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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제도 한계로 환자들의 죽음…회의감 들어”

삼성서울병원 김기현 교수, 명분만 찾는 위험분담제 한계점 ‘일갈’

위험분담제 시행 5년차를 맞이하며 그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한계점에 대한 개선 방안을 찾고 있는 지금, 각계의 주장에 대한 한 의료전문가의 신랄한 비판이 제기됐다.


위험분담제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명분만을 앞세우며 제도의 유연성을 저해시켜, 실제 치료제가 존재해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의 치료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위험분담제 도입 5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의 주최 하에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고가 신약의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도입된 위험분담제의 시행 5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한계점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의료 현장에서 바라본 위험분담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다발골수종 치료약제를 중심으로’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교수는 현장에서 골수종 환자를 치료하며 겪은 제도의 한계점을 언급했다.


김기현 교수는 과거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의 적응증 허가 후 급여 적용까지 소요된 5년의 기간을 언급하며, “연구 결과 레블리미드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한 재발성 다발 골수종 환자의 연간 손실이 600명이라면, 5년간 약 1,600명의 환자 손실이 있었으며, 이는 160명의 환자가 10년 더 살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종양전문의로서 당시 1주일에 1명씩 환자가 사망하는 모습을 봤다”며, “미국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는 약제였는데 눈앞에서 환자가 죽어나가는 모습을 봐야 했고, 이 일을 5년을 겪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어 “환자들이 ‘외국에서는 살 수 있다는데’,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데’와 같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의료진으로서 할 수 있는 일 없어 회의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교수는 위험분담제 도입 후 이 같은 상황이 없어졌느냐에 대해서, 현재도 ‘다라투무맙’ 보험 급여 과정에서 같은 이슈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그는 “재발성/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의 경우에는 반복되는 재발로 인해서 다양한 약물 치료옵션이 필요하고, 효과적인 병용요법이 많이 연구되어 활성화되어 있으며, 환자 개개인의 특성 및 기저질환, 약제별 부작용 등 상황에 따른 치료옵션이 필요하지만, 제한된 급여 기준으로 인해서 의료진의 처방권이 제한되고 있으며 환자별 맞춤 처방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기현 교수는 “위험분담제 도입으로 인한 그간의 치료접근성 향상, 생존율 연장, 환자의 경제적 부담 감소 등의 성과는 인정하지만, ‘대체약제가 없는’이라는 독소조항으로 인해 형평성 문제나 후발신약의 접근성 제한 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적응증 확대에 따른 급여기준 확대 등 최근 빠른 의료기술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개선 방향으로 ▲최근 개발되고 있는 병용요법 약제들의 급여화, ▲제한된 대상약제 기준의 확대, ▲후발약제의 위험분담제 적용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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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어진 토론회에는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장우순 상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강아라 정책부장, 다발골수종환우회 백민환 회장, 히트뉴스 편집국장 최은택 기자,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위험분담제 적용대상 약제의 확대에 대해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강아라 정책부장은 “위험분담제 적용대상 확대를 논하기 위해서는 애초의 제도 도입의 목적과 취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하며, “위험분담제 도입 당시 복지부의 취지는 대체약제가 없는 암이나 희귀질환과 같은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대한 ‘예외적인’ 상황을 논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치료제와의 형평성 논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위험분담제가 도입된 지 이제 5년이 된 시점에서 재평가를 통과한 약제도 겨우 2건에 불과하다”며, “기존 약제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적용범위 확대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분담제 개선 방안에 대한 건약의 입장에 대해 강아라 정책부장은 “약제 평가를 맡고 있는 심평원의 평가 회의 속기록 공개 등 투명성 갖춰야 할 것이며, 후평가 후 퇴출 약제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위험분담제 적용 약제를 처방할 때 환자에 미리 사후평가에서 미흡한 효과를 보였을 경우 해당 약제가 퇴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시키고, 환자에 동의를 받는 절차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기현 교수는 곧바로 제도 도입 당시의 취지나 명분만을 이유로 제도의 유연성을 저해하는 태도에 대해 비판을 이어나갔다.


김 교수는 “환자에 따라 특성이 다르고 나타나는 부작용도 다르다”며, 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약제가 다양할수록 실제 환자 치료에 유리함을 강조했다. 그는 대체약제가 있다고 후발약제의 등재를 막는 건 적절치 않다며, 명분과 현실적이지 않은 기준을 한계 삼아 진전 없는 논의를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위험분담제도 대상약제 기준 조항 안에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 외에도 ‘기타 위원회가 질환의 중증도, 사회적 영향, 기타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부가 조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하는 경우’라는 조항이 있어 적용 대상의 확대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은 “위원회에서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만, 구체적 기준이 없어 그동안 활용을 못해 왔다”고 인정하며, “이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공개하면 제약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적용범위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 밖에 적용대상 확대에 대해 환자 대변 단체인 다발골수종환우회 백민환 회장과 제약사 입장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장우순 상무는 찬성의 뜻을 표했으며, 장우순 상무는 현행 암이나 희귀질환을 ‘중증질환’ 정도로 확대하는 게 적절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