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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머리채 잡히는 간호사, 증언 쏟아져도 병원은 뒷짐만?

술자리 시중도 강요, 취객에게 살해 협박도 당해

"퇴원을 권유했던 환자가 만취해 찾아와 칼로 위협했던 적도 있다."

지난 10일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간호사들이 간호사를 말한다!' 토론회에서 부산대병원 조옥희 간호사가 이와 같이 증언했다.

조 간호사는 "예전에 양산부산대병원에서  흉부외과 교수 폭언 · 폭행 사건이 있었다. 당시에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교수가 신규 계약직 PA간호사와 일하다가 손발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발길질을 했고 건방지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데 해당 교수는 정직 1개월 처분을 받고 업무에 복귀했고, 피해 간호사는 사직했다. 당시에 내가 용기 내서 말했다면 후배들이 그런 식으로 병원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고백했다.

병원 내 교수는 절대적인 존재이며, 이들이 폭언 · 폭행, 술자리 시중 강요, 성희롱 등을 저질러도 쉽사리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했다.

조 간호사는 "폭언 · 폭행을 당해도 주변에 알리기보다는 대부분 참고 넘긴다. 병원은 환자의 건강 ·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된 상태에서 일하며, 경직되고 수직적인 문화가 팽배해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라면서, "더 심각한 것은 환자 · 보호자가 행하는 폭언 · 폭행이다. 야, 어이, 너 등의 반말은 기본이고, 환자가 간호사를 아가씨라고 부르기도 한다. 취객에게 머리채가 잡히기도 하고, 각종 성희롱에 시달린다. 상태가 나빠진 환자의 보호자가 소리를 지르며 의자를 던지려 했던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환자의 폭언 · 폭행은 심각한 수준인데, 병원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했다.

조 간호사는 "이들을 모두 고발해 처벌할 수 없다. 환자의 폭언 · 폭행은 심각한 수준인데, 병원 대응은 소극적이다. 심지어 폭행한 환자가 내원할 경우 다시 받아주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럴 때 병원은 간호사를 전혀 보호할 마음이 없고 부속품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허탈감이 든다. 이렇게까지 일해야 하나 싶은 자괴감에 간호사는 병원을 떠난다."라고 말했다.

많은 간호사가 우울증, 대인기피증, 수면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조 간호사는 "심지어 병원들은 PA간호사가 불법인데도 수를 늘리고 있다. 외과 계열의 경우 전공의 지원자가 부족해서 PA간호사 없이는 수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PA간호사가 의사 대리 처방, 경과기록지 작성, 수술 상처 봉합 등을 하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무면허 진료로 법적 문제에 얽히는데, 이 경우 병원은 간호사를 보호하지 않는다."라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지혜를 모아 적정 간호 인력 수를 확보하든지, 미국처럼 전문적인 교육을 해서 법적으로 제도화하든지 PA간호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간호사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이자 가족이라고 했다.

조 간호사는 내가 하는 노동이 불법적 일로 매도당하지 않도록 안전하고 존중받는 근무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요청했다.

한양대의료원 공지현 간호사는 최근 태움 문제가 대두되면서 경력간호사가 더는 신규간호사를 성심성의껏 교육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 간호사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태움을 '쟤가 덜 타서 그렇다'라고 농담처럼 사용했는데, 단어 뜻을 찾아보니 무서운 의미였다. 태움 문화는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 예전에 우리 병원에서 경력간호사가 비하 발언을 사용하며 신규간호사를 가르치는 것을 보고, 돕고 싶은 마음에 문제를 제기했더니 경력간호사가 울면서 신규간호사 편만 든다고 역공격했다. 그래서 신규간호사를 보듬지 못하고 방관자로 병원에 남았다."라고 말했다.

병원 현장이 생명과 직결됐기 때문에 태움이 발생한다고 했다.

공 간호사는 "의료진은 생명과 직결되며,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간다. 그래서 병원 교육이 더 엄격하다. 요즘 병원 환경은 신규간호사가 잘못하면 그 간호사의 교육을 담당하는 경력간호사와 가장 오래된 경력을 가진 간호사까지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그래서 좋게 말하면 신규간호사 교육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감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신규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까지 함께 봐줬으나, 태움 문화가 대두되면서 더는 성심성의껏 가르치지 않는다고 했다.

