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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패혈증은 걸리면 죽는 병? 정확한 인지 · 조기 진단 필요

발열 · 저산소증 · 저혈압 등 세 가지 증상 주의

패혈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으로, 중환자실 내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패혈증 사망률은 조기 진단 · 치료로 크게 낮아진다. 이에 패혈증에 대한 인식도를 대국민 홍보를 통해 제고하여 예방에 이어 조기 진단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9월 13일 패혈증의 날을 맞아 12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소재 용성비즈텔에서 패혈증의 인식 개선 및 조기 진단 · 치료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홍성진 회장 △이상형 부회장 △홍석경 총무이사 △김제형 기획이사 △정재승 홍보이사 △강민창 홍보위원 △이재명 홍보위원 △박소영 홍보위원 △박성훈 홍보위원 등이 참석했다.



서두에서 홍성진 회장은 "대한의사협회가 기승 전 수가라면, 중환자실은 기승 전 패혈증(Sepsis)이다. 환자는 결국 패혈증으로 죽게 되므로, 패혈증 치료 성적이 우리나라 중환자 의학 수준을 보여주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우리 학회에서는 패혈증과 관련한 국회 공청회 · 정책토론회에 참여해왔다."면서, "오늘 이 자리는 국민이 패혈증을 인지하고, 환자 차원에서 경각심을 주기 위한 취지이며, 패혈증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홍석경 총무이사가 발제했다. 

패혈증은 중환자실 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질환으로, 감염에 의해 전신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며, 주요 장기의 기능 부전을 일으킨다. 조기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은 40% 내지 70%까지 증가한다. 

홍 이사는 "패혈증은 발생해도 생존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패혈증에 대한 국민 인식 및 예방 · 치료를 위한 홍보 활동 부족으로 낮은 생존율에 머물러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역학 연구에 따르면, 패혈증 발생률은 지난 21년간 매년 8.7%씩 증가했으나 전체 사망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미국의 경우 2001년 28.6%의 패혈증 사망률이 나타났으나 최근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인다. 호주 · 뉴질랜드 역학 연구에서도 중증 패혈증 사망률은 지난 13년간 35.0%에서 18.4%로 많이 감소했다. 반면, 아시아의 경우 중증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은 44.5%이며, 우리나라의 사망률은 34.3%로 선진국의 2~3배에 달한다. 

패혈증의 심각성을 인지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패혈증 결의안을 채택해 ▲대중에게 패혈증에 대한 주의를 환기할 것 ▲유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적절하고 효과적인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것 ▲감염 예방 · 조절에 최선을 다할 것을 권고했다.

세계패혈증연맹(Global Sepsis Alliance, GSA)은 패혈증과 관련한 수치 대부분이 선진국 자료로부터 나온 것으로,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며, 후진국일수록 패혈증 예방 · 조기발견을 위한 캠페인으로 사망률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는 "우리나라는 패혈증 사망률이 높다. 이에 따른 사회 · 경제적 부담은 매우 클 것이며, 인구 고령화, 암환자 · 면역억제치료자 증가로 패혈증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패혈증 사망률 감소 및 치료 성적 제고를 위해서는 패혈증에 대한 인식도 증가 및 예방 · 조기 진단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회에서는 중환자실 수가체계 개선 · 중환자실 등급화 추진을 준비 중이다.

홍 이사는 "현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지표는 중환자실 구조 부문에 치중돼 있어, 이에 따른 진료과정 · 결과지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6 · 7월에 열린 중환자실평가분과위원회 · 의료평가조정위원회에서는 환자 중증도에 따른 중환자실 기능 분리와 모니터링 지표인 사망률 · 감염률 등의 평가지표화 및 중증도 보정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언급했다.

이에 학회에서는 △중환자 진료의 질적 수준 개선 · 향상 △중환자실 운영을 위한 적정 보험 수가 · 재정 확보 △현 중환자실 관련 보험 기준 · 규정의 개선과 현실화 △중환자실 입실 환자의 경제적 부담 감소 등을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발제 후 이어진 질의응답을 메디포뉴스가 정리했다.

◆ 패혈증은 조기 진단이 가능한 질환인지?

김제형 기획이사: 패혈증은 환자가 일찍 내원하는 게 중요하며, 내원한 환자의 증상을 의료진이 조기에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기 인지 · 치료가 이뤄질 경우 패혈증 사망률이 굉장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전달체계상 문제로 환자가 병원에 오는 게 늦어지고 만다. 내원해도 응급의료진 · 중환자전담의료진 등 의료인력 부족으로 해당 환자가 패혈증 초기임을 인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입원한 상태에서 패혈증으로 넘어가는 환자도 대처가 늦어져 경과가 나빠진다. 

즉 △환자가 병원에 오는 의료전달체계 △병원 내 패혈증 조기 · 치료 등 두 개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패혈증 환자에 대한 조기 진단 및 적절한 치료가 담보될 수 없다.

◆ 국민 스스로가 패혈증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할만한 사회적 정보가 부족하다.

