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모든 문제를 노골적으로 개인화하는 경향이 만연하다."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 정기현 원장이 2일 오후 2시 연구동 9층 강당에서 열린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 제4차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인 NMC 역할 · 기능은 단순한 진료 시해가 아니다."라면서, "사회적 가치를 우리 일의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게 바탕이 돼야 한다.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개소 1주년을 맞이하여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과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취지에서 우리 원에서는 여러 주제로 심포지엄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굉장히 중요한 자살 문제를 주제로 본 심포지엄을 열게 돼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자살률이 높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또, 자살률이 높다는 말을 듣기에 지치는 부분도 있다. 왜 자살이 많은지는 과학적 분석이 아니어도 누구나 대강 알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 · 환경적 요인만은 아닌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결과이다."라고 했다.
자살은 명백한 사회적 질병이라고 했다.
정 원장은 "사회적 요인만으로 죽음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전부 자살을 택하는 건 아니다. 어떤 이는 새롭게 삶의 의지를 다지고 새로 출발한다. 자살을 결정짓는 요인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결방안은 달라진다."라면서, "나는 소아과 의사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이들이 설사병으로 고통받다가 사망하는데, 정수를 잘 하고, 물을 끓여 먹으면 설사병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처방이다. 그런데 설사병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발 더 나아가 수도를 잘 설치해야 한다. 또,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원인 · 방안에 손을 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 원장은 "우리 사회에는 모든 문제를 노골적으로 개인화하는 경향이 만연하다. 다 같이 멀쩡한 길을 가다가 사고가 난 사람에게 '너만 왜 사고 나느냐. 네가 부주의해서 그렇다'라고 비난한다. 암을 예로 들면, '암 예방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지 않아서 이런 고통을 당하는 거다'라고 한다. 희생자를 비난하는 부분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고, 자살 문제를 들여다볼 때도 이 같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정 원장은 "자살 문제와 관련해 개인적으로는 희망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건강을 위협하는 사회적 요인에 대한 대처 방안이 허술한 것에서부터 그 인식이 출발했다. 다소 어렵지만 본 심포지엄은 새로운 틀에서 문제를 인식 · 고민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여러 곳에서 자살 문제를 이해 · 예방하고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안다. NMC는 좀 더 구체적인 실천에 힘쓰겠다. 자살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신건강 이해와 증진 측면에서도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