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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출산순번'은 새발의 피, '사직순번'도 있다!

병원인증 시즌 다가오면 병원근로자 근로상황 더 심각

병원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한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68.8%가 여전히 연장근무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68.2%가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 받고 있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근무시간 중 식사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율도 21%에 달했으며, 연간 연차유급휴가의 평균 사용율은 65.48%로 나타닜디. 이러한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곧바로 이직률로 이어졌다. 응답자의 68.2%가 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해, 병원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시급한 상황임을 보여줬다.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의료노련,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기동민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설훈, 한정애, 정현희 의원이 공동 주최한 '병원 내 연장근무 대안은 없는가? 병원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발표 및 토론회'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는 최근 노동시간단축법이 개정되고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업은 특례업종으로 남아 있으며, 여전히 병원노동자는 장기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어,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혜림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은 의료노련에서 진행한 '병원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8년 3월 한 달간 총 14개 병원의 1,377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됐으며, 응답자의 71.4%(983명)가 간호사, 그 다음으로는 의료기사(8.2%), 간호조무사(5.8%), 의료사무 보조원(5.3%), 사무행정(3.5%), 기타 순이었다. 성별 비율을 살펴보면 여성중심 사업장이라는 병원의 특수성상 약 9 대 1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았다. 


김혜림 정책국장은 "응답자들의 근속연수를 살펴보면, 직종별로 크게 두드러진 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의료기사, 사무행정인 경우 10년 이상 근속이 과반 이상인 반면, 간호사 직종의 경우 1년1부터 30년 미만까지 근속년수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며, 특히 1년 미만 신규간호사의 이직률이 38.1%임을 감안하면 지속적으로 이직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대한간호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기간 5년 이내에 조기 퇴직한 간호사가 10명 중 4명에 달하며, 경력 10년 이내에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당시 나이가 29세 이하인 간호사가 10명 중 5명이었으며, 5년 이내 조기 퇴직 비율이 36.2%에 달해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그리고 단기간에 간호사들의 퇴직이 이뤄지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노동시간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설문 응답자의 68.8%가 연장근무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는 2015년 설문조사 응답인 68.4%와 별반 다르지 않아 정부의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에도 병원노동자들의 연장근무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직군별 일상적 연장근로 발생 비율을 살펴보면, 간호사가 86%를 차지해 간호사들이 특히 이 부분에 취약층임을 알 수 있었으며, 연장근로의 주된 이유로 일상적인 업무과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52.4%에 달해 만성적이고 관행화되어 있는 연장근로 현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반면, 연장근무 발생 시 시간외 수당을 지급 받는 경우는 26%, 지급 받지 못하는 경우가 68.2%로 나타났으며, 미신청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2.4%에 달했다.


근로환경과 관련된 질문으로 식사시간 보장과 관련 질문이 있었는데, 근무 중 식사시간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21%, 20분 미만이 35.7%로 병원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식사시간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간 연차유급휴가 평균 사용률도 65.48%로 나타났으며,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인력부족, 번표 등으로 동료에 대한 피해가 우려돼서'라는 답변이 56.7%, '상급자 눈치 등 부서 분위기 때문'이라는 답변도 11.6%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김혜림 정책국장은 "다수의 조합원이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언, 성희롱 경험을 묻는 질문에 70.4%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설명하며, "반면 병원 내 감정노동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 또는 보호제도가 마련되어 있냐는 질문에 조합원의 68.7%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이는 노조가 있는 다수 병원 내 이미 매뉴얼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보완이나 홍보가 절실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열악한 근로환경은 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응답자의 68.2%가 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업무과중'과 '피로'에 응답한 비율이 57.5%에 달한 것이다.


