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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분변잠혈검사 키트? 민감도 · 정확도 면에서 대체 못 한다

기존 표준 검사방법의 '불편함' 대체는 가능하나 완전한 대체는 어려워

대장암 발생률 ·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2016년에는 대장암 사망률이 위암을 앞지르는 통계 결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대장암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암으로, 수검률이 높아지면 자연히 발생률 · 사망률도 감소하게 된다. 

그런데 기존 대변검사인 분변잠혈검사 방법이 번거롭고 불편하여 이를 꺼리는 사람들이 증가하자 대체 수단으로 진단키트가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감도 · 정확도 측면에서 진단키트가 기존 검사를 대체하기 어려우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분변잠혈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8월 29일 오후 5시 더 플라자 호텔 메이플룸에서 대장암 조기 발견 · 예방을 위한 '장(腸)주행 캠페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동경희대병원 차재명 교수(이하 차 교수)가 '한국인의 대장암 현황 및 특이성' 주제로 발제했다.



통계청의 '2016년 사망원인통계'를 살펴보면, 인구 10만 명당 153.0명이 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 질환 58.2명, 뇌혈관 질환 45.8명, 폐렴 32.2명, 자살 25.6명이 뒤를 잇고 있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뇌혈관 · 심장 질환의 2배 이상으로, 압도적인 수치이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12월 발간한 국가암등록통계에서 2015년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을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위암, 폐암, 대장암, 간암, 전립선암 △여자의 경우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폐암 순으로 나타났다. 

차 교수는 "대장암은 발생률이 남성 · 여성 모두에서 세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굉장히 흔한 암이다. OECD 자료에서는 우리나라가 대장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서구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 싱가포르보다도 더 높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라고 우려했다.

연령 표준화 대장암 발생률을 보면, 위암 · 간암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으나 대장암은 연간 약 5.4%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차 교수는 "과거 10년간 연간 대장암 발생률은 55.4%이다. 거의 10년간 50% 가까이 증가한 수치"라면서, "우리나라 대장암 발생률은 서구와 비교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일본, 미국, 영국과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상당히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대장암 사망률도 심각하다. 2016년 기준 △남성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폐암 52.2명, 간암 31.5명, 위암 20.8명, 대장암 18.4명 순으로 네 번째이며 △여성은 폐암 18.1명, 대장암 14.6명, 간암 11.6명, 위암 11.5명 순으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동 통계에서는 폐암, 간암, 대장암, 위암 순으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으며, 1983년 이후 처음으로 대장암 사망률이 위암을 앞질렀다. 

차 교수는 "대장암은 일찍 발견하면 오래 살 수 있다. 완치율이 남성 · 여성 통틀어 70%에 이르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면서, "남 · 북한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대장암 발병률 · 사망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장암 발생의 주요 위험인자에는 △붉은 고기 △비만 △흡연 △나이 △대장암 가족력 등이 있다. 

차 교수는 "대장암 가족력 · 나이는 타고나는 것이어서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붉은 고기 · 비만 · 흡연은 조절할 수 있는 인자이기 때문에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일 흡연자이고 고기를 좋아하며 배가 나오기 시작한다면, 50대 때 대장암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암은 일종의 노화 질환으로, 나이를 먹으면 모든 암종은 증가한다. 그런데 대장암은 60세 도달 시 급격히 증가하므로, 나이가 상당히 중요한 위험인자로 작용한다."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는 노령화 속도가 아주 빠른 국가 중 하나이다. 2017년 글로벌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실린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30년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수명은 90.82세, 남성은 84.07세로 양성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차 교수는 "대장암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당연한 이치"라면서, "2012년과 비교한 최근 데이터에서는 2030년 · 2050년으로 갈수록 65세 이상 인구가 증가한다. 노인층은 대장암에 걸릴 수밖에 없는 취약한 인구이다. 인구 노령화로 대장암 환자는 더 많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대장암은 샘종(선종) · 폴립(용종) 혹은 고도이형성을 거쳐 평균 10년 정도로 천천히 진행된다. 즉, 샘종 · 폴립이나 고도이형성 단계에서 제거 시 대장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차 교수는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개념이 중요하다. 수많은 암 중 예방할 수 있는 암은 극소수이다. 위암 · 췌장암 등을 찾기 위해 위내시경 · CT를 실시하지만, 이들 검사 대부분이 조기 발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암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치료 방법은 거의 없다."라고 했다. 