공 간호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지적하면 나는 나쁜 간호사가 된다. 또, 예전에는 신규간호사가 실수를 반복해도 야단을 치든 술을 사주든 어떻게든 가르쳐서 데리고 갔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마지노선까지만 교육하고, 그 이후의 책임은 신규에게 있다. 신규간호사에게 할당된 환자가 있어도 봐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신규간호사들이 환자를 혼자 보는 게 무섭고 두렵다며 운다."라고 말했다.

공 간호사가 근무한 병원에서는 신규간호사가 A환자에게 투여해야 하는 진정수면제를 B환자에게 잘못 투여하려 하자 경력간호사가 당황하여 목소리가 험하게 나갔다고 했다. 이후 신규간호사가 경력간호사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야단을 쳤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경력간호사는 사과했다.

공 간호사는 "그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면 약은 이미 잘못 들어갔을 것이다. 이를 경력간호사가 소리쳐서 막지 않았다면 의료사고까지 이어져 결국 신규간호사가 법정에 설 수도 있었을 상황이었다."라면서,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데 차가 오면 엄마는 큰 목소리를 낸다. 그 경력간호사는 신규간호사가 미워서 소리를 지른 게 아니다. 환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심적 고통이 크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신규간호사를 아끼는 마음에 큰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신규 교육 문제로 중간연차의 간호사가 많이 사직한다고 했다.

공 간호사는 "신규간호사가 병원 내 간호사 인력의 50%를 넘다 보니까 교육에 큰 부담이 있는 경력간호사들이 PA간호사로 많이 가거나 아예 사직한다. 또, 비정규직인 연구간호사나 외래 전담 간호사로 간다."라면서, "15년 차 간호사는 생계형 간호사이다. 본인이 간호사 일을 해서 돈을 벌지 못하면 자녀를 키우지 못하고 생활하지 못한다. 결국, 병원에는 15년 차 생계형 간호사와 1년 차 신규간호사만 남는다."라고 말했다.

병원 내 간호사 구조가 피라미드가 아닌 호리병 구조라고 했다.

공 간호사는 "신규간호사는 주사를 잘 못 놓는다. 한 번 잘못 찔러서 두 번째 찌르면 환자 · 보호자는 표정을 찡그린다. 이런 경우 경력간호사가 같이 가서 주사를 제대로 놔주는데, 해당 환자가 입원한 곳이 6인실인 경우 신규간호사는 자기가 맡은 병실임에도 아무것도 못 한다. 지켜보던 보호자는 담당간호사를 바꿔 달라고 하고, 결국 모든 업무가 경력간호사에게 넘어간다."라고 말했다.

태움의 원인이 부족한 인력 때문이라고 했다.

공 간호사는 "인력 문제가 해결되면 사직률이 낮아질 것이고, 연차가 늘어나서 피라미드 구조가 되면, 오버타임 근무, 의료사고, 폭언 · 폭행, 신규간호사 문제 등도 해결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경희의료원 홍슬아 간호사가 증언에 나섰다.

홍 간호사는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불규칙한 시간 패턴을 유지해 지금도 잠이 드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경미한 수면제를 복용할 정도로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 일주일간 3교대 일정을 소화하는 직종은 간호사뿐이다. 몸이 아파도 진통해약제를 먹어가며 일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밤에 환자가 자면 간호사들도 잘 수 있지 않냐고 묻는데 모든 간호사를 대표해서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낮 업무가 밤에도 동일하게 이어지며, 밤 근무 때는 간호사 수를 줄이기 때문에 간호사 1인이 보는 환자 수가 오히려 더 늘어난다고 했다.

홍 간호사는 "간호사 1명당 20명 이상의 환자를 본다. 밤 근무 때 시간에 쫓기듯이 일하며, 심지어 병실 청소까지 해야 한다. 내가 신규간호사 때 새벽 5시가 다가오는 게 두려웠다. 새벽 5시에는 병실을 돌면서 환자 혈압을 재고, 가래를 뽑는 등 여러 일을 해야 하는데 이전에 하던 업무도 미처 마치지 못한 까닭이다."라면서, "병원에서 13년을 근무하면서 식대가 한 달 2만 원을 넘어간 적이 없었다. 식대가 2,500원이다. 간호사가 밥 먹고 양치까지 걸리는 시간이 20분이다. 밥을 거의 마시는 수준이어서 같이 식사하던 간호조무사가 보는 것만으로도 체할 것 같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홍 간호사는 "밀려있는 일과 앞으로 쏟아질 업무, 2차 식사 당번을 보내야 하는 등의 이유로 밥을 여유롭게 먹어본 적이 없다.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 식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일하면 정시에 퇴근하는게 맞는데, 교대근무 특성상 의사 오더, 환자 컴플레인 등이 업무 인계 중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간호사는 항상 시간외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시간외수당 신청이 어렵다고 했다.

