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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조기 치료 · 예방 절실한 난청, 국가 차원의 관리정책은 미비

복지부 "질환 중심으로 난청 정책 방향 바뀌어야"

매년 신생아 1천 명당 4~6명이 난청으로 태어난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이 12세 이상 국민 1만 845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2%가 난청 의심 소견이 나타났으며, 40세 이상은 35%, 70세 이상은 82%가 난청 인구로 조사됐다.

이에 국가 차원의 국민 청력 보건 관리체계 도입으로, 전 연령층의 난청 조기진단 · 예방 · 치료 · 재활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구성하고 경제 ·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자는 주장이 거듭 제기됐다.

12일 오후 1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2018년, 난청 없는 사회를 위한 시작!' 토론회에서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정종우 교수(이하 정 교수)가 '건강한 청력관리 정책, 건강한 사회의 시작입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상호 정책이사(이하 박 이사)가 'WHO's voice - 청력보건의 중요성, 사회적 비용, 간곡한 부탁'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청력은 태어난 이후부터 다양한 이유로 나빠지게 되는데, 한 번 나빠지면 대개 다시 회복할 수 없다. 그러나 청력이 나쁘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어느 정도의 청력 이상이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천적인 경우에는 정상 청력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본인 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울산의대 정종우 교수는 "청력은 △노화 △소음 △당뇨 △흡연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빠지는데, 이 중 소음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소음은 직업적 소음과 사회적 소음으로 나뉜다. 직업적 소음의 경우 미국에서는 3천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유해한 소음에 노출돼 있고, 독일에서는 12~15%의 노동력이 WHO에서 정의한 유해 소음 수준에 노출돼 있다. 

우리나라는 △특수건강진단 실시자 85만여 명 중 소음 노출근로자가 61.4% △전체 직업병 요 관찰자 11만여 명 중 소 음성 난청 요 관찰자가 94.8% △전체 직업병 유소견자 4천여 명 중 소음성 난청이 93.0%로, 소음성 난청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 교수는 환경성 소음에 의한 청력 이상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환경성 소음은 △레크리에이션 △공연 △거리소음 △유해환경 등 다양한 환경에서 발생한다. 특히, 청소년 시기의 소음 노출은 개인 휴대장치의 활발한 보급 · 사용으로 인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노화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자연적 기능의 저하로, 젊은 시절의 소음 노출이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 교수는 "청력 저하 · 치매 발생의 연관성을 살핀 2011년 관찰 연구에 따르면 △경도 난청은 정상보다 1.8배 △중등도 난청은 3.0배 △고도 난청은 4.9배 더 큰 위험도로 치매 발생이 나타났다. 또, 청력 저하는 인지능력장애와 연관돼 노년기 생활을 악화하는 요인이 된다."라고 했다.

청력이상 접근법은 △예방 △확인 △치료 △재활이 있다. 정 교수는 "청력 관리는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이뤄져야 하며, 각 주기에 맞는 확인 · 예방 · 재활 방법이 적용돼야 한다. 이러한 관리체계는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이뤄져야만 효율적이고 통일된 절차가 가능하다."라고 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상호 정책이사는 난청에 대해 "평생 어느 시기에라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국가 · 사회적 관심이 있다면 극복 가능한 장애"라고 했다.

난청 중 일부는 조기 치료나 예방을 통해 진행을 막을 수 있으나, 조기 검진 · 예방 · 청각재활은 필요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WHO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 세계 난청 환자는 3억 6천만 명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75억 인구의 약 4.8%를 차지하며, 이 중 9%는 소아 환자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30%는 노화성 난청에 해당한다.

WHO에서는 난청 문제를 시급히 해결할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세계 모든 나라에서 국가 주도로 △난청 예방 △조기 발견 △치료 △재활을 추진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WHO에서 조사한 청력 관리에 대한 경제적 · 사회적 비용을 살펴보면, 의료비 · 특수 교육비를 포함한 직접적 비용과 간접적 · 사회적 비용을 모두 합해 연간 기준 841조 원이 소요된다.

