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유아의 좋지 않은 건강 상태는 성인기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임신 · 출산을 통해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으로 나타난다.
이에 북한 영유아 및 아동의 건강 · 영양 상태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과 더불어 아동의 삶의 질 중심으로 통합적인 아동 지원 방안의 개발 · 실행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조성은 통일사회보장연구센터장은 7월 30일 발간된 보건복지 이슈&포커스 제351호에서 북한 영유아 및 아동 지원 사업을 분석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북한 저체중 비율은 5.7%이며, 평양 3.8%, 양강도 · 황해남도 7.7%, 강원도 7%, 자강도 6.6% 등 지역 간 격차가 뚜렷한 게 특징이다.
조 센터장은 "북한에서 저체중아 비율이 높은 것은 임신 전후 산모의 영양 부족, 다산, 인공수정, 낮은 사회경제적 상태 때문"이라면서, "산모뿐 아니라 전 주민의 영양 상태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2015년 GHI(세계기아지수)에 의하면 북한 총인구 2,490만 명 중 70%인 약 1,800만 명의 주민이 식량 부족을 경험하고 있고, 대다수 주민이 하루 기준치 25% 이하의 단백질과 30% 이하의 지방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2016년 GHI에서 북한은 28.6점을 받아 118개국에서 98위를 차지하며 심각한 수준으로 분류됐다. 타 연구에서는 전체 인구의 41%인 1,050만 명이 영양 부족 상태이며, 특히 여성과 5세 미만 아동의 영상 섭취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 센터장은 "건강뿐만 아니라 열악한 사회 인프라 및 의료 서비스 공급의 제한으로 영유아 · 아동의 질병 위험이 높고,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도 다소 높게 나타났다."라고 했다.
북한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은 ▲1998년 1천 명당 92.3명 ▲2000년 76.8명 ▲2004년 44.5명 ▲2009년 41.4명 ▲2012년 36.8명 ▲2017년 24명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으나,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이 지난해 2월 발행한 '기억해야 할 잊힌 위기 지역 12곳'에 따르면 전체 북한 인구의 25%가 필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 상태로, 영유아를 포함한 170만 명의 어린이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세계보건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영유아 사망률은 1천 명당 24명으로, 남한의 3명보다 21명이나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조 센터장은 "아동의 영양 문제는 아동이 성장하여 임신·출산할 때의 문제로 연결되고, 모성의 열악한 영양 및 건강 상태는 다시 태아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간 후천적 환경 및 생활 습관 변화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감염성 질환도 태아 · 영유아기의 영양 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동이 성인기에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등의 비감염성 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조 센터장은 "북한의 모유수유율은 높게 나타나지만 충분한 보충식 섭취 비율은 매우 낮아 영유아의 영양 상태는 여전히 심각하다."면서, "깨끗한 식수를 섭취하지 못하고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에 노출된 아동들은 영양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질병에 취약하고, 이것이 영유아 사망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의 영유아 예방접종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남한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최근 북한의 영유아 사망률이 점차 낮아지는 것은 북한의 영유아 예방접종률 증가
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협력 · 노력으로 북한의 신생아 예방접종률이 높아져 영유아 사망률을 감소시켰던 경험은 북한 영유아 및 아동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한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평했다.
실제로 ▲북한의 신생아 결핵 예방접종률은 △2000년 78% △2005년 94% △2010년 97~98%로 증가하여 남한의 99.8%에 근접했다.
▲1세 이하 DTP 3차 예방접종률은 △2000년 50% △2005년 79% △2016년 96%로 증가하여 남한의 99.6%보다 약간 낮은 수준을 보였다. ▲2세 이하 홍역 예방접종률도 △1995년 67% △2005년 96% △2016년 99%로 증가하여 남한의 99.6%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소아마비 예방접종률은 △1995년 88% △2005년 97% △2016년 99%로 증가하여 남한의 99.6%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대북 지원 영역은 최근까지도 기초보건, 긴급구호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조 센터장은 "향후 영양 지원, 교육 지원, 복지 개선 등 다양한 사업이 더욱 집중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남북한 아동 보건복지 향상 10개년 계획'과 같은 중장기 비전과 목표, 전략 · 정책방안을 기반으로 중앙정부 · 지방자치단체, 정부 · 민간 부문 간 상호 협력 · 역할 분담을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했다.
이어 조 센터장은 "향후 10년간 지금의 저출산, 식량난, 열악한 의료보건 상태가 유지된다면 북한 인구의 고령화뿐 아니라 통일 이후 노동 생산성 개선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할 때 경제적 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투자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