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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수술도구 등 연이은 의료감염, 머리 맞대도 시원찮다

인력 · 비용 · 시설 등의 감염 관리 투자 충분해야

의료 감염 관리 문제와 관련해 발전 없이 매번 똑같은 논의만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현장에서의 변화를 체감할 실질적인 방안 마련의 요구가 거세졌다. 

지난 3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내 의료감염관리 개선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이하 엄 교수)가 '우리나라 감염관리 현황과 대책' 주제로 발제했다.

본 토론회 좌장을 맡은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엄 교수의 발제에 앞서 "화재, 지진 등의 재난과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연이은 발생으로 특히 이번 정부에서 안전에 대한 국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료 관련 감염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2015년 발생한 메르스보다도 훨씬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의료 관련 감염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본 토론회가 시기적절하게 개최됐고, 이를 통해 감염관리가 개선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병원이 없으면 의료 관련 감염도 발생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집에서 태어나고 집에서 주로 생활했지만, 지금은 사람 대부분이 병원에서 태어나며, 아플 때 병원에서 진료받고, 임종도 병원에서 한다. 이 때문에 의료 관련 감염은 갈수록 중요하다."라면서, "이번 정부에서 의료 감염에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에서 법과 제도로 뒷받침하고, 정부는 그에 맞는 정책을 발휘해야 하며, 의료계도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저수가 정책으로 감염 관리에 투자할 여력 없어

엄 교수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과 병원의 의 · 과학적 수준과 비교하면 의료 감염 관리에 대한 투자는 굉장히 부족하다. 이 같은 투자가 부족해진 이유 중 하나는 병원 수익률과 관련이 있다."라고 말했다.

저수가 정책이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즉, 지속되는 저수가 정책과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병원 대부분의 경영 환경이 호전되지 않고, 특히 중소병원은 우리나라 의료 체계에서 차지하는 병상 비율이 매우 높음에도 경영 상황이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병원의 의료 수익률은 2009년 4.46%에서 2010년 2.85%, 2012년 1.77% 수준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겪고 있다.

2013년 기준 병원 신규 개설은 ▲100병상 미만이 47.3% ▲100병상 이상이 300병상 미만 48.0%인데 반해 ▲300병상 이상은 500병상 미만 4.5% ▲500병상 이상은 0.2%인 것으로 확인됐다. 폐업률도 이와 마찬가지로 ▲100병상 미만 47.7% ▲100병상 이상 300병상 미만 47.3% ▲300병상 이상 500병상 미만 4.5% ▲500병상 이상 0.4%인 것으로 드러났다.

엄 교수는 "우리나라 병원의 90% 이상이 민간병원이다. 민간에게 의료를 맡겨놓은 상황에서 휴 · 폐업률이 급격히 높아짐에 따라 감염 관리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 감염관리는 ▲감염관리 전문 인력 확보 및 ▲감염관리에 투여한 재원 확보가 어렵다는 특징을 가진다. 

엄 교수는 "감염내과 전문의 양성이 부족하고, 감염관리 간호사 채용이 어렵다. 또한, 인건비, 감시 배양검사 비용, 격리 병실 운영에 쓰이는 불인정 비급여인 일회용 소모품 등 감염관리에 투여한 재원 확보가 매우 어렵다."라고 했다.

여러 항생제 내성을 나타내는 세균인 다제내성균 발생에 관해 엄 교수는 "거의 모든 병원에서 다제내성균의 분리가 증가하는 상황이며, 이로 인한 의료 관련 감염의 발생도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소병원에서의 의료 관련 감염이 어떤 양상으로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초 자료를 수집 못 하는 게 우리나라 감염 관리의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감염관리 인프라와 관련하여 엄 교수는 ▲감염관리 전임 실무 인력 확보 및 유지가 어렵고 ▲감염 감시 활동 및 감염관리 프로그램 운영 기반이 취약하며 ▲경영진의 관심과 협조가 부족하다고 했다.