현재 만 5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은 본인 부담금 없이 무료로 분변잠혈검사(대변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동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분변잠혈검사에 대해 차 교수는 "대장암이 몸속에 숨어있을 경우 육안으로는 대변이 정상이어도 거기에는 암 표면에서 떨어져 나온 혈액이 숨어있게 된다. 이 숨어있는 혈액인 잠혈을 검사를 통해 찾아내야 한다. 대변 안에 혈액이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면 '이 사람에게 대장암이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대장내시경검사를 실시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분변잠혈검사는 정성검사 · 정량검사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차 교수는 이 같은 국가암검진으로 대장암을 빨리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국가 암 검진을 통해 진단받은 대장암 그룹과 증상이 생겨 진단받은 그룹을 비교했을 때 전자가 더 빨리 치료할 수 있는 대장암 초기에 진단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2016년도 기준 분변잠혈검사 검진율은 35.7% 수준으로, 국내 대장암 검진 참여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 다들 좌변기를 사용하다 보니 대변을 떠서 제출하는 검사 방법 자체를 굉장히 불편해한다. 이 때문인지 참여율이 높지 않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도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는 비율이 절반도 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간 국가암검진 성적을 살펴보면, 대장암 발견율은 1천 명당 1명꼴로, 약 0.1%이다. 대장암 검진 수검 대상자를 1천 명으로 가정했을 때 360명 정도가 분변잠혈검사를 실시하고, 21명 정도가 양성반응을 보이며, 이 중 절반에 못 미치는 10명 정도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1명의 대장암 환자가 발견되는 것이다.

차 교수는 "대장암 예방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큰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3 · 4기에 발견되는 대장암 환자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수술을 안 해도 되고 완치 가능한 1기 · 2기에 발견되는 환자가 적다는 게 안타깝다."라고 했다.

암 자체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치료 비용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다. 어느 설문조사에서는 암 발견 시 죽음보다도 치료비용 걱정이 더 크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차 교수는 "치료비용도 우리가 함께 고민할 부분이다. 대장암 치료비용은 타 암종보다 비싼 편이 아니다. 약 2,350만 원 정도의 치료 비용이 발생하는데, 치료 비용을 낮추는 방법은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대개 4기 이후 환자들이 전체 치료비용에 있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4기 때 진단되면 완치도 안 될뿐더러 계속해서 치료비용이 들어간다. 조기에 대장암을 찾아야 치료비용도 낮출 수 있다. 가급적이면 검진을 통해 증상이 없을 때 발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대장암 수검률이 증가하고 대장암 발생률이 떨어졌던 두 시기가 있다. △유명 앵커였던 케이티 커릭(Katie Couric)은 남편이 대장암으로 사망한 후 2000년 대장내시경 검사를 직접 받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대장암을 진단 · 수술받았을 때도 대국민 관심이 환기됐다.

차 교수는 "대장암은 예방할 수 있는 암종이어서 홍보만으로도 분변잠혈검사 ·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대장암 발생률 ·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면서, "주변에 잃지 않고 싶은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대장암 검진을 받아보라고 권고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발제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를 메디포뉴스가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분변잠혈검사 검진율이 35.7%라면, 그 자체로 대장암 발병률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증가했다.

분변잠혈검사를 통한 대장암 사망률 감소는 오랜 기간 누적돼야 가능하다. 미국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국가적 분변잠혈검사 시행 후 13년 정도가 지났을 때 비로소 대장암 사망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대장암 검진을 시작한 지 겨우 10년 정도로, 발생률은 조금씩 줄고 있지만, 사망률까지는 줄고 있지 않다. 좀 더 기간이 누적되면 사망률 감소에도 기여하리라고 본다.

◆ 최근 분변잠혈검사를 대체할 진단키트가 나왔다.

해당 진단키트는 분별잠혈검사 중 정성검사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그런데 대변을 실제로 받아서 이를 녹여 피가 있는지를 살피는 방법과 좌변기에 키트를 넣어서 꺼내 살피는 방법의 민감도를 생각해보면 기존 검사를 키트가 대체하기는 어렵다. 

검사 편의성 때문에 키트가 권장되는 것이며, 민감도 · 정확도 측면에서는 키트가 표준검사보다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대변을 받아서 병원에 제출하는 과정 자체가 워낙 불편하기 때문에 그러한 불편함을 대체할 수는 있지만, 기존 표준 검사방법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 발제자 중 내시경 질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원급을 지칭하는 것인지? 

질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의원급에만 포커스가 맞춰진 설명이 아니었다. 의원뿐만 아니라 2차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에서도 나름의 질 관리가 필요하다. 대장내시경검사는 검사자의 실습 능력 · 수련 정도에 따라 굉장히 편차가 많은 검사이기 때문이다. 

CT 검사의 경우 어느 병원에서 받든 검사 결과의 정확도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장내시경검사는 시술하는 의사가 누구냐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이는 대장내시경검사가 가진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시술자 간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 학회 차원에서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병원에 속해 있는 교수 간에도 약간의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모든 의료기관 · 의료진 대상으로 질 관리는 동일하게 필요하지만, 꾸준히 교육을 실시하는 대학병원에 비해 개원가에서 상대적으로 그러한 노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학회에서는 개원가 대상 질 관리 교육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기본적 질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