김혜림 정책국장은 "국내 간호사 면허소지자가 35만 6,000명인 반면, 현재 활동 간호사 수가 18만 명, 즉 17만 명의 간호면허 취득자가 간호사로서의 취업을 포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하며, "간호협회가 지적한 주요 원인으로 3교대 근무, 강도 높은 노동, 낮은 임금, 3교대로 인한 육아문제를 꼽았는데, 의료노련의 통계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혜림 정책국장은 "이번 실태조사에서 재차 확인된 것은 2015년 조사와 비교해도 현장에서의 장시간 노동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하며, "조합원들 역시 문제점으로 장시간 노동을, 그리고 근본원인으로 '인력부족'을 꼽고 있어 부분적인 시스템 개선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혜림 정책국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은 병원노동의 연장근무 대안으로 ▲인력증원, ▲노조 주도의 노동시간 단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확대, ▲모성보호 육아지원 정책, ▲6시간 노동제 및 교대제 개편 검토 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적정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병원 또한 이직률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의료법상 인력 하한기준 준수 감독 강화, 간호인력 채용 인센티브제 등이 검토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 52시간 근로법 특례업종이래도 노사의 서면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초과 노동은 불법이므로 노조가 적극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제안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혜림 정책국장은 "당초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2022년까지 전국 10만 병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과 다르게 주춤한 상황"이라며, "통합서비스 시행으로 간호인력이 늘어났고,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추가적인 인력이 요구되므로, 보다 많은 인력 증원으로 이어질 수 있게 통합서비스 병동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병원에서는 임산부 야간 근로가 심심치 않게 파악되며, '임신순번제'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모성보호 정책에 허점이 있는 상황"이라며, "가임기 여성의 출산과 육아 휴직은 당연한 권리며 보호를 넘어 장려되어야 할 일로, 이러한 인력을 아른바 '오버 티오'로 생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오히려 현행 인력수준은 인력기준을 미달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그는 "보건복지부가 간호사 근무환경 처우개선 대책으로 시간제 간호사 지원제도와 교대제 근무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말하며, "병원노동자는 이 정책 이행으로 장시간 노동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토론은 유주동 건국대병원통합오동조합 위원장을 좌장으로 하여,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김미영 매일노동뉴스 기자, 민송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노동조합 위원장, 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 변성미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서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인력이나 근로환경 문제에 고용부가 노력한는 것에 더해, 병원인력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말하며, "건강보험수가나 가산제도 등 집행하면 병원에 대한 간접적인 개입으로도 성과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껏 수가로 해결하려는 정부 정책은 전부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이는 모니터링이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사후관리가 반드시 따라야 하며 강력한 패널티 또한 확실하게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미영 매일노동뉴스 기자는 "병원 출입하면서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현실은 출산순번제를 넘어 사직순번제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하며, "병원에 퇴사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데 한꺼번에  진료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순서가 돌아와야 퇴사할 수 있다는 것으로, 통계를 내보지 않더라도 간호사의 이직률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현실은 병원인증 시즌이 오면 더욱 악화된다"고 말하며 열악한 간호사들의 현실을 대변했다.


민송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간호사 한 사람이 해야 하는 업무의 강도는 상상이상"이라며, "매시간 환자의 상태 체크해 의료정보시스템에 기록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짧은 식사시간에 밥을 '먹는다'기보다 '마신다'는 게 맞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직업이나 한 명의 결원이 생기면 한명의 직원을 충원되는 게 현실이지만, 병원의 경우에는 경력 직원 한 명이 그만 두면 고용하는 게 신규 간호사라는 게 문제다"라고 운을 뗐다.


신규간호사는 처음부터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며, 일을 배우는 6개월에서 1년의 동안의 그 공백을 나머지 간호사가 분담하며, 업무가 점점 과중된다는 것이다. 그는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신속해야 하고, 작은 실수도 용납이 안돼 훈육 과정에 있어 엄격한 문화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간호사 스스로도 '태움'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하지만 병원은 항상 간호인력에 대한 투자는 뒷전"이라고 말해 병원 내 간호인력에 대한 미비한 노력을 지적했다.


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작년 11월 성심병원 시작으로 근로감독 확대 실행하고 있으며, 성심병원 6개소를 근로감독한 결과 약 420억 정도의 근무외 초과수당 미지급을 적발했다"고 말하며, "다른 병원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것만 봐도 병원인력의 근무외 근로수당 문제는 실감할 수 있었다"고 공감했다.


이어 최태호 과장은 "정부는 국민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주 52시간 근로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발전한 부분이 있다면 26종에 달했던 특례업종이 5개 업종으로 줄어 제외 업종이 많이 제외되었다"라고 말하며, "아직 보건업은 특례업종에 포함되어 있지만, 향후 장기간에 걸쳐 모든 업종을 제외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성미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서기관은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들어, 정부나 국회, 사회가 병원노동자들의 근로환경에 관심을 갖고 개선해야 한다는 데 대해 합의가 모아진 데 대해 희소식"이라고 말하며, "보건복지부도 기존 간호사들의 이직 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간호서비스 수가지급 방식을 개선하고 이로 인한 추가 이익을 간호사 처우 개선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내년 중 야간 근무수당 추가지급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성미 서기관 "현재 교대제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매뉴얼이 갖춰지면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고, 신규간호사의 교육 기간 확보 등 교육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힘쓰고 있으며, 간호사 직종에 대한 홍보사업 또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