엄 교수는 "인건비 재원 확보가 어렵고, 장시간 근무, 수당 · 승진 제외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하며, 전문 교육 이수 기회가 부족하다. 또한, 경영진 대상의 감염관리에 대한 이해와 감염관리를 통한 비용 편익 정보도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제43조(감염관리위원회 및 감염관리실의 설치 등)에서는 2018년 10월 1일부터 종합병원 및 15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병원의 경우 감염관리실을 설치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하게 했다. 또한, 전담인력은 3년 이상 경력으로 연 16시간 이상 교육하게 했다.

2013년 기준 전담인력 배치 평균은 상급종합병원 3.7명,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1.3명,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 0.7명이다. 같은 해 기준 감염관리 간호사 평균 근무 연한은 2.2년에서 2.3년이다. 

엄 교수는 "감염관리 간호사는 높은 수준의 교육과 풍부한 임상 경험이 필요하지만, 3년 미만을 근무하면 노하우를 가진 전문 인력이 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감염관리 대책으로 엄 교수는 ▲감염관리 활동을 할 수 있는 전담 인력 채용과 유지 ▲중소병원 감염관리료 수가 등 감염관리 비용 지원 ▲감염관리 기술 지원 및 자문 시스템 ▲격리실 시설 기준 결정, 격리 비용 급여 현실화와 보전, 선제 격리 비용 급여 인정 등 감염관리 기본 시설 구축 ▲감염관리 소모품(일회용 물품) 급여화 ▲병원 종사자 교육 ▲병원 경영진 연 1회 교육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다제내성균 대책으로는 ▲배양 검사 수가 급여 인정, 검체 이송 체계 등 감시 배양검사 활성화 ▲감시 배양검사 결과 분석 및 대책 마련 지원 ▲다제내성균 보균자 정보 등록 시스템 개발 등을 언급했다.

엄 교수는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에서는 2013년도부터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 민간경상보조사업으로 ICCON(Infection Control Consulting Network, 중소병원 감염관리 네트워크)을 운용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자문을 하거나 감염관리에 필요한 자료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라면서, "이와 관련한 많은 수요가 있지만 자문 시스템을 운영하기에 재원 · 인적자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엄 교수는 "우리나라 병원의 감염관리 수준 · 현황은 여전히 열악하며, 인프라도 취약하다. 상시 발생하는 기존 의료 관련 감염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중소병원 기본 · 필수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특히 전담 인력 확보 유지를 보장해줘야 한다."라면서, "중소병원 감염관리 자문 시스템의 지원 확대와 병원 경영진과 보건당국의 관심과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는 엄 교수를 비롯해 ▲병원중앙공급간호사회 김지인 기획이사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쿠키뉴스 건강생활팀 오준엽 기자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정책개발실 황인선 팀장 ▲질병관리본부 의료감염관리과 이형민 과장 등이 참석했다.

◆ 멸균 · 소독 안 되는 이유? 인력 · 시설 · 비용 부족 탓

병원중앙공급간호사회 김지인 기획이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가이드라인에서는 재처리과정을 '환자 안전을 위해서 혈액, 점액 등의 유기 물질을 올바르게 제거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의료기구의 재처리과정에서 소독, 멸균 이전에 가장 잘 수행되어야 할 것은 세척이다. 포장에서도 멸균 이전의 준비사항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라면서, "멸균, 소독 이후 환자 치료에 사용되기 전까지 파괴되지 않도록 잘 보관하는 것도 중요한 절차 중 하나다. 그런 부분들이 잘 지켜진 후 환자에게 잘 사용하는 것이 재처리과정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WHO가 제시한 재처리과정 가이드라인에는 올바른 표준 마련, 표준 이행 등 10여 가지 기준이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의료법 제36조(준수사항)와 동법 시행규칙 제39조의2(의료기관의 위생관리 기준)가 규제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 인증평가제도에서 소독, 멸균 등 재처리과정에 대한 평가 기준이 마련돼 있고, 이밖에도 질본에서 제시하는 표준지침, 대한의료감염관리학회에서 제시하는 의료기관 감염관리 지침 등이 존재한다.

중앙공급실 담당자 대상 2017년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료기관 98.8%에서 병원 내 멸균, 세척, 소독에 관한 규정이 있었으나, 세척, 포장, 멸균 등 재처리 전 과정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33% 수준에 머물렀다. 세척, 포장만 수술실에서 시행하고 멸균만 중앙공급실에서 시행하거나, 세척만 수술실에서 시행하고 포장, 멸균은 중앙공급실에서 수행하는 경우 등은 40.6%로 나타났다.

