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치료제가 부재했던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 분야에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인 ‘스핀라자’가 국내에 허가됐다.
질환의 중대함에 따라 개발된 지 1년 만에 국내에 상륙하는 성과는 얻어냈지만, 고가의 약가로 인해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와 가족들은 건강보험 급여 획득만을 두 손 모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30일 ‘스핀라자’ 제조사인 바이오젠에 따르면, 지난 4월 27일 심평원에 ‘스핀라자’ 보험급여 등재를 위한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심평원 약재등재부는 “법적 검토기간은 150일이긴 하지만 신청 약제가 희귀질환 치료나 생명에 위중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 치료제로 대체 약제가 없을 경우, 최대한 조속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제약사와의 조율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최대 5개월 안에 급여 결정이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와 가족들의 입장에서 5개월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영유아 사망의 가장 대표적인 유전질환, ‘척수성 근위축증’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이하 SMA)은 척수와 뇌간의 운동 신경세포 손상으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으로, 영유아 사망을 야기하는 가장 대표적인 유전 요인이다.
SMA의 유병률은 10만 명당 1~2명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의 경우 환자수가 정확히 집계된 자료는 아직 없다.
SMA는 5q 염색체 내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돌연변이로 생존운동신경세포1(Survival Motor Neuron 1, SMN1) 염색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운동신경세포의 건강과 기능을 유지하는 생존운동신경세포 단백질(SMN 단백질) 생산량이 줄어들게 된다.
적절한 양의 SMN 단백질이 생산되지 않으면 척수 내 운동신경 세포가 퇴화하고, 이로 인해 전신 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위축되는 것이다.
SMA는 편의상 발병 연령, 신체발달 지표 등에 따라 4개의 유형으로 나눠지는데, ▲1형은 6개월 미만 신생아에서, ▲2형은 생후 7~18개월 경에, ▲3형은 18개월 이후에, ▲4형은 20대나 30대 성인기에 나타난다.
SMA에서 가장 위중한 유형은 1형으로 신생아들에서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는데, 이 경우 SMN 단백질을 거의 생성하지 못해 근육이 온전히 발달되지 않으며 스스로 호흡하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 만 2세가 되기 전에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척수성 근위축증 환아 보호자인 정모 씨는 1~3형 환자에서의 ‘스핀라자’ 급여 출시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정모 씨는 “국내에서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가 허가 되었지만, 아직 급여가 되지 않아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가 없다”고 말하며, “희귀질환 치료제가 개발부터 국내 건강보험 급여를 받기까지 빨라야 2~3년이 걸리는데, 아이의 질환은 매일 나빠지고 있어 치료제가 급여 될 때까지 아이가 버텨줄 수 있을까 걱정이 크다”고 호소했다.
이어 “현재 위급한 일부 환아들은 바이오젠의 무상지원 프로그램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해당되지 못한 아이들과 가족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스핀라자는 빠르게 투약 받을수록 효과가 좋기 때문에 하루빨리 모든 환아들이 스핀라자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이자 유일한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
최근까지 SMA 치료는 근육과 척추, 관절의 형태 변형으로 인한 장애를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물리치료나 재활치료 외에는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었다. 또한 아직까지는 SMA의 진행을 근원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SMA 치료에 유효한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 ‘스핀라자’가 개발되며 그간 치료제가 부재했던 SMA 환자와 가족들에 한줄기 희망이 생긴 것이다.
‘스핀라자’는 5q 염색체 내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하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를 위해 개발된 세계 최초의 RNA 치료제이며, 현재까지 존재하는 존재하는 유일한 SMA 치료제이다.
SMA 환자는 SMN1의 백업 유전자로 SMN2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스핀라자’는 SMN2 유전자에 관여해 SMN 단백질의 생산량을 증가시킨다.
SMN2 유전자는 SMN1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SMN 단백질 생산 또한 가능하지만, 생산량이 10% 수준으로 매우 적다. ‘스핀라자’는 SMN2 유전자에 결합해 SMN2 유전자가 생산하는 SMN 단백질의 양을 증가시킨다.
