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대장 박용문)는 다이어트 효능이 있는 일부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를 불법 판매하기 위해 의사들로부터 허위 처방전을 발급받아 속칭 ‘살빼는 약’을 조제한 후, 이를 택배 등의 방법으로 판매한 약사 1명을 구속하고, 이에 가담하여 허위 처방전을 발급해 주고 금품을 수수한 의사 2명을 불구속 검거했다고 17일 밝혔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약사인 A(50세,남)씨는 지난 2015년 6월27일부터 2018년 1월9일까지 광주 북구 등에서 약국 2개소를 운영하면서, 의사가 직접 진료하지 않은 330명의 수진자 명의로 허위 처방전을 발급받았다. 이를 이용하여 향정신성 의약품(암페몬 등 23품목)이 포함된 비만치료약을 750회 가량 불법 조제한 후, 주문자가 거주하는 全 지역에 택배 등을 통해 배송하는 방법으로 약 4천8백만 원 상당의 이득을 취했다.
A약사는 과거 광주시 ○○비만클리닉 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알았던 환자들을 통해 향정신성 의약성분이 포함된 ‘살빼는 약, 불면증 치료 약’ 등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소문을 퍼트려 환자들을 모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환자들이 전화, SNS 등으로 약을 주문하면, 처방전에 포함될 약품 내용을 A씨가 미리 작성한 후 의사들에게 문자 메시지 등으로 전송해 줬다. 사전에 담합된 의사들이 허위 처방전을 팩스로 전송해 주면, 이를 토대로 향정신성 의약 성분의 약제를 조제한 후, 1인당 10~25만원(배송비 포함) 상당의 약품을 전국에 택배로 배송함으로써 폭리를 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A약사는 약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주문자의 요구대로 향정 의약품의 량을 늘려 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의사의 처방전도 없이 임의로 식용억제제를 조제 판매하기도 했다.”고 했다.
부산경찰청은 “향정 의약품의 수량을 은폐할 목적으로 마약류 관리대장을 보관하지 않은 것은 물론, 누락된 향정 의약품 수량을 맞추기 위해 가족(장모, 처)이나, 지인들 명의로 약을 조제한 것처럼 장부를 엉터리로 기록한 사실까지 확인 됐다.”고 했다.
의사인 B(53세,남)와 C(42세,남)는 전라남도에서 병·의원을 운영하면서, 약사인 A씨에게 허위 처방전을 발급하는 대가로 1건 당 5천~2만 원씩의 금품을 받기로 사전에 담합했다. 환자 진료도 하지 않은 채 허위 처방전 750건을 발급, A에게 팩스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58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
부산경찰청은 “식욕억제제의 경우, 복약지침상 다른 식욕억제제와 병용 처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의사들은 향정신성 의약성분인 ‘디아제팜’, ‘팬터민 염산염’, ‘디에틸프로피온’ ‘펜디메트라진타르타르산염’ 등을 병용 처방함으로써 지침을 위반한 사례가 다수였다.”고 gpTek.
또한 1회 처방시 4주 이내, 최대 84정 까지 처방할 수 있는 지침을 무시하고, 14주간에 걸쳐 최대 388정까지(지침의 4.3배 초과) 처방한 사실이 확인되어 환자들의 오남용 등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
또한, 의사인 B, C씨는 약사인 A씨와 공모하여 자신들이 허위로 발행한 처방전을 이용하여, 전자 진료기록부를 조작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약제비·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하여 5천만 원 상당의 공단 보험금을 가로챈 사실도 추가 확인됐다.
부산경찰청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책을 제안했다.
현행 문제점으로 ‘비만 클리닉’ 병·의원에서 치료목적이 아닌 단순 비만 등의 목적으로 처방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의 경우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를 청구할 수 없는 ‘비급여’ 항목에 해당되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 등 감독기관에서 처방 및 조제 내역을 관리 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건 수사 중 약사가 관리하던 향정 의약품 25종 3,200여 정이 소재불명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그 사용처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부산경찰청은 개선으로 ‘비급여’ 항목으로 처방된 향정 의약품도 감독기관에 보고할 의무를 규정하여 향정 의약품의 과잉, 병용조제 등을 사후 통제(심사)할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부산경찰청은 “마약류 취급자가 마약류 취급의 일련과정(구입, 소비, 유통 등)을 보고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조기 도입하되 이를 내실화 (1정 단위로 관리하는 방식, 취급자 업무가중으로 시행 기피경향 있음)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산경찰청은 “마약류관리법상 마약류소매업자(약사)가 약국을 개설하거나, 폐업할 때 향정신성 의약품의 양수(도) 내역을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할 규정이 부존재(現, 무단폐기시 처벌 규정만 존재) 하므로 벌칙규정을 신설하고, 관계 행정기관은 약국 개설 및 폐업시 신고시 향정 의약품 양수(도) 현황을 검수하는 절차를 명문화하여 향정신성 의약품 오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기관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앞으로 경찰은 위와 같이 쉽게 살을 빼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악용해, 병·의원 의사들과 약사들이 허위 처방전 발급을 대가로 상호 담합하여 마약류 등 의약품을 불법 조제함으로써 국민들의 건강에 위해를 주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 전국 병의원 등 상대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