홍 간호사는 "공짜노동과 장시간노동을 해왔다. 간호사 일은 당연히 힘들며, 참아내라고 배웠다. 병원 부서장들은 일을 못 해서 시간외근무를 하는 것이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외수당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것에 익숙하며, 개인이 못해서 하는 것으로 당연하게 여긴다."라면서, "시간외수당을 신청하면 업무를 왜 제시간 내 못 끝냈는지 공개적 · 비공개적으로 압박한다. 또, 근무 이후에 카톡 지시가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의료기관 평가인증 기간에 간호사가 가장 많이 사직한다고 했다.

홍 간호사는 "휴일인 간호사가 미화원이 되고, 인증 내용을 달달 외워서 안 틀리게 대답할 수 있게 인증 로봇을 만든다. 간호사가 대답을 못 해서 문제가 생기면 대역죄인이 된다. 평가인증제는 간호사에게만 해당하는 제도이며, 간호사를 죽이는 제도이다. 또, 타 직종은 뒷짐만 지는데, 결국은 이들에게 공이 돌아간다."라면서, "이제는 변해야 한다.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간호사 인력 확충을 논의해야 한다. 간호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좋은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홍성의료원 진락희 간호사는 일 · 가정 양립이 불가능하며, 모성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진 간호사는 "지방의료원의 경우 유난히 간호사 수가 부족하다. 간호사 공고를 내도 1명이 들어오면 또 한 명이 나간다. 다들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닐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교대장임에도 한 달 휴일 수를 5개 내지 6개 정도밖에 보장받지 못한다. 야간 근무 시 오프가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5~6개 휴일 중 야간이 빠지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오프는 3개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임신기 · 육아기 단축 근무를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진 간호사는 "육아노동자가 휴일을 사용하면 다른 간호사는 제대로 쉬지 못한다. 육아기 · 임신기 단축 근무는 허울적인 제도이며 그림의 떡이다. 또,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병원에서는 환자를 생각하지 않는 나쁜 간호사이자 직원으로 낙인을 찍는다. 육아휴직이 발생하면 대체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대체인력자가 올 리 만무하다. 그 때문에 더더욱 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라고 성토했다.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육아휴직자에게 와달라고 전화로 회유한다고 했다.

진 간호사는 "교대근무자를 구하기 어려우므로 육아휴직 기간보다 일찍 나오면 통상근무자로 빼주겠다고 병원이 회유한다. 몇몇 간호사는 이를 기회라고 생각해서 일찍 나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간호사 간 갈등도 발생한다."라면서, "근로기준법에서 임산부의 경우 야간근무를 하지 못하게 규정해놨는데, 우리 병원을 포함한 많은 병원에서 임산부들이 야간에 노동하고 있다. 유산도 많이 한다. 또, 임신했다는 얘기를 죄인처럼 한다. 임신한 간호사가 야간 노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 남은 간호사들이 야간 노동을 다 떠안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간호사가 임신했음에도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서 환자의 폭행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고 했다.

진 간호사는 "환자 폭언 · 폭행의 경우 지방의료원 대부분 제재가 없고, 노인 · 주취자들이 많이 오다 보니 많이 발생한다. 안전을 더 보장받아야 할 임산부가 더 위험에 노출돼 있다. '나는 임산부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배지를 달 수 있게 요구해야 할 정도로 일 · 가정 양립이 취약하다."라고 증언했다.

현장증언 이후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기획실장이 '보건의료기관의 간호사 노동인권 현실과 해법' 주제로 발제했다.

나 실장은 "현장은 딱 두 가지이다. 참거나 그만두거나 혹은 다치거나 죽거나 그만두거나. 이게 우리 간호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현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원하지 않는 휴가 사용 · 휴일근무 · 특근을 강요하거나 갑자기 근무시간을 변경하며, 휴게 · 식사시간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문제가 드러났다.

나 실장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도 시간외수당을 못 받고, 업무 관련 교육, 회의, 워크숍에 참가하고도 보상을 받지 못하며, 시간외근무에 대한 수당 신청조차 못 하는 등 공짜노동이 만연해 있다."라고 지적했다.