‘스핀라자’, SMA 환자 생존율 향상과 운동기능 개선 기여
‘스핀라자’는 SMA 1형(6개월 이하 영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ENDEAR 연구와 SMA 2형 또는 3형(생후 6개월 이후)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CHERISH 연구를 통해 생존율 향상과 운동기능 개성 효과를 입증했다.
먼저 ENDEAR 연구는 전 세계 31개 센터가 참여한 다기관 3상 임상으로, SMA로 진단 받아 증상이 나타난 6개월 이하의 영아(SMA 1형) 121명을 대상으로 13개월간 진행됐다.
연구 결과, 6개월 이상 스핀라자를 투여 받은 환자군의 51%(n=37/73)가 운동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고, 위약군에서는 0%(n=0/37)로 나타났다.
스핀라자 투여군의 22%는 스스로 머리를 가눌 수 있었고, 10%는 구르기를 할 수 있었으며, 8%는 타인의 도움 없이도 앉을 수 있었고, 1%는 설 수 있었다. 그러나 위약군에서는 단 1명도 이러한 운동기능 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무사고 생존률의 경우에도 스핀라자 투여군은 61%(n=49/80)를 기록한 반면, 위약군은 32%(n=13/41)를 기록해 스핀라자 투여군에서 유의미하게 높았다.
또한 하위그룹 분석 결과, SMA 진단 후 13.1주 이내로 빠르게 스핀라자로 치료 받은 환자 군이 그렇지 않은 환자군보다 더 높은 무사고 생존률을 보여, 질환의 조기 단계부터 스핀라자로 치료할 경우 더 우수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스핀라자 치료군과 위약군의 이상반응 발현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발열, 변비, 상기도 감염 등이었다.
한편, CHERISH 연구는 생후 6개월 이후에 SMA 증상이 나타난 2~12세의 소아 후기 발현 환자(SMA 2 또는 3형) 126명을 대상으로 15개월간 진행된 다기관 3상 임상연구다.
해당 연구의 1차 유효성 평가 항목은 운동기능의 개선으로, 치료 시작시점으로부터 15개월이 지난 후 ‘해머스미스 기능성 운동 확대지수(HFMSE)'의 변화를 기준으로 측정했다.
연구 결과, 15개월 시점에서 스핀라자를 투여 받은 환자군의 HFMSE 수치는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향상되었다. 스핀라자 투여군은 3.9점 향상한 반면, 위약군은 -1.0점 악화되어 총 4.9점의 격차가 발생했다.
해당 연구에서도 스핀라자 치료군과 위약군의 이상반응 발현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런 혁신적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스핀라자’는 2016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취득했으며, 이후 2017년 6월 유럽의약국청(EMA), 같은 해 7월 일본 후생노동성(MHLW), 그리고 개발된 지 1년 만에 작년 12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취득했다.
바이오젠, “최대한 많은 환자들이 스핀라자 치료를 받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
바이오젠은 “ENDEAR와 CHERISH 연구의 긍정적인 분석 결과에 따라, 임상시험에 참여한 SMA 환자들은 현재 진행 중인 SHINE 오픈라벨 연장 임상으로 전환되어 계속해서 스핀라자를 투여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바이오젠은 SHINE, EMBRACE, NURTURE 등의 추가 임상연구를 통해 스핀라자의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지난 주 금요일 제출한 ‘스핀라자’의 국내 건강보험 급여 신청에 대해서도 바이오젠코리아 관계자는 "스핀라자는 그동안 치료 옵션이 없던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의 유일한 치료제로 바이오젠이 국내에 소개하는 첫 번째 신약"이라며, "바이오젠은 치료제의 혜택을 최대한 많은 환자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때문에 보건당국이 보다 신속히 급여를 검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기 때문에 정부가 보다 탄력적으로 바이오젠과 급여 기준을 논의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