김 이사는 "수술장에서 재처리과정이 이뤄지는 이유는 의료기구를 급하게 회전시켜서 수술에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절차를 걸치더라도 수술 중 물품 이동으로 재오염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질본에서 2013년 시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료기구에서 멸균, 소독이 부적절하게 이뤄지는 이유에 관해 65%가 인력 · 시설 · 비용의 부족을 꼽았다.

김 이사는 "의료기술은 날로 발전하며,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도구는 점차 복잡 · 다양화되고 있다. 이들을 재처리하는 기준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를 잘 수행할 여러 자원 · 인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인프라 · 인력 등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이유는 감염 관리 부분이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필수 요소다."라면서, "우리나라에서 의료기구 재처리와 관련한 보상은 감염 예방 · 관리료, 내시경 세척 · 소독료 두 가지로, 굉장히 열악한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지침에 따른 올바른 수행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이사는 "국내 지침은 세계 기준 기반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내용 면에서 절대 취약하지 않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력 · 비용 · 시설 등을 잘 갖춰야 한다. 또한, 멸균 등 과정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인디케이터(Indicator)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고가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라면서, "의료기구를 재처리할 수 있는 전문 부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수익을 내지 않고 소비만 하는 부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고쳐지지 않으면 의료기구의 재처리가 어렵다."라고 우려했다.

끝으로 김 이사는 "의료기구 재처리과정의 가장 큰 목표는 환자 안전이다. 안전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기준으로 규정과 절차를 마련해야 하며, 절차 · 규정이 잘 이뤄지도록 각 의료기관의 자발적 노력과 더불어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의료 감염 문제의 심각성, 국민에게 알려야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그간 메르스, 다나 의원 C형 간염 집단 감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등 의료 관련 감염 사건이 발생하면 각종 회의에서 대단히 많은 대책 · 재원이 마련되는데, 그 실태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달라졌는데도 달라진 부분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피해 사례만 부각되다 보니 개선이 안 됐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의료 관련 감염은 끝이 없다. 항상 의료 관련 주제의 결론은 인력과 수가인데, 의료 감염 문제도 예외 없이 이것으로 귀결될 듯싶다."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본 회에 있으면서 수술도구 감염건 등의 메일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도 의료 감염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이유는 의료감염과 관련한 큰 사건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라면서, "의료사고나 감염사고를 내고 싶은 의료인은 없을 텐데 이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는데, 인력 · 시설 등이 부족하고, 재원이 부족한 탓에 이게 잘 안 지켜지고 있다. 인력은 있는데 전문인력이 아니다. 전문 의사 · 간호사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환자안전법 개정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환자 안전 · 감염에 정부가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예전에는 보이는 것에만 투자가 이뤄졌다. 건물 · 센터를 짓는 데 국고를 투입했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 이후 보이지 않는 안전 · 감염에도 투자하게 됐다. 그러자 각종 관리료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환자안전관리료도 등장했다. 향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투자가 비슷해지면 의료 감염 관리 부분에 더 큰 사회 관심이 쏠릴 듯싶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안 대표는 "감염 발생 가능성이 있는 의료기기가 개발되어 건강보험 적용 후 시판되면, 이를 개선할 때 장비만을 개선하는 것 같다. 나중에 감염이 발생했을 때 별도로 해달라고 얘기할 경우 정부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않은 재정 문제가 생기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예상 못 한 예산이 훅 올라온 것이기 때문에 선뜻 승인해주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전문인력, 수가, 재정 투입이 돼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또, 의료계 내부와 의료 관련 학회 등에서 감염 사례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대목동병원과 같은 큰 사건의 경우는 국민에게 문제를 드러내야 한다. 의료 감염 사건을 적극적으로 알려서 감염 문제가 심각한 것을 국민이 인지하게끔 해야 한다."라면서, "학회에서는 의료 감염 관리를 줄일 방법을 마련하는 데 환자나 환자 가족이 참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환자가 아무 것도 못 하고 죽는 일은 없어야 하며, 환자도 참여할 수 있는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의료감염관리 종합대책, 현장에서 변화 실감할 것

