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에 관한 명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으나, 누구나 아는 사실은 덜 먹고 운동하면 살은 빠진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제23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이하 오 교수)가 '에너지 메타볼리즘: 신경전달물질, 호르몬 이해하기' 주제로 발제했다.
오 교수는 "비만이 논문에서 언급되기 시작된 게 1백 년도 채 안 됐다. 비만을 주제로 한 초창기 논문에서는 비만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더 높다고 했다."라면서, "비만은 완벽히 치료되기 어렵다. 미국, 뉴질랜드 등에서 비만 추방을 목표로 잡았는데 오히려 비만이 더 늘어났다. 차라리 안 건드렸으면 더 나았을 수도 있다. 온갖 방법을 다 써도 해결이 안 되며, 살을 빼는 데 성공한 사람의 98%는 2년 뒤 다시 살이 찐다."라고 말했다.
비만은 관련 이론이 지속적으로 나오는데도 명확한 기전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에 답이 없는 문제라고 했다.
오 교수는 "비만은 에너지 소비의 불균형 때문에 생긴다. 이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으나 입에 담지를 못한다. 덜 먹고 운동하면 살이 빠지는데 직접 실천하기에 매우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라면서, "잉여에 글루코스(glucose)가 90g 정도 있다면 2g은 지방에 기여하고, 대부분은 뇌 · 근육에서 사용하며, 간에 글리코젠(Glycogen)이라는 물질로 저장된다."라고 설명했다.
사람마다 자기 몸을 유지하는 프로세스가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뭔가를 먹기 전 특정 음식을 욕망하는 작용이 있다. 자기 몸을 유지하기 위한 것인지, 본인의 유전자 때문인지, 환경적 이유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많이 먹어야만 항상성이 유지되는 사람은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어느 하나 시원하게 비만의 해답이라고 알려진 게 없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렙틴(Leptin) 때문에 살이 쪘다고 말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라고 했다.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일차적 중추는 시상하부에서 섭식(Feeding)과 포만(Satiety)을 조절한다. 지방의 저장 정도 · 섭식 상태 같은 신체 에너지 상태를 알려주는 혈액에서 유래된 화학적 인자들이 시상하부와 연계해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상하부의 궁상핵(Arcuate Nucleus)은 장기간 에너지 균형 조절 · 단기간 음식섭취 조절에서 중요하다.
이에 관해 오 교수는 "시상하부에서 대부분의 조절이 시작되는데, 음식을 섭취하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균형 상태가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살이 찐다."라고 덧붙였다.
음식섭취 관련 기전을 살펴보면,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이 식욕을 촉진하는 뉴로 펩타이드 Y(NPY)의 분비를 억제하고, 반대로 식욕을 억제하는 멜라노콜틴(POMC)을 분비해 식욕을 억제한다.
아디포넥틴(Adiponectin)은 좋은 아디포카인으로서 인슐린에 대한 감수성을 증가시켜 제2형 당뇨를 예방하고 체중을 감소시키며 항염작용을 한다. 비만한 사람의 경우 아디포넥틴 분비는 감소하고 대신 레지스틴(resistin)이 분비된다.
오 교수는 "렙틴과 그렐린(Ghrelin)이 우연히 발견된 건 90년대 초중반에서 후반 사이로, 이들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사람들이 비만을 정복할 수 있을 것처럼 흥분했다. 지금도 그렐린 작용 차단이 미래 비만 연구 개발에 핵심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그렐린에 반대되는 호르몬이 렙틴인 것처럼 둘을 대비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렙틴은 체지방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호르몬으로 사실 조금 다른 종류이다."라고 했다.
렙틴이 줄어들면 식욕이 상승해 과식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나서 이를 사람에게 적용했지만, 렙틴을 인위적으로 줄인다고 사람 식욕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소화기계 내 신전수용기가 흥분 시 미주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경로 이외에 장에서 분비되는 그렐린, 펩타이드 YY(PYY), 콜레시스토키닌(CCK)과 혈당 상승에 따른 인슐린은 시상하부와 뇌간에 존재하는 포만 중추인 고립속핵(NTS)에 정보를 보내 음식 섭취를 단기간에 걸쳐 조절한다.
오 교수는 "렙틴은 아직 직접적인 비만 약물이 아니다. 체중 증가에 전반적으로 관여하는 호르몬은 그렐린이며,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CRH(Corticotropin Releasing Hormone) 등도 체중 감소에 전반적으로 관여한다."라면서, "그렐린은 배고플 때 증가하기 때문에 상부 위장관 쪽을 보는 소화기내과 선생님들이 연구할 때 보통 혈액 내 그렐린을 살핀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뉴로 펩타이드 Y,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가하는 코르티솔(Cortisol) 등이 체중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오 교수는 "이제까지 말한 호르몬을 정상 범위로 되돌릴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BMI 27 등 애매하게 살이 찐 사람, 옛날부터 살이 계속 찌는 사람 대상으로 호르몬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비만 치료를 위한 식이요법의 목표는 합병증 위험성을 감소시키면서 체지방을 감소하는 것이다. 총에너지 섭취량이 결정되면 표준체중 1kg당 필수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한 단백질 1g을 배정하고, 탄수화물은 적어도 하루 100g 이상을 섭취해야 하며, 지방은 전체 열량의 20~25%를 초과하지 않게 조정한다. 무엇보다도 단백질이 우선이다.
단순 당의 경우 혈당을 빨리 올려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살이 더 찔 수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기초대사량으로 소모되는 양은 일정하고, 섭취 에너지가 많은 경우 남은 에너지는 지방으로 저장하기 때문에 과량으로 섭취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방법 · 체내 저장된 지방을 제거하는 방법은 운동뿐이라고 했다.
1회 30분 이상 1주일에 3회 이상 지속적으로 운동할 것을 권장했다.
오 교수는 "운동이 일명 스트레스 호르몬인 부신피질호르몬 작용에 영향을 준다. 글루코스 일부는 신장을 통해 배설되는데 운동이 이 같은 작용을 도와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즉, 운동 초기인 2분까지는 주로 APT, Creatine-P 등 근세포 내 저장된 에너지가 제일 먼저 소모되며, 5분까지는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젠이 해당 과정을 거쳐 에너지를 생성한다. 5분이 지나면서 당산화 · 지방산화가 시작되는데 15분까지는 지방산화보다는 당산화가 많이 일어나며, 여기서 운동을 멈추면 체내 지방 소모는 조금만 일어난 상태로 남게 된다. 운동 후 휴식 시간이 3분 정도 지나게 되면 근세포 내 creatine-P는 98% 정도 회복한다.
한편, 수면이 부족할 경우 내분비 기능이 교란돼 살이 찔 수 있다. 특히 성장호르몬의 경우 렘수면 주기에 맞춰서 분비되는데, 수면이 부족하면 분비가 잘 안 돼서 살이 찐다.
오 교수는 "결국은 규칙적 생활을 하고 몸 · 마음이 평온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어떤 병이든 다 치료할 수 있다."라면서, "사람 몸 안의 호르몬이 제자리를 찾아 기능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공법으로 잘 먹고 잘 자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답을 찾고 싶어 한다."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