위인 것이다.


그는 “국내에는 임상시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임상시험은 ‘시험’이 아닌 ‘치료’"라고 말하며, NGS 데이터를 활용한 임상시험 체계 개선을 통해 치료 가능한 유전자 변이 양성인 암환자들이 개인에 맞는 치료제로 치료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