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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신약 접근성 개선 논의, 약가에 대한 불신 여실히 드러나

"적정 약가 인정해야" vs "가격만큼 혁식적인 효과 없어"

고가 신약의 환자 접근성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에서 제약계와 그 외 단체가 약가에 대한 전혀 다른 견해를 내비치며, 제약사가 제시하는 약가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여실히 드러났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고가 신약의 신속한 환자 접근권 보장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환자에게 의약품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경상대학교 약학대학 배은영 교수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위험분담제는 지난 5년간 고가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의 향상을 불러왔지만 이중 가격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가격 체계의 투명성을 약화시키고, 고가의 표시 가격을 유지할 수 있게 하며, 재계약이 불발되고 급여에서 삭제 시 정치적 부담을 가져오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배은영 교수는 위험분담제의 개선 방안으로 암이나 희귀질환 외 중증질환에서 적용 범위의 확대를 주장하며 ▲위험분담제 약물이 계약 종료 또는 협상 불발로 비급여로 전환될 경우 기존 환자에 일정 유예기간을 적용함으로써 혼선을 최소화하고, ▲약물의 사용 시 환자에게 위험분담 적용 대상 여부와 추후 계약 종료 시 비급여될 수 있음을 설명, 사전에 동의서를 작성하며, ▲환자에 계약 종료 시점을 일정 주기로 제공하는 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접근성 강화 개선 방안의 하나로 식약처와 심평원이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해 시판 허가 및 건강보험 급여를 동시에 신청하고 동시에 심사 결정하는 ‘신속 건강보험 등재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해당 약제가 OECD 가입국에서 3개국 이상 등재 시 등재 가격의 최저가를 임시 약가로 산정하고(3개국 이하인 경우 약제급여평가위에서 결정) 추후 협상된 최종 약가에 대해 차액을 사후 정산하는 형태다.


현재의 제도는 임시방편에 불과! 안정적인 신약 공급 위해선 합리적 약가 인정 필요!


이날 글로벌 제약사 측 대표로 토론에 참석한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임경화 한국얀센 상무는 배은영 교수의 위험분담제 적용범위 확대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전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합리적인 약가의 인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국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위험분담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지만, 도입 5년차를 맞은 현재 재평가로 인해 안정적인 약제 공급에 다시금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며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적정한 약가 인정 여부라고 꼬집었다.


임 상무는 경제성 평가 시 글로벌 제약사에서 제시하는 근거 수준은 글로벌 기준임을 강조하며, 여기에 국내 ICER 임계치를 적용함으로써 근본적으로 본사가 기대하는 약가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경제성 평가제 도입 후 신약의 도입률이 낮아진 것이 신약의 가치를 적정하게 인정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현재와 같은 경제성 평가 기준를 고수하며 위험분담제를 확대하는 논의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제성 평가의 ICER 임계값에 대한 현실성 반영 없이는 위험분담제로 환자의 약제 접근성을 높인다 한들, 이를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고가의 혁신 신약들, 과연 현재 약가 산정이 합당한가?


한편, 암시민연대 최성철 대표는 혁신 신약에 대한 값비싼 약가 산정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과연 지금 우리가 혁신의약품이라 이름 붙인 신약들이 그만한 약가를 산정할 만큼 혁신적이냐는 것이다.


그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가 제도 개선을 주장하며 예로 든 혈액암 치료제 ‘글리벡’을 언급하며, “글리벡은 혁신 신약이라 칭하는 게 아깝지 않은 유일한 약제”라고 강조하며 “다른 약제들에 대해서는 가격만 ‘혁신적’일뿐 효과는 전혀 혁신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혁신의약품 타이틀을 달고 있는 약제들은 ‘글리벡’과 견줄 만한 치료효과의 혁신은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글리벡의 경우 이날 발표에 따르면, 치료 시 7년 생존율이 94%, 무진행생존율이 88%에 달하며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효과에 있어 엄청난 혁신을 이뤄낸 제품이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질병의 치료라기보다는 말기 암 환자의 유지치료(생명 연장)에 사용되고 있으며, 특정 암에 있어 눈에 띄는 결과를 나타내긴 있지만 '글리벡'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


그는 “현재 국가와 제약사 간 허가∙급여 과정에서 환자는 볼모로 잡혀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현재 논의되는 개선안들은 그저 급여기간을 단축시키거나 높은 약가를 유지하는 또 다른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제도의 신설이든 기존 제도의 개선이든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해당 약제가 확실한 효과가 있다면 환자는 그 약제를 쓸 수 있어야 하며, 정부와 제약사 간 협상과정에 있어 환자가 피해를 받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보험사나 정부가 약가를 대신 지불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제약사가 그토록 값비싼 약가를 요구할 수 있는 환경적 원인이라며, 협상 과정에 있어 환자가 피해를 입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합리적인 약가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등재 이후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후향적 임상연구 진행해 투입된 건보 재정 대비 합당한 효과를 내고 있는지 검증할 필요 있으며, 초고가 신약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이상 국제적으로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약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패널은 또 있었다.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배승진 교수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측이 제언한 도입 방안을 지적하며 “임시 약가의 참고 국가들을 살펴보면 글로벌 제약사의 본사가 위치한 국가거나 대부분 고가의 약가를 인정해 주는 국가들로, 해당 국가들에서의 최저가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발제를 맡은 배은영 교수도 글로벌 제약사 측이 제기한 국내 ICER 임계값이 낮아 적정한 약가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의견은 동의할 수 없다며, 실제 환자들의 지불의사를 연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임계값보다 더 낮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위험분담제를 시행하는 나라들에 대해서도 인정된 등재 약가만을 볼 게 아니라 추후 환급된 비용까지 모두 감안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모아 타국의 약가에 대한 신뢰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지불자의 고민, 혁신신약의 증가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


이날 다른 패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본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의 핵심 답변은 ‘혁신 신약의 증가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가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라는 것이다.


한정된 재정으로 얼마나 합리적인 재원의 활용을 가능케 하냐가 정부의 최대 과제인데, 근거 수준이 미약한 혁신 신약들이 이른 단계에서 속속 허가권 안으로 들어오며 불확실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


곽 과장은 그 불확실성에는 약제 효과에 대한 것도 있지만 가격에 대한 것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러한 신약에 대한 약가는 극비에 붙여있어 정부는 제약사가 제시하는 약가를 무턱대고 다 인정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이날 설명이다.


또한 건보료 인상도 필요하지만 재원이 한정된 이상 중증질환에 대한 의료비용 증가는 반대 급부로 경증 만성 질환에 대한 재정 투입 감소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또한 논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체 환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만성질환자들이 그에 대한 재정 감소를 감수하고라도 소수의 중증질환자에 대한 재정 투입에 합의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라는 것.


이밖에도 최근 제기되고 있는 위험분담제 재평가에 다른 약제 공급 안정성 우려에 대해서는 환자 보호 방안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패널 토론자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배승진 교수,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임경화 한국얀센 상무, ▲참여연대 김남희 조세복지팀장, ▲암시민연대 최성철 대표, ▲중앙일보 신성식 기자,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