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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자폐증에 무지한 대한민국…'공익광고'로 발달장애 차별 해소해야

"발달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통합 이뤄야"

지난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 36명 중 1명이 자폐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발달장애는 조기진단 · 조기개입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에 대한 거부감과 사회적 낙인 등이 적극적인 치료를 가로막고 있고,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 지방자치단체는 사회 인식을 개선할 홍보영상 · 유인물 제작을 하고 있지 않아 발달장애 인식 문제의 심각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인식 개선 취지의 공익광고를 지상파 · 전광판 방송을 통해 송출하여 빠른 시간에 많은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달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해소하고, 공익광고 효과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발달장애 인식개선 공익광고 강화방안' 토론회가 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박지민 사무관은 "장애인 정책에서는 장애인의 완전한 통합 · 참여를 목표로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맞춰, 발달장애인과 같은 중증장애인도 병원 · 시설에 격리되지 않고 지역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커뮤니티케어는 격리된 시설보호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내에서 돌봄, 주거 등 필요한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체계이다. 

박 사무관은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1960년대 이후 수용 중심에서 커뮤니티케어로 정책 기조를 바꾸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에서 커뮤니티케어가 발전한 바탕에는 장애인에 대한 공익광고가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은 The National Autistic Society에서 미디어센터를 운영하며, 짧은 소셜미디어 영화를 통해 일반 대중, 정치인, 기업이 자폐증을 더 잘 이해하게끔 도와주고 있다. 미국은 AD Council이라는 기관에서 자폐증 장애 단체 Autism speaks와 협업해 자폐증장애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 중 80%가 발달장애인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

박 사무관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반적인 장애인 인식에 관한 공익광고는 있었지만, 발달장애인에 대한 공익광고에 대한 관심은 전무했다."라면서, "복지부는 2015년부터 시행된 발달장애인법에 근거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달체계로써 ▲전국 시 · 도에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설치 · 운영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 공공후견지원사업 및 권익옹호 지원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거점병원 · 행동발달증진센터를 통한 치료 · 전문적 행동치료 ▲발달장애인 돌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부모 상담과 가족 휴식 등을 지원 중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발달장애인 전용 시설을 만들어달라는 보호자 요구가 많지만,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발달장애인 전용시설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박 사무관은 "선진국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일반 시설을 이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마음 편하게 눈치 보지 않도록 전용시설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많다."라고 했다.

복지부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이 그룹별 낮 활동을 할 수 있는 주간활동서비스 제도화를 준비 중이다. 본 서비스는 현재 예산 심의 중으로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박 사무관은 "주간활동서비스는 특별한 게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가정 내에서 고립되지 않고 지역사회 내 시설을 이용하여 탁구를 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서비스를 준비하면서도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지역사회 일반 시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상처받고 배척당하지 않을까 염려됐다. 아직은 두려움 · 오해 · 선입견으로 발달장애인을 꺼리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인식 수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공익광고가 제작 · 송출된다면 인식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시도지사에게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예산에 관해 물어봤다. 그런데 장애인 예산은 주로 행사 위주의 예산으로, 국민 대상의 발달장애인 인식 개선 홍보 예산 자체는 잡혀있지 않았다."면서, "이 문제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제기했더니 적극적으로 동의하면서, 서울시 자체 컨텐츠 개발로 홍보를 통해 국민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라고 했다.

이어진 지정 토론에서 서울시 어린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동수 전문의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중심의 '발달장애 공익광고 방향성 ·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자폐성 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특징적 행동 및 특정 영역에 제한된 관심을 보이는 발달장애로, 개인마다 장애 특성이 매우 상이해 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der, ASD)로 불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자폐성 장애 유병률은 2.24% 지적장애는 1.10%로 확인됐다.

서 전문의는 "발달장애 진단 후 실제 등록 비율은 12.6%로, 발달장애인 진단 · 치료의 지원에 있어 일반인 인식이 상당히 가로막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고 언급했다.