김제형 기획이사: 일반인이 자기가 패혈증으로 갈 수 있는 상황임을 인지할 사회적 정보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학회에서 중점적으로 홍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38도 이상의 발열 증상이 패혈증과의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이 경우 의료기관을 조기에 방문해야 한다. 

홍석경 총무이사: 패혈증은 암과 다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스크리닝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패혈증이 얼마나 위중한 질환인지를 국민 대상으로 홍보해야 한다. 조기진단으로는 중환자 영역에서 굉장히 활성화된 신속대응팀 단계가 있는데, 오히려 의료진 대상 홍보 효과가 클 수 있다. 병동에 있던 폐렴 환자가 패혈증으로 넘어갔는데 의사가 인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중환자실 의사는 중환자실 환자만 치료했지만, 최근에는 일반 병동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적극적으로 개입해 조기 치료하는 경우가 늘었다. 조기진단은 신속대응팀 등의 보완책이 병원에 있는 일반 의사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거 같다. 대국민 홍보에서는 패혈증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 발열이 있다고 스스로 패혈증임을 의심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

홍성진 회장: 대개 인플루엔자가 돌고 있을 때 내가 감기 기운이 있으면 이게 인플루엔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패혈증은 굉장히 흔한 증후군임에도 국민이 잘 모른다. 패혈증으로 사망한 연예인이 언론에 보도되면 단순히 재수가 없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경각심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감기 기운이 있고 컨디션이 안 좋으면 한 번쯤은 패혈증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곪았는데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숨이 차거나 혈압이 떨어지고 열이 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별 문제없던 노인이 아침에 일어났는데 말을 제대로 못 하고 기운 · 정신이 없다면 패혈증을 생각해봐야 한다. 

패혈증은 △혈압이 떨어지고 △1분에 20회 이상 헐떡거리며 △정신이 혼미해지는 등 세 가지 증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증상이 있으면 위중하다고 간주해 병원에 가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패혈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라는 것이다. 만일 몸이 이상하다면 혹시 패혈증이 아닌지, 패혈증으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해야 한다. 

◆ 의료인 · 의료기관에 대한 홍보가 선행돼야 한다. 

김제형 기획이사: 삼풍백화점 사고 당시 의료전달체계 · 응급의료체계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다. 환자가 각 병원 응급실에 분산 배치되어 치료하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 때문에 응급의료체계가 굉장히 많이 발달했다. 현 응급의료체계는 그런 계기로 발전했다. 

현재 많은 환자가 여러 원인으로 인해 패혈증으로 사망하지만, 우리나라는 패혈증 환자를 전담해서 보는 중증환자에 대한 진료체계가 굉장히 취약하다. 즉, 많은 원인으로 발생하는 패혈증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하기 위한 중환자 의료체계가 아직은 굉장히 미흡하다. 이를 홍보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런 공감대가 형성돼야만 국민이 우리나라의 취약한 중증의료체계 때문에 패혈증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다. 공감대 형성으로 그러한 체계를 개선할 수 있다.

◆ 패혈증으로 중환자실을 가면 50% 이상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다.

김제형 기획이사: 그게 잘못됐다는 거다. 선진국의 패혈증 사망률은 나날이 떨어지는 반면, 우리나라는 서구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왜냐하면 중환자실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한 조기 인식 및 치료 과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며, 우리나라 중환자실 여건이 굉장히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환자들이 많이 사망한다. 

옛날에는 암에 걸리면 다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별 생존율이 굉장히 올라갔다. 패혈증도 일반인에게 잘못 인식된 부분이 많다. 패혈증을 중환자실에서 잘 치료한 경우 사망률이 훨씬 많이 감소한다는 것도 홍보의 주요 포커스 중 하나이다. 

◆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패혈증 진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지?

김제형 기획이사: 우리나라의 모든 중환자실이 패혈증을 적절히 치료할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적어도 43개의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은 선진국 수준이 돼야 한다. 중환자실을 가진 국내 의료기관은 1천 곳이 넘는데, 그중에서도 43개의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은 패혈증을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인력 · 장비를 갖춰야 한다.

보통 상급종합병원에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많이 생각하지만, 사실은 턱없이 낮다. 우리의 첫 번째 집중 대상은 상급종합병원이다. 전국에 제대로 시스템이 갖춰진 곳은 다섯 손가락 안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에 적정성 평가가 1등급 받은 병원 수가 12개에서 64기관으로 증가했다. 2~3년 만에 5배가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양이나 질이 500% 증가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현 적정성 평가의 지표들은 양적인 것에 치중돼 있고, 질적 부분에 대한 평가는 취약하다.

◆ 의료기관에 충격 요법을 주지 않으면 중환자실 개선이 힘들다.

이상형 부회장: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살펴보면, 땜질만 한다. 보건의료 예산을 보면, 복지는 엄청나게 늘어나는데 우리는 안 짠다. 수가체계 개선과 관련하여 병원에서 중환자실 운영 시 비용을 보전 못 받는다. 예전 삼성병원의 경우 중환자실 베드당 1년에 2~3억을 손해 봤다. 그걸 조금 얹어줘서 지금까지 왔다. 하다못해 검사조차도 매일 하면 깎는다. 이러한 문제를 종합적 · 체계적으로 알아보고자 노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