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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애브비 ‘마비렛’, 국내 환경에서 힘 발휘할 수 있을까?

원주 C형간염 집단감염 후발조치에 국민건강증진기금 투입 결정

최근 지난 2016년 발생했던 원주지역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피해 보상이 2년 6개월 만에 결정되며, 대부분의 피해자가 치료비를 지원받게 됐다. 지원 대상은 당장 치료가 필요한 RNA 검사 양성환자 196명과 자비를 들여 치료와 검사를 완료한 213명 등 총 409명이며, 지원은 국민건강증진기금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이번 정부의 조치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피해자 지원은 마무리되겠지만 후발조치 외 C형간염 관리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조치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C형간염은 주로 혈액 또는 혈액제제의 수혈로 전염이 되는 질환인 만큼 침이나 주사바늘 등을 사용하는 시술기관의 관리 부실로 인해 한 번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면 그 피해 규모가 상당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관련된 보상 지원은 정부의 재정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C형간염이 만성화되어 간경화나 간암 등으로 진행되는 경우와 그 사회적 부담을 고려하면 정부는 해당 시술 기관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뿐 아니라 숨어있는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의 발굴 및 치료로 원천적인 감염 위험을 낮추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치료 8~12주 안에 C형간염의 완치를 가능케 하는 직접작용항바이러스(DAA) 제제들이 등장하며, 정부의 C형간염 환자 관리를 위한 유리한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때문에 국내 간 전문의료진들은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이나 일반건강검진에 anti-HCV 검사를 포함해 숨어있는 C형간염 환자를 발굴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이에 대한 시범사업을 마치고 국가검진 포함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저렴한 anti-HCV 검사 비용, ▲완치 수준의 치료제 등장과 치료기간 단축, 그리고 ▲치료약제들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사실상 C형간염 환자 발굴 시 치료를 위한 대부분의 조건이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비용효과성을 핑계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러는 동안 기존에 C형간염으로 진단 받은 환자들은 모두 완치되어 지난 1년 사이 DAA 치료제들의 처방률은 절반 넘게 줄어든 상황이다.


26일 메디포뉴스가 유비스트 자료를 토대로 C형간염 DAA 치료제의 원외처방실적을 살펴본 결과, 7월 한 달 DAA 제제의 총 월처방 실적이 33억 7백만 원으로 전년 동기인 77억 8,900만 원 대비 5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오래된 품목 중 하나인 길리어드의 ‘하보니’와 ‘소발디’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해 각각 91.9%, 57.8%의 처방실적 감소를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하보니의 보험약가 상한금액이 정당 29만 7,620원에서 13만 40원으로 56%, 소발디는 24만 4,267원에서 12만 6,190원으로 48% 낮아진 것을 감안하면, 약가의 조정 이후 약 두 달간은 처방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한 달 월 원외처방액이 약 49억까지 떨어졌던 ‘하보니’의 경우 6월과 7월에는 약 51억과 68억으로 증가하고 있어 실제 처방율은 증가한 것이다. 이는 소발디 역시 마찬가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엠에스디의 ‘제파티어’와 애브비의 ‘비키라∙엑스비라’의 경우에는 후발주자인 만큼 전년 대비 상승률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올해 상반기부터는 처방실적이 정체기에 들어간 상태다.


‘제파티어’는 7월 한 달 8억 2,300만 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35.8% 증가률을 보였지만, 2018년 이후 8억 초반과 7억 후반대를 오가며 실적에 별다른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비키라∙엑스비라’의 경우에는 불리한 복용편의로 인해 더욱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편, 애브비의 새로운 C형간염 치료제 ‘마비렛’이 6월부터 급여 적용되며 내달 출시를 앞두고 있어, C형간염 치료제 시장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마비렛(성분명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은 범유전자형 C형간염 치료제로 정당 6만 5,020원으로 급여 적용됐다. ‘마비렛’은 폭넓은 적용 범위와 8주 치료기간 단축, 저렴한 가격대로 실제 미국에서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을 뒤흔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반면 비엠에스의 ‘닥순요법’은 전년동기 대비 약 90%의 하락을 보이며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마비렛’의 내달 출시가 C형간염 치료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C형간염 환자들이 꼭꼭 숨어 있는 이상 별다른 변수로 작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의 감소가 C형간염 환자의 유병률 감소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숨어있는 환자들의 낮은 치료접근성 수준을 반영하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내 C형간염 환자수는 3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2016년 기준 진료 환자는 5만 명이 채 안 된다는 통계가 있었다. 나머지 25만 명이 넘는 환자들을 어떻게 발굴하고 치료∙관리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부 역시 이번 원주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후발조치 외에 효과적인 C형간염 관리를 위한 선제적 조치 방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