박 이사는 "전 세계 인구 75억 명과 우리나라 인구 5천만 명을 비교해 우리나라에 적용 시 간접적 · 사회적 비용을 제외하고 의료비만 계산해도 한해 5~8조 원을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WHO에서는 청력 관리에 대한 국가적 전략으로 ▲전 국민의 청력 관리에 대한 계획 · 실행을 위해 보건부에 정책관리자를 임명하고 강력한 행정 구조를 만들어 지원할 것 ▲보건부가 주관해서 청력 관리를 위한 여러 직역의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국가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위원회는 정책관리자를 적극 지원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또 ▲국가위원회에 △예산 및 재정 △인적 자원 개발 △장비 및 기술 지원 △인프라 개발 △모니터링 분야 등의 하부조직이 필요하며 ▲국가위원회가 소규모 전담반을 구성해 시범사업을 진행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WHO의 권고사항은 ▲'난청은 공중보건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정책 입안자는 청력 관리에 대한 예산을 할당하고 청력 관리를 지원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청력 보건에 대한 전략은 청력 감소 예방, 선별검사 및 조기 치료를 포함한다' ▲'난청에 대한 비용 및 개입의 비용 효율성에 관해 국가별로 자료를 만들어서 적용이 가능한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이다.

△청력 관리에 대한 국가 주도의 정책이 존재하는 나라는 32개의 고소득 국가이며 △청력 관리를 위한 국가위원회가 존재하는 나라는 20개 국가 △국가 기관 주도는 아니지만 청력관리에 대한 정책이 존재하는 나라는 8개 국가가 있다.

박 이사는 "우리나라는 분석에 적합한 자료를 제공하지 못한 국가로 분류돼 있다. 이는 난청이 매우 흔하고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난청의 위험성 및 이로 인한 천문학적인 경제적 ·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매우 부족하여 청력 관리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자료에 따르면, 난청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2년 27만 7천 명에서 2017년 34만 9천 명으로 연평균 4.8%씩 증가하고 있다. 20대 미만 영유아와 어린이 · 청소년 난청 진료 1인당 진료비도 2012년 60만 3,715원에서 2017년 86만 2,420원으로 43%가량이 증가했다.

박 이사는 "WHO는 전세계 난청 인구 급증에 주목해 전 국가가 기관 · 국가위원회를 설치하여 국가 주도로 국민 청력 관리에 필요한 계획을 수립 · 시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난청의 조기 진단 · 예방 · 치료 · 재활에 이르는 국가 주도 프로그램을 더 늦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제가 끝나고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박수경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박무균 교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채성원 교수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관 △보건복지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 △한겨레신문 김양중 의학전문기자가 참석했다.

한림의대 박수경 교수는 "매년 신생아 1천 명당 4~6명이 난청으로 태어난다. 우리나라에 연간 40만 명의 신생아가 출생한다면 약 1,600~2,400명의 신생아가 난청을 겪게 된다."면서, "국가가 전 신생아 대상으로 난청의 조기 발견 ·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신생아 · 영유아 난청이 언어발달 및 인지능력발달에 영향을 미치며 ▲선천성 난청은 조기 발견으로 치료 시 장애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언어발달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생아 난청을 국가가 관리하면 난청아 1인당 연간 사회적 비용이 약 4억 8천만 원 절감된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신생아 청각선별검사 이후 과정은 보호자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 과연 모든 난청아의 보호자가 스스로 1 · 3 · 6 원칙에 맞게 검사 · 치료해 난청을 극복할 수 있을지, 국가는 지원하는 신생아 청각선별검사의 효과를 현 시스템으로 알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면서, "난청아가 장애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려면 개인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청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서울의대 박무균 교수는 "청소년기는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는 경도 난청만으로도 주의력 감소, 학습장애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청장년기의 소음성 난청으로 이어지고, 노인성 난청의 조기 발생 원인으로 작용한다."라고 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2016년 시행한 청소년 난청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일반 학교의 17% 이상의 학생이 경도 이상의 난청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공단 용역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 난청으로 매년 5백~4천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박 교수는 "현행 학교 청력검사는 귓속말 검사 또는 한 개 주파수 및 강도에 대한 청력검사로, 경도 난청 · 고주파수 난청을 진단하지 못한다. 현행 학교청력검사 결과와 국민건강영양조사 ·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조사 비교 시 5~10% 이상의 유병률 차이가 나타나며, 현행 학교 청력검사만으로는 관리가 필요한 경도 난청의 10분의 1만 발견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했다.