질병관리본부 의료감염관리과 이형민 과장은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인해 의료 감염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의료 감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외 보고에 따르면, 의료 감염은 입원 환자 10%에게서 발생하며, 저개발 국가의 경우 20%, 즉 10명 중 2명에게서 의료 감염이 발생한다."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의료기관을 통해 재확산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의료 감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같은 해 11월 다나 의원에서 주사기를 통한 집단 C형 간염 감염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이어졌다. 이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신종 감염병 유입 · 확산 차단을 포함한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그 뒤 3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의료 관련 감염은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질본에서는 의료기관 협력을 통해 2006년부터 전국 의료관련감염 감시체계를 마련하여, 중환자실 감염과 수술 부위 감염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230개 정도의 의료기관이 참여 중이다. 국내 전체 의료기관 수가 2만 6천 개소가 넘어가는데, 230개소가 적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중환자실 · 수술실이 설치된 의료기관 기준으로 보면 국가 운영 감시체계에 참여하는 기관이 약 73% 정도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러한 감시 활동으로 중환자실에서 발생하는 의료 관련 감염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과장은 "의료 관련 감염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감시는 지난 2010년 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속균(CRE)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MRAB) ▲다제내성 녹농균(MRPA) ▲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빈코마이신내성 장알균(VRE) ▲빈코마이신내성 황색포도알균(VRSA) 등 6가지 다제내성균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감시 결과는 해마다 증감을 반복하지만, 매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며,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CRE로, 다른 다섯 개 균과는 다르게 가장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는 더 적극적인 항생제 내성균 관리를 위해 복지부를 비롯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식품부, 환경부 등 다부처가 참여하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지난 2016년 8월에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과장은 "이 같은 노력에도 일선 현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그런데 국외 연구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관리하면 원천적으로 감염을 차단하는 것은 어렵지만 절반 가까이 막아낼 수 있다."라면서, "그간 정부에서는 의료 감염을 막기 위해 여러 대책을 수립 · 진행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 발생했고, 정부는 의료감염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에 나오는 종합대책은 그동안 발표한 대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잘 실행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졌고, 6월 중으로 내용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책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여 현장에서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각계에 관심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 의약품 관리, 의료진 안전 문화 등 고려해 인증제 개선할 것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하 인증원) 정책개발실 황인선 팀장은 "이전에도 의료기관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는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안전, 감염 등이 얘기된 계기는 의료기관 평가 인증제도(이하 인증제)이다. 인증제는 개개인에 대한 수행 정도를 평가하는 제도가 아니라 개개인이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제도이다. 의원급의 경우 인증평가 대상이 아니며, 평가는 병원급 이상에 집중된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진행돼왔다."라면서, "몇 년 전 의원 감염 사고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의원에서의 감염 문제가 불거지면서 의료 감염 관리의 중요성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황 팀장은 "현재까지 비관적인 의견이 쏟아져 나왔는데, 변화는 충분히 있었다. 일회성의 토론 · 논의에 그치지 않고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토의가 진행돼 온 것이 발전 증거가 아닐까 싶다. 먹고 살기에 바빴던 20세기를 지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21세기가 도래하면서, 다양성이 부각되고 있다. 소비자, 제공자, 병원, 정부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필요성에 의해 좋은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 현상이 여전하다. 인증제는 의료기관과의 소통 · 협력으로 만들어진 문화이다. 지금처럼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명백히 밝히고 개선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면 상처가 생겨서 개선할 힘을 잃어버린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황 팀장은 "최근 감염과 관련한 여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증원이 가장 많은 욕을 먹었다. 인증제는 2010년도에 도입됐다. 이전에도 질 평가 제도는 있었지만, 당시에는 외형적 측면에 치우쳤고, 일회성에 그쳤다는 비판이 있었다. 인증제를 도입하고 나서 현재 얼마나 달라졌는지 되돌아보면, 병원 질이 높아졌고, 앞으로도 인증제가 필요하다는 것에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다. 현재 인증원에서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조사방법, 조사위원의 전문성, 조사 이후 의료기관 유지 관리 등의 이슈를 가지고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OECD 평균 대비 여전히 비관적이나, 예전보다는 좋아졌다고 했다.