발달장애 공익광고 목적은 ▲발달장애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및 수용 증가 ▲발달장애 조기 진단 ▲어려움에 대한 극복 희망 전달 등으로, 서 전문의는 "공익광고로 발달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통합을 이룰 수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은 어릴 때부터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성장 · 발달을 이룰 수 있는데, 그러한 점에서 공익광고가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발달장애 인식개선 방법에는 ▲공익 방송 캠페인 진행 ▲인지도가 높은 각종 행사 · 언론 · 영상미디어 노출 ▲포스터 제작 ▲소셜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세계 자폐인의 날 행사 개최 등이 있다. 

서 전문의는 "미국 NBA 결승전을 보면, 코치 · 프런트들이 미리 제작된 파란 배지를 달고 나오는데, 이 배지가 발달장애인 홍보와 인식 제고에 크게 기여한다. 우리나라도 스포츠 이벤트와 현실적인 포스터, SNS · Youtube · Facebook 등을 통해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폐성 장애는 낙인효과로 보호자 대다수가 진단 초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고 있다. 

서 전문의는 "보호자들이 진단 시기 자폐 용어 사용에 부담을 느낀다. 심지어 할아버지 · 할머니에게도 자폐증이라고 말하지 못한다."며, "자폐증으로 진단받으면 생명보험 · 실손보험 등 사보험 가입이 어려워서 타 장애로 진단받으려는 경우도 있다."라고 했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3분의 2는 학교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신체장애인보다 더 많은 차별 · 회피 반응을 겪는다. 

서 전문의는 발달장애 공익광고가 ▲장애인은 변하지 않는 가운데 대중 인식의 변화를 표현하고 ▲관점 변화만으로는 장애인 통합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야 하며 ▲다양성이 사회에 왜 필요한가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배제에서 포함으로의 이동이 표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전문의는 "미국에서 진행한 몰래카메라를 보면, 발달장애인 가족이 공중장소에서 식사하던 도중 발달장애인이 문제 행동을 일으키자 부모가 야단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일반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면서 발달장애인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이 부분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반면, 우리나라의 보호자들은 아이들이 공중장소에서 문제를 일으킬까봐 바깥에 나가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조속한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이전에는 자폐인을 영화 레인맨의 주인공 정도로만 인식하는 등 자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현저히 부족했다. 부모들은 자녀가 자폐아임을 드러내는 데 있어 거부감 · 공포감이 있었고, 자폐에 대한 사회적 낙인 · 근심이 자폐에 대한 대화를 가로막았다. 

서 전문의는 "2006년 기준 미국의 자폐 유병률은 110명당 1명으로, 높은 자폐 유병률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대중 관심 증가가 계기로 작용해 자폐 공익광고를 제작 · 송출하여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자폐성 장애 공익광고를 살펴보면 △눈 접촉의 어려움, 빛에 대한 민감함, 반복적 행동 및 언어 지연 등 자폐성 장애 증상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제이콥이라는 실존 자폐아의 장난감을 광고에 사용하며 △마지막 부분에서 제이콥 목소리를 반영하여 언어 발달을 보여준다.

이 밖에 저명인사들의 자폐 인식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저명인사 중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가 광고를 통해 자기들의 경험을 들려주며, 자폐아의 가족들이 광고에 등장해 자폐성 장애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 전문의는 "자폐성 장애는 조기진단 · 조기중재가 가장 중요한데, 공익광고를 통해 자폐증 증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제 조기 진단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공익광고를 통한 자폐인식 변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어린 아동을 둔 부모의 81%는 자폐를 매우 · 다소 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06년 대비 45% 증가한 수치이다."라고 했다.

이 같은 공익광고로 미국에서는 여러 정보를 접하면서 자녀 증상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전문의를 찾는 케이스가 증가했다. 

끝으로 서 전문의는 조기진단 · 조기개입을 강조하며 "발달장애아와 그 가족이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