전국 청소년 대상으로 청소년기에 2~4회 청각선별검사를 실시할 경우 현 건강보험 수가 기준으로 매년 95~180억 원으로 검진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 경우 연간 최소 360억 원의 사회적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대의대 채성원 교수는 "2012년 이후 노인 인구는 5년간 연평균 0.4% 증가하고 있으나 난청 관련 진료의 실인원은 연평균 5.2% 증가하고 있다. 이는 타 질환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노화성 난청은 2012년 기준 30.6%로, 이 중 청력재활이 필요한 경우가 9.5%에 해당한다. 난청의 증가는 인지 부담 증가와 대뇌 구조 · 기능 변화를 유발하고, 사회 소외 현상을 동반해 인지기능 저하 · 치매 위험을 높인다."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국가적 난청 관리 방안으로 'Healthy People 2020'을 추진하고 있다. 청력 상태 확인 과정을 진행해 ▲초기 난청은 청취 방법에 대한 교육 및 안내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중등도 이상은 개인소리증폭기 · 보청기를 이용한 의료기술 및 관리로 대처한다.

채 교수는 "국가적 비용 · 국민 편의성이라는 전제 조건 하에 이 같은 프로그램이 구성 · 진행된다. 초고령 사회가 예상되는 2026년을 대비해, 초고령 사회에 따른 사회적 비용 ·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합리적인 '한국형 Healthy 2026'(가칭)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그간 국민의 청력 이상과 관련한 건강 문제를 일정 수준 이상 청력 상실이 있는 인구에 초점을 둔 '장애인 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온 경향이 있다."면서, "보건복지부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지역별 신생아 난청 조기진단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저소득층 중심으로 신생아 청각선별검사 · 난청확진검사를 지원했다. 2013년 기준으로 전국 저소득층 신생아 난청조기진단 사업이 시행 중이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전 신생아 대상으로 난청조기진단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 · 의결에 따라 금년 10월부터는 전 신생아가 건강보험 100% 적용으로 선천성 대사 이상 검사와 난청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난청선별검사는 평균 8만 원 정도의 본인부담금이 존재했지만, 10월부터는 환자부담금 없이 입원 시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외래진료를 통한 검사비도 4천 원 내지 1만 9천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번 건강보험 적용으로 연간 약 32만 명의 신생아가 난청선별검진을 받게 된다.

김 조사관은 "난청 조기진단 · 조기치료는 국민건강보험제도 급여 확대 · 국가건강검진체계 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자 정부의 정책 판단 · 선택 문제"라면서, "청각선별검사와 국가건강검진체계의 긴밀한 연계를 고려해야 한다. 학교 건강검진 청력검사는 내실화가 필요하다. 또, 환경성 소음의 위해성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라고 했다.

복지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은 "오늘 토론회는 국가가 난청 관리에 대해 문제 인식을 제대로 하고 관심을 둬 전략적으로 정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번 토론회가 난청과 관련하여 향후 대책 추진에 있어 좋은 계기가 될 거 같다."라고 입을 열었다.

정 과장은 "다만 정부가 여러 보건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한정된 재원을 분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있다. 이를 고려하다 보니 현재까지는 타 질환에 비해 난청과 관련된 정부 지원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난청에 대한 질환이 암, 당뇨병 · 고혈압 등에 비해 절실하지 않다고 판단돼 그런 식의 정부 정책이 추진됐으며, 난청 관련 정부 정책도 질환 중심보다는 장애인에 대한 수혜적 차원에서 접근됐다."라고 말했다. 

오늘 자리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 측면이 아닌 질환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정 과장은 "난청 질환으로 발생하는 국민 · 사회적 비용과 질환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체계적으로 접근하게끔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 나온 제안들에 대해 단기간으로 약속하기는 쉽지 않다. 충분히 문제 인식을 했으니 학회, 전문가 등의 이해당사자가 모여 난청 문제를 어떻게 하면 잘 해결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접점을 찾아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실태 파악, 연구 등 단계적으로 난청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의원 입법 발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