83.3%가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40.2%가 태움을 경험하며, 65.5%가 폭언, 13.2%가 성희롱 · 성폭력에 노출되는 등 태움, 직무 스트레스, 인권유린이 심각했다. 또한, 본인 업무가 아닌 업무를 강요하거나 부당한 업무 지시, 업무와 무관한 행사에 참여해 노래 · 춤을 강요하는 등 갑질 문화도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을 경험했거나 실제 안전사고를 당하거나 비용 절감 때문에 감염 예방 물품도 받지 못하고, 과잉진료, 불법 의료행위, 일회용품 재사용 등 안전관리 부실 · 감염위험도 심각했다.

나 실장은 "의료용품, 환자 관련 용품, 사무용 비품, 생활용품 등 병원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비로 구매하게 한다. 특히 휠체어, 이동용산소포화도기계, 활력증후측정기, 드레싱 세트, 혈압계, 60만 원짜리 주사제, 선풍기, 가습기, 복사기, 공기청정기, 소변통까지 사비로 사게 하는 현실은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기출근, 교육, 워크숍, 회의 등 시간외근무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나 보상이 없고, 의료기관평가인증 눈속임, 가짜 서류작성 지시도 만연했다. 근무표를 마음대로 짜고, 근무 일자 · 시간을 마음대로 변경하고, 인력 미충원, 부당 전환배치, 부당 인사승진, 장시간노동 · 파행근무 강요, 사직순번제, 식사 · 휴식시간 미부여, 산재 · 병가신청 불승인, 노조 활동 방해 · 탄압, 모성보호제도 미시행 등 최악의 근로조건 강요 사례도 나타났다.

나 실장은 "간호사들에게 정치후원금, 병원발전기금 등을 강제하고, 봉사 · 홍보 · QI활동 등 각종 행사에 강제 동원하는 일도 많다. 병원은 환자유치, 병원홍보, 신환소개, 열악한 기숙사 · 식당밥 제공 등 수익 추구에 골몰한다."라고 했다.

이어서 나 실장은 "5년차 이하 간호사가 전체 간호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신규간호사의 높은 이직률로 인해 경력간호사 비중이 작아지고 있다. 이는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업무량 증가, 노동강도 강화, 태움 · 직무 스트레스 증가, 이직률 증가로 이어진다."라면서,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의사 업무를 PA간호사가 담당하며, PA간호사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PA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행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상 명백한 불법이며, 현장 간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호사가 PA로 빠져나감에 따라 경력간호사가 부족해지고, 간호사 인력난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금년 한 해 동안 '환자안전병원 · 노동존중일터 만들기 4Out운동'을 전면 전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4Out은 ▲태움 ▲공짜노동 ▲속임인증 ▲비정규직이다. 또한, 환자안전병원, 노동존중일터 만들기 운동을 ▲사회 공론화 활동 ▲산별교섭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 ▲법제정투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나 실장은 "금년 산별교섭은 '환자안전병원, 노동존중일터 만들기를 통해 병원다운 병원을 만드는 교섭', '병원 내 갑질과 인권유린을 근절하기 위한 노사 공동활동의 출발점을 마련하는 교섭', '노사 간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을 법 · 제도 ·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교섭' 등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병원을 만드는 산별교섭으로 자리매김하고, 산별교섭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것을 제안한다. 안정적 · 체계적 산별교섭 · 산별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사용자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한,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병원다운 병원을 만들기 위한 협약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나 실장은 ▲보건의료분야 좋은 일자리 만들기 노사정 합의 추진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 ▲보건의료업종 노사정협의체 구성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날 패널토론에는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부회장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라포르시안 김상기 기자 ▲고용노동부 임동희 노사관계지원과장 ▲보건복지부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이 참석했다.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 정영호 부회장은 "간호사는 3교대에 밤 근무가 필수로 요구되는 직종이다. 타 직종에 비해 노동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인력난 때문에 장시간 노동 등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또한, 평가인증제 등의 보건의료정책 변화와 환자 요구가 갈수록 증가함에 따라 감정노동도 심화해 태움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다.

