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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척수장애는 복합중증장애, 개별 장애유형으로 분리해야"

신형익 교수, 동반질환 영역도 장애 판정에 반영 요구

손상 부위에 따른 다양한 마비 양상이 나타나는 척수장애의 특성상 현행 장애판정 기준으로는 척수장애를 제대로 판정할 수 없으며, 장애유형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척수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하게 위해 척수장애를 장애유형의 하나로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과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공동 주최한 '척수장애 유형분리를 위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척수장애가 의료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타 장애유형과는 다른 유형임을 밝히고, 그 특성을 반영한 종합적인 재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척수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 모색을 위해 개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신형익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과장은 '척수장애 유형 분리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신형익 교수는 척수장애에 대한 대중의 인식 부족을 꼬집으며, 척수손상에 따른 복합적인 장애 양상을 보이는 척수장애만의 특성을 설명했다.


그는 “척수장애는 척수의 손상 위치에 따라 운동기능의 차이를 나타낸다”고 설명하며, “경추 부위 손상의 경우 팔과 다리 마비가 함께 일어나지만 흉추와 요추 부위의 손상인 경우 다리 마비만이 일어나며, 자율신경 증상은 주로 경추에서 일어나며 배뇨/배변 문제와 경직 통증 문제는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척수장애 환자는 상지 또는 하지 기능장애에 다양한 양상을 가지고 있어 현행 부위별 근력 중심의 기능장애를 평가하는 장애 판정기준과 유형에 의해서는 정확하게 판정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특정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도 없다”고 말하며, 척수장애만의 독특한 질병 양상을 반영할 수 있는 기준과 유형이 없다면 이들 환자들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또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척수장애 유형분리가 필요한 이유로 척수장애는 ▲기존의 평가 기준으로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점, ▲감각저하, 통증, 경직, 배변/배뇨 문제 또는 경추 손상에서 오는 호흡 문제 동반 등 현행 장애판정 체계에서는 고려되지 않는 영역의 문제가 있다는 점, ▲척수장애 환자의 인구집단 규모가 다른 유형의 기준을 적용하기엔 너무 크다는 점, 그리고 ▲복잡한 특성을 지닌 집단인 만큼 교육환경이나 일상생활 등 사회생활에 필요한 특수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꼽았다.


한편, 이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는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원일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김동구 서울북부시립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양은경 한국이분척추증환우협회 부회장,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 ▲이상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이 참석했다.



김동구 서울북부시립병원 재활의학과 과장은 “척수장애 유형분리 요구는 단순히 장애 등급을 더 중증으로 받고 더 많은 혜택을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흔히 척수장애인이라고 하면 팔다리를 잘 못 움직여 휠체어를 타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척수장애는 하나의 장애가 아닌 복합적인 장애가 모인 중증 중복 장애”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척수장애인들은 사회 복귀를 방해하고 때로는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신경인성 방광, ▲신경인성 장 장애, ▲신경인성 성기능장애, ▲경직, ▲욕창 및 ▲신경인성 통증 등의 동반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기존 장애 평가에는 이를 반영하고 있지 않아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은 척수장애 유형 분리를 위해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로 ▲중증도, ▲의료비 지출 수준,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그로 인한 불리 수준, ▲개관적인 장애 판정기준의 개발 가능성, ▲법정장애 포함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당사자들의 요구 수준, ▲소요 예산 등을 꼽았다.


그는 “이러한 검토를 통해 지체장애에서 척수장애 분리가 적정하다고 판단되면 시대적 요구에 따라 장애유형 분리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 모든 검토사항들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정확한 통계자료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도에 대한 좀 더 광범위한 문제 제기를 내놓았다.


그는 “장애등급제 폐지의 시작과 끝은 예산”이라고 말하며, “장애등급제도는 비장애인을 위주로 하여 철저하게 장애인을 분리시키고 차별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라고 비판했다.


현행 장애인 관련 제도는 ‘제로섬 게임’과 같아서 이쪽의 혜택이 늘어나면 어딘가 또 다른 쪽의 혜택이 줄어드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에 박경석 대표는 장애인 복지지출 예산의 절대적인 증원을 주장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장애인 복지지출 비용은 OECD 국가들 중 꼴찌 수준”이라고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 정권 안에 적어도 OECD 평균 수준까지 올려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장애유형별 독립은 해당 장애유형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더 나은 지원을 받기 위한 독립이 되어야 하지, 장애등급에 더 중한 중증도를 받아 상대적으로 더 나은 혜택을 받으려는 접근 방식은 안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상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은 “전반적으로 유형분리 요구를 제외한 ▲유형등급의 확대 필요성과 ▲척수장애의 특수성, ▲통계의 미흡성 등 대부분의 지적에 동의한다”고 말하며, “그렇지만 유형분리를 전제로 한 논의는 한 발자국도 진전을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척수장애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등록되지 않은 척수장애 환자까지 약 8만 5천여 명으로 추산되지만, 정확한 파악을 위해 보복부가 기본적인 통계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 이상진 과장은 “관련 부서와 논의해 조사를 진행하도록 할 것이며, 조사에 필요한 코드 분류에 대해서도 척수장애단체와 논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밖에도 신경인성 방광 등 척수장애인들의 동반 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에 대해서 이상진 과장은 “조만간 장애검진기관 8곳을 지정해 운영한 예정”이라며 “의료비용, 장애인에 적합한 의료시설, 장애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도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장애검진기관 지정을 시도 중이며, 앞선 요구를 해당 사업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