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6 (월)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관/단체

근거 기반의 신의료기술평가에 '포괄적' 가치 평가 필요한 까닭?

다양한 가치 종합해 전체적 · 통합적 관점 반영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과 관련하여 신의료기술 가치 평가의 보조적 역할로 MCDA 일부 방법론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오후 2시 포스트 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의료기술평가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성균관대학교 제약산업학과 이의경 교수(이하 이 교수)가 '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 필요성 및 방안' 주제로 발제했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6.3%로, 2.7%인 전 세계 시장과 비교 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커다란 사회적 관심 속에서 의료기기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의료 분야는 국민의 건강 · 안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정부 규제가 크게 작용한다.

연구 개발된 의료기술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의료기기 허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의료기술 등재여부 확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네카)의 임상적 안전성 · 유효성 평가 △심평원의 급여 적정성 판단 과정을 거쳐 의료 시장에 도입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최대 520일이 소요된다. 엄격한 규제가 의료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잦자 정부는 △규제기간 단축 △규제 대상 감축 △연구비 지원 등의 규제 개선 노력을 기울였다. 이 교수는 "정부의 노력이 아직은 사회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 19일 문재인 정부는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규제 혁신 중점 추진 과제는 크게 △규제 과정의 예측 불가능성 해소 △인 · 허가 과정의 원스톱 서비스 체계 구축 △혁신 · 첨단 의료기기 시장 진입 지원으로 나뉘며, 2019년 1월까지 별도 신의료기술 평가트랙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혁신 의료기술의 포괄적(잠재적) 가치를 추가 평가하고 △의료 전문가, 환자 · 시민 단체 관계자, 혁신기술 전문가가 참여한 전문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자는 게 이번 과제의 골자이다. 

포괄적 가치평가는 건강보험 정책을 고민하는 모든 국가에서 이슈화되고 있다. 동 평가의 등장 배경에는 △근거기반 의사결정의 한계 △가치 · 관점의 제한적 고려 △숙의 과정이 존재한다. 

근거 기반 의사결정에 대해 이 교수는 "일부 영역에서는 근거가 아예 없고, 비교 대안 간 근거 수준이 동등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또, 내적 타당도는 높으나 외적 타당도가 낮아 일반화하기 어렵다."면서, "가치를 안전성 · 유효성 · 효과성 · 비용효과성 등 제한적으로 고려하고, 환자 · 산업계 관점 반영이 미흡한 상태에서 정부 · 보험자 관점에서만 고려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라고 언급했다.

숙의 과정에 대해서는 "직관적 · 암묵적 판단에 의존하고, 명시적이며 투명한 절차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과정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MCDA(Multi Criteria Decision Analysis, 다기준 의사결정)가 등장했다. MCDA는 △다양한 가치를 종합해 의사결정하기 위해 구조화된 방식을 제공함으로써 전체적 · 통합적 관점을 반영하고 △명시적 기준을 폭넓게 고려할 뿐만 아니라 각 기준의 상대적 중요도 차이를 반영해 여러 요인 간 균형을 유지한다. 또한 △이해관계자 참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유도한다.

MCDA 방법에는 ▲정량적 ▲정성적 ▲준정량적 접근법이 존재한다.

이 교수는 "의사결정 시 중요 요소들을 선정하고, 요소 중에서 어떤 게 더 중요한지 가중치를 산정할 때 이산선택실험법(DCE), 계층분석법(AHP), 스윙가중치법 등 정량적 접근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방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다 보니 정책 실무선에서는 동 방법을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덴마크나 미국에서는 정성적 · 준정량적 접근법을 적용하여 체크리스트 위치에서 신속히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심평원에서도 의료기기 급여여부 평가 시 체크리스트를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ISPOR(International Society for Pharmacoeconomics and Outcomes Research, 국제 약물경제성평가 및 성과연구학회)에서는 MCDA 가이드라인을 이미 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가치를 평가하자는 학문적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기준 가치평가 논문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 독일 · 캐나다 ·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가치 평가의 보조적 역할로서 MCDA 일부 방법론을 채택했다. 

학계에서는 평가 항목의 선정 · 항목별 가중치에 질환 · 기술별 차이가 존재하므로 각 특성을 반영해 MCDA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MCDA에서는 케이스가 없어서 의사결정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 향후 정성평가는 다양한 관점을 지닌 평가자들이 합의 도출을 통해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정량평가는 의사결정 경험을 축적하면서 결과 해석 방법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을 종합하여 나온 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 절차에 대해 이 교수는 "신청 · 접수 후 소위원회에서 안전성 · 유효성 평가를 실시한다. 이 과정은 신속 심의와 심층 평가로 나뉜다."면서, "어떤 기술이 혁신의료기술에 부합된다면 하나의 평가 소위원회를 추가로 거치게 된다. 여기서는 포괄적 가치를 평가하며, 이런 과정을 거쳐 △기존 기술 △연구 단계 △신의료기술로 구분된다."라고 했다.