근시안적 인력수급정책을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이는 특정 개인 · 의료기관 문제가 아니다. 근시안적 인력수급정책으로 이러한 상황이 올 것을 예측했다. 간호인력 문제가 여러 문제의 원인이 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인력수급정책은 결과론적으로 실패했다. 인력 투입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보건복지부도 이에 대해 최근 강하게 인식해 지난 3월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을 발표하는 등 인력 수급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현장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 부회장은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 인력 수급을 우선하여 해결해야 한다. 간호사 수가 확충되지 않으면 어떠한 방법을 쓰더라도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인구 1천 명당 면허 간호사 비율이 OECD 절반 수준이다. 보건의료뿐만 아니라 제약, 산업, 공공의료기관, 학교에서도 간호 인력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여 구하기가 더 어렵다. 정부는 적정 인력이 공급될 수 있도록 확실히 조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인력에 대한 보상 문제도 거론했다.

정 부회장은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에 인력 재정 지원 방안이 있으나 이는 간호서비스 질 제고와 야간 근무 부담 완화를 위한 것으로, 인력 투입을 위한 보편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 입원료와 수가 등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확충 시 재정에 부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교대제 개선으로 일 · 가정이 양립돼야 하며, 모성보호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임동희 노사관계지원과장은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11월 이후 약 40여 개 대형병원에 근로감독을 실시하여 문제점을 바로잡았으며, 법에 의거해 필요한 사항을 개선한 바 있다. 금년에는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원사업을 시행해 법 위반 여부를 예방적으로 점검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공병원과 관련해서는 지난해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임 과장은 "정책 시행을 다각적으로 하고 있으나 외부에서 보기에는 속도가 더디고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일관된 방향 하에서 업무를 하나하나 챙기고 잘못된 부분을 계속 시정해나가고 있다. 부족한 점은 지적하고, 잘한 부분은 지원 · 격려해주길 부탁드린다."라면서, "보건 인력 부족 문제의 경우 고용노동부보다는 보건복지부가 언급하는 게 맞을 듯싶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노동법 위반 및 예방 · 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임 과장은 "오늘 4명의 간호사가 증언했는데,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정부가 법 위반 사항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사가 진정성을 갖추고 대화하여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병원이 아닌 여러 병원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면 다양한 업종 단위에서 노사가 함께 고민 · 대화해야 한다."라면서, 노사 모두가 문제 해결 의지를 가지고 대화하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지난 3월 20일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이하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종합 형태의 정책으로, 그간 나온 문제들을 아울러서 정책 목표를 잡고, 세부 과제를 추린 것이다. 이 정책이 현장에서 피부로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수가의 경우 임상작업을 반영하여 금년 4월 1일부터 환자 수로 전환된 간호관리료 차등제가 시행됐지만, 이 외 야간수당, 야간간호관리료의 경우 금년 하반기 혹은 내년 1월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더 작업해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대한 MOU도 준비 중이며, 종합 대책 내용과 관련하여 실행이 완료된 단계에서 대책을 추가로 발표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곽 과장은 "오늘 간호사들의 증언 내용은 종합 대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근무 환경 · 처우 개선이며, 인력 확충이다. 병협에서는 간호인력수급정책이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했는데, 그간 현장에 근무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입학정원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일관해왔던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입학자와 면허자가 많이 늘어나도 병원 일이 힘들다 보니까 이직 · 사직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곽 과장은 "신규간호사 1년 이직률이 34%인 것은 위험 신호이다. 또, 환자 상태를 구분하지 못해서 엉뚱한 약을 투약할 경우 환자안전사고로 발전한다. 신규간호사만 있어서는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라면서, 정부 대책은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으로 경력간호사가 오래 병원에 남아있게 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고 했다.

곽 과장은 "처우 개선의 가장 큰 핵심은 간호관리료 산정방식이 병상 수 기준에서 환자 수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병원에 상당한 추가수익분이 발생하는 데 이 중 70% 이상을 간호사 처우개선에 사용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이를 병원이 참여 ·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이다. 보상이 정확하게 간호사들에게 갈 수 있게끔 약속했으며, 이를 조만간 MOU 체결로 대국민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야간수당, 야간간호관리료의 경우 수가 개발 완성 시 발표하겠다고 했다.

곽 과장은 "노조에서 계속 얘기했던 야간근무에 대한 부담, 건강권 · 선택권 문제는 야간근무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며, 병원계 · 노조 · 간호계와 협의해 발표할 계획이다. 종합 대책은 유관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구체적 실행 계획이 나와야 하는 부분이어서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종합 대책의 전반적 이행을 책임질 복지부 전담 TF를 만들 계획이다. 금년 하반기쯤 구성될 텐데, TF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전체적인 진행 방향과 종합 대책의 구체적 시행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