황 팀장은 "사회는 발전하고 있고, 우리도 발전할 것이다. 어려운 점은 정부, 의료현장과의 논의 및 복지부 주관 혁신 TF 서포트를 통해 개선하려 한다. 다만, 기준을 완화한다고 개선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의료 질 유지를 위한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인센티브 등의 문제를 열어놓고 한꺼번에 논의하려 한다. 워크숍, 회의 등의 형태로 매주 만나서 심층 토의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으며, 곧 결과물이 나올 듯싶다."라면서, "다만, 문제가 촘촘히 얽혀있기 때문에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단기 · 중기 · 장기 방안을 마련해 하나하나 실천해나갈 것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황 팀장은 "인증 기준은 안전사고가 자양분이다. 이는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재발 방지에 주안점을 둔다. 특히 의약품 관리는 굉장히 복잡한 역학관계가 있기 때문에 어렵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현실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위원회에 상정했고, 자세한 부분은 여기서 말하지 못하지만, 인증제 개혁과 병행해 이 부분을 같이 검토 · 보완할 예정이다."라면서, "최근 미투 운동, 폭언 · 폭행과 관련해 직원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병원종사자 안전 문화를 강조하는 기준으로 인증제를 개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 수천, 수억 들인 환자 절반 이상이 감염으로 죽는다

앞서 발제한 엄 교수는 "안 대표가 끊임없이 의료 감염이 발생한다고 했는데, 맞는 얘기다. 50대 이상 고령층이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입원 환자 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의료감염을 자동차 사고로 비유하겠다. 자동차 사고를 없애려면 자동차를 없애면 된다. 그런데 그럴 수 없다. 자동차가 많이 늘어나고 운행시간이 늘어나면 사고 빈도는 높아진다. 이처럼 의료 감염도 입원환자 수가 늘면,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면서, "수가 · 법령이 만들어지면서 보이는 감염이 더 늘어났다. 그전에는 감염인지도 모르고 지나간 것을 현재는 전문가가 잡아내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감염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거다."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자동차 도로도 고쳐야 한다. 의료장비를 선진화해야 한다. 또, 의료시스템이 잘못되면, 안전운행해도 사고가 난다. 의료 감염 발생률이 낮은 나라가 네덜란드, 독일인데 그 나라에서는 하나의 병실에 최대 2명의 환자가 들어간다. 병실에 환자를 많이 밀어 넣으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병균들이 환자에게서 환자로 옮겨간다."라면서, "슈퍼박테리아는 군대와도 같다. 균은 적이다. 균을 막기 위해서는 경계를 잘해야 하고, 감시체계가 필요하며, 지휘관 · 부사관이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잘 훈련된 의료진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지휘관과 부사관이 부재해 싸울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엄 교수는 "수많은 적군이 방탄복을 입고 자동화기를 들고 쳐들어오는데 우리는 훈련돼 있지도 않고, 칼을 들고 지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싸울 수 없다. 일회용 소모품, 감염 예방 장비, 소독 기구를 주고 나서 싸우라고 해야 싸운다. 그렇지 않으면 막지 못하고, 문제가 재발한다."라면서, "군대가 잘 유지되려면 보급이 잘 돼야 하고, 잘 먹고 체력이 튼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엄 교수는 "의료 감염 관리에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달라는 민원이 있어야 한다. 의사가 말하면 밥그릇 챙기기로 오인한다. 그런데 환자가 말하면 잘 듣는다. 수천, 수억을 들여서 치료한 환자 절반 이상이 감염으로 죽는다. 장기이식환자도 감염으로 절반이 죽는다. 수많은 환자를 치료한 이국종도 감염으로 죽을 수 있다. 이러면 비용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의료 감염을 위해 제발 좀 투자하라고 환자와 보호자가 말하면 정부가 안 들을 이유 없다."라면서, "외국의 경우 의료진이 손을 씻지 않으면 만지지 말라는 배지를 환자가 단다. 우리나라 정서상 맞지 않을 수 있겠으나 여러 방법이 존재하며, 이러한 것들이 포괄적으로 적용돼야 의료 감염을 줄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