지난해 네카에서는 △현황분석 △문헌고찰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설문조사 · 초점집단면접(FGI)을 실시하여 총 8개 포괄적 가치 항목을 선정했다. 이 8개 항목은 ▲질병의 심각성 ▲질병의 희귀성 ▲환자의 신체적 부담 ▲삶의 질 ▲환자의 경제적 부담 ▲남용 가능성 ▲대체기술 유무 ▲기술의 혁신성이다. 



이 교수는 "평가 항목 도출 후 네카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연습했다. 시뮬레이션 평가에서는 향후 의료기기 회사 등이 자료를 제출하게 할 계획이기 때문에 에러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8가지 항목에 대한 회의자료를 작성했다. 혁신의료기술평가 소위원회를 시뮬레이션하여 의사결정도 해봤다."면서, "재평가 계획이 있지만 완성되지는 않았다. 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트랙을 통해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경우 3~5년 후에 재평가할 예정이다."라고 언급했다.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도출된 개선 사항은 ▲안건별 평가항목 일괄 적용의 어려움 ▲여러 의미를 내포하는 질병의 중요성으로 지표명 변경 검토 ▲환자 중심 결과 제시 필요 ▲대체기술 범위 설정의 어려움 ▲총 진료비 책정의 어려움 ▲환자 개인 비용 대 보험자 지불 비용 등이 있다.

이 교수는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방안이다. 장점은 가치를 좀 더 포괄적으로 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의료산업 활성화를 촉진할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보건복지부 곽순헌 과장은 "지난 7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를 방문하여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니며 지난해 본 방안의 큰 방향이 두 차례 정도 언급됐다. 혁신첨단의료기술의 별도 평가트랙 도입건은 작년 11월경, 복지부 차원의 도입 방안은 올해 4월에 발표됐으며,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여 7월에 발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대표적 예로 체외진단 의료기기를 언급했다. 그 이유는 당시 문 대통령 현장 행보 장소에 소아당뇨 환자의 어머니 김미영 씨가 방문하여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해외에서 구매했다가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연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곽 과장은 "수입 의료기기 자체가 국내에서 생산됐으면 그런 문제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김미영 씨 사례가 논의됐던 건 의료기기는 경제적 · 상업적 가치가 있지만,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 · 의료기기를 적절한 시기에 도입하여 치료에 적용하면 생명을 살린다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규제혁신은 산업적 측면 외에 환자 관점이 존재한다."라고 했다.

이번 정책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국민 혈세를 사용해 환자를 마루타로 동원해서 산업을 육성한다는 비난을 제기했다.

곽 과장은 "정부는 별도 신의료기술 평가트랙 도입에 있어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하여 잠재적 가치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환자의 위해성 정도를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누고 △침습적 의료행위의 경우 종전과 달라지는 것 없이 현행처럼 심층적 평가를 통해 안전성이 확보됐을 때만 통과시킬 계획이다. △3등급으로 분류되는 비침습적 의료행위는 효율적 측면에서 안전성 · 위험성 문헌 요구가 필요 없다. 다만 △2등급에 해당하는 최소 침습의료행위는 중간 영역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네카 · 전문가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환자를 마루타 취급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했다.

재평가에 대해서는 "별도 평가트랙을 통해 도입된 의료기술은 당연히 재평가해야 한다. 문재인 케어에서도 3,800개의 의학적 비급여를 전부 급여 · 예비급여화한다고 발표했고, 예비급여의 경우 3~5년 경과 후 재평가를 통해 △급여화할지 △예비급여로 남길지 △퇴출할지 결정한다고 했다. 현재 재평가 작업을 준비 중이며, 재평가를 통해 퇴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여기에 법적 근거가 필요해서 의료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재평가를 위한 자료 수집도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작업 중이며, 이 사안들이 구체화되면 이러한 자리를 통해 오해를 풀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어 "오늘 자리에서 의견을 듣고자 한 부분은 △혁신첨단 의료기술 범주 △ 8개의 포괄적 가치 항목 내용 △가치평가 소위원회 구성 등이다. 어느 정도 내용이 결정되면 금년 하반기에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며, 계획을 조만간 안내하겠다. 또, 법령 개정 작업을 내년 1월 적용될 수 있게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