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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재활난민 막는 회복기 재활의 미래…목표 전환이 급선무

가족에 의해 환자 거취 결정 좌우, 가족회의 자주 가져야

급성기 병원에서 쫓겨난 회복시기의 재활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여 치료받고 있다. 이 같은 '재활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회복기인 1개월 내지 6개월 간 집중적 재활치료를 보장하는 재활병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3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재활난민과 사회복귀, 무엇이 필요한가' 정책토론회에서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 박인선 원장이 '한국형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모델'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날 박 원장은 ▲환자 거취에 대한 예측 ▲가족 인터뷰 ▲지역사회 역할 ▲환자 행방 추적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원장은 "작업치료는 수가도 낮을뿐더러 삭감도 잘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만만하게 여기는 게 작업치료 삭감이다. ADL치료는 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삭감해도 병원에 큰 영향이 없지만, NDT치료를 삭감하면 병원들이 들고 일어난다. 그만큼 가장 만만한 게 작업치료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재활치료는 기능 회복을 위해 진행되지만, 대개는 기능 회복 후 병원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 다른 병원에서 동일한 치료를 받게 된다. 박 원장은 기존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환자가 치료 후 어떻게 살 것인지, 안전하고 알맞은 삶은 무엇인지 등 환자 개개인이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치료 삭감으로 나가라고 하면, 환자는 방향 · 계획 없이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된다. 이래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급성기병원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안정된 상태에 도달하는 게 가장 큰 미션이다. 재활치료를 시작하되 의학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예후 및 남게 될 장애를 보호자에게 잘 설명하여 향후 치료 계획 및 추후 관리에 대해 꼼꼼하게 의논 ·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병원 대부분은 설명을 전부 생략한다."면서, "더 큰 문제는 급성기병원에서 수련받던 레지던트가 병원을 나오면, 회복기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버린다. 이 때문에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회복기 재활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 유무 · 정도, 치료 이후 거주 등 환자의 재활치료 이후 상태를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를 처음에 받으면 팀 회의를 통해 환자가 향후 어떤 상태까지 되리라 예측한다. 의학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 종류 · 정도 및 입원기간을 고려하여 환자에게 필요한 재활치료를 시행해 치료 목적에 도달한다. 장애가 고정됐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는 환자 · 보호자에게 현 상태를 분명하게 설명해 퇴원 후 장애를 가지고 살아갈 방법 · 방향을 함께 논의한다."라고 했다.

유지기 요양병원에서는 재활치료를 통해 장애가 고정됐다고 판단됐으나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문제가 있거나 기능 · 사회적 문제가 있는 환자 대상으로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재활치료를 시행한다.

박 원장은 "요양병원에 보낸 환자는 전부 상태가 안 좋아진다. 최소한 상태가 나빠지게는 하지 않아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 병원에서는 요양병원에 보낼 환자를 꼼꼼히 치료하지 않으며, 나빠질 게 뻔하기 때문에 기쁜 마음이 아닌 찝찝한 마음으로 요양병원에 보낸다."면서, "제발 환자들이 상태 유지를 잘하는 요양병원을 찾았으면 한다. 집으로 보내는 게 다가 아니라 살만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회복기 재활의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환자 거취에 대한 결정은 가족의 환경 · 생각 · 태도에 따라 좌우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재활치료 이후 환자 거취에 대한 예측이 매우 중요해진다.

박 원장은 "가족 의지에 따라 환자는 식물인간 상태여도 집으로 복귀하며, 아무리 좋은 상태여도 요양병원으로 가게 된다."면서, "가족은 재활치료보다도 더 중요하다. 우리 병원은 가족회의를 치료 중간에 하기도 하고, 퇴원 전 하기도 한다. 최소 한 번, 어떤 경우는 두세 번까지 할 때도 있다. 어떤 가족은 퇴원 후 집으로 보내려고 이 짓을 하냐면서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욕을 먹는 한이 있어도 가족회의는 꼭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활환자의 사회복귀에서 지역사회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원장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다이빙으로 목을 다쳐서 사지마비가 됐는데, 해당 학생이 사회에 복귀하는 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역할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퇴원을 해도 집으로 못 가는 환자들이 있다. 원룸에서 독거하다가 입원해 집이 없어진 경우 퇴원을 해도 집으로 못 가는 상황이 발생해 다른 병원에 가는 재활폐인이 된다. 그래서 병원 옆에 재활마을을 만들었는데, 현재 열 몇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라고 했다.

환자는 재활치료를 많이 받기 원하며 병원은 돈이 되는 환자를 많이 치료하길 원한다. 

박 원장은 "목표 설정을 전환해야 한다. 환자는 재활치료로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며, 병원은 재활치료 후 환자를 무사히 집에 보내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면서, "요양병원이 많이 생기는 이유가 재활병원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배드당 단가가 더 높다. 대다수 요양병원이 재활병원으로 전환되게끔 재활병원이 요양병원보다 돈을 더 벌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재활병원 시범사업에도 디테일의 악마가 존재한다고 했다.

박 원장은 "시범사업에서 실시하는 온갖 평가 때문에 죽겠다는 아우성이 들리는데, 각론보다는 총론에 집중해야 한다. 실무자들은 각론에, 병원장들은 총론에 대한 논의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시범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활병원 시범사업에 들어온 S005 환자들의 행방을 추적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환자 행방 추적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기관에서는 전화하면 안 받는다. 그래서 이건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반드시 추적해야만 시범사업이 성공한다."라면서, "△재활병원 시범사업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주무부서가 전부 다르다. 이 때문에 소통이 되지 않아 일이 따로 진행되고 있다. 협력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본 발제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정은영 과장은 "재활치료에는 철학 · 신념이 필요하다. 재활병원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모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돈 생각 없이 본인의 철학 · 신념대로 서비스를 구현하는 부분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면서, "재활병원에서 오랜 경력이 있는 사람이 오래 근무했으면 한다. 작업치료 · 물리치료 수가가 너무 약하다 보니 병원이 젊고 나이 든 사람을 고용하지 않으려 한다. 박 원장 병원에서 근무하는 작업치료사 · 물리치료사 경력은 어느 정도인지 묻고 싶다."라고 질문했다.

박 원장은 "다른 병원에 비해 우리 병원은 많은 페이를 주지 못하지만, 병원 동료들이 행복하게 오래 일하길 원한다. 우리나라 물리치료사 · 작업치료사가 정년까지 일하는 것은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좋은 뜻을 가지고 끝까지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