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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연이은 요양원 집단 잠복결핵, 무섭고 불안한 요양보호사들

"잠복결핵 판정, 어떤 곳에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알 수 없어"

국내 결핵발생률은 최근 수년간 감소추세지만, 국민 25~33%는 '잠복결핵' 감염 상태로 향후 결핵 발생의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의료 관련 종사자는 잠복결핵 감염 위험이 높을뿐더러, 결핵 감염 후 활동성결핵 발생 시 환자에게 결핵을 전염시킬 위험이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잠복결핵균 감염이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일선 노인 요양기관 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 D구 소재 노인요양시설(이하 A시설)에서는 지난해 2월과 금년 5월 총 6명의 요양보호사가 잠복 결핵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어서 지난 6월, 입소한 2층의 B환자에게 기침, 발열 등 결핵 의심 증상이 발생하여 2층에서 근무한 요양보호자 대상으로 접촉자 검사를 진행한 결과 13명의 요양보호사가 잠복결핵 양성판정을 받았다.

D구 보건소 측은 6일 "B환자가 검사를 받은 병원에 문의한 결과 해당 환자는 결핵이 아닌 것으로 진단변경됐다."면서, "B환자와 양성판정을 받은 13명의 요양보호사와는 연관성이 없다. 13명의 요양보호사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알 수 없고, 단순한 잠복결핵 집단검사 케이스가 돼 버렸다."고 언급했다.

A시설에 근무하는 C요양보호사는 "결핵균이 있는 어르신들이 우리에게 병을 옮길까 괜히 불안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몇몇 보호자가 찾아와서 잠복결핵이 있는 선생님에게 우리 어르신을 맡기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어르신들에게 옮았는데 보호자들은 그렇게 역으로 기피한다."라고 했다.

메디포뉴스는 6일 잠복결핵 집단 감염 사건이 발생한 A시설을 방문하여 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원장은 "우리는 어르신을 돌보는 기관이어서 감염 위험이 현저하다. 이 때문에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을 상시 배치 중이며, 방문자들에게 마스크 착용 및 손 소독을 권장하고 있다."면서, "자체적으로 1차 회의를 열어 요양보호사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이 사건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한 지자체가 전수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보건소와도 협의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세밀하게 의논해 방책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B환자와 관련해서는 "B환자가 체력이 저하되고 감기 기운이 있어서 병원에 보내 결핵 판정을 받게끔 했다. 1차 검사에서 잠복결핵 의심으로 판정됐다고 연락이 와서 보건소 차원의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2차에서는 결핵이 아닌 것으로 판정됐다."고 설명하고, "우리는 병원이 아니라 요양원이어서 결핵을 검사할 수 있는 기계도 없다. 해당 환자 상태가 안 좋으면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병원으로 보낸다."고 했다.

정보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원장은 "4일 요양보호사 대상 결핵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결과 통보 사실을 구를 통해 알게 됐다. 결핵감염은 개인정보여서 정확한 감염인 수도 모른다. 잠복결핵이 있는 어르신이 누구인지 알리는 것도 인권침해 · 개인정보 유출이다. 이 때문에 누가 잠복결핵에 걸렸는지 현재 모르는 상황이다."라면서, "잠복결핵은 집에서도 걸릴 수 있고, 모임에 가서도 걸릴 수 있다. 어디에서 걸렸는지 모른다."라고 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 저하로 연령대별 결핵균 보균자 수가 늘어나게 된다. 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결핵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장은 "결국 피해 보는 이들은 이 기관 내 사람들이다. 특정 요양보호사의 결핵감염 사실이 밝혀지면 요양보호사끼리도 함께 못 지낼 수 있다. 또, 보호자가 찾아와서 '어떤 선생님에게 잠복결핵이 있다는데 우리 어르신을 맡기지 말아 주세요'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요양원에 산재해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결핵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캠페인 등을 진행해야 한다. 우리도 차선책으로 보건소에 연락해 보호자, 방문자 등에게 배포할 목적으로 잠복결핵과 관련된 모든 교육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라고 했다.

A시설은 한 해 1회 시행했던 X레이 검사를 2회로 늘릴 계획이다.

원장은 "국가 차원에서 잠복결핵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요양원 대상으로 정기 검사 등 의료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요양보호사 수도 부족하다. 요양원은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시설로, 무엇보다도 인원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A시설에 근무하는 E간호사는 "잠복결핵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고, 면역력을 잘 키우면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치료해도 또 발생할 수 있는 것이 결핵이다. 감염 문제여서 자기 자신이 관리를 잘해야 한다."면서, "우리 시설뿐만 아니라 타 요양시설, 요양병원, 유치원, 학교 등 모든 곳에서 결핵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스크 착용이다. 내 몸을 내가 잘 키워서 이겨나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