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용 증가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인에서의 예방백신 접종이 늘어나는 의료비 재정 절감에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인 예방백신 접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되며, 감염 전문 의료진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6일 가톨릭의대 성의회관 마리아홀에서는 '2018 제12차 대한백신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진행됐다. 대한백신학회는 지난 3월부로 대한의학회 산하 정학회로 인정 받으며 그 위상이 격상된 바 있다.
대한백신학회는 백신 관련 학술 전문가와 유관기관 및 백신 제조판매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인들까지 참여하는 매우 포괄적 구성의 학술단체다.
6일 개최된 춘계학술대회 또한 이러한 다양성과 전문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백신 정책부터 기초과학, 동물백신에 이르기까지 백신과 관련된 광범위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성인백신에 대한 최근 이슈들을 다룬 마지막 세션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참석하며 심도있는 강의와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뎅기열과 황열병, A형간염 백신부터 일본뇌염,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Td/Tdap) 백신에 대한 자세한 강의가 진행되었으며, 세션 후반에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대상포진, 인플루엔자, 폐렴구균 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현황과 국가예방접종사업(National Immunization Program; NIP) 관련 논의들이 진행되며 열띤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중 대상포진 백신의 현황과 NIP 도입 이슈에 대해 발표를 진행한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대상포진 질환으로 진료 받은 환자가 연평균 7.3%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재갑 교수는 "고령화와 발병률 증가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감안하면 대상포진 백신의 NIP 도입에 대해 이제는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하며, "대상포진백신이 NIP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국내 역학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비용효과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개발되어 시판 중인 대상포진 백신들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대상포진 백신으로는 MSD의 '조스타박스' 그리고 SK케미칼의 '스카이조스터'가 있다. 두 제품 모두 생백신으로 대상포진 예방효과는 60~70% 사이로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스타박스'의 경우 허가 임상 데이터 분석 결과 60세 이상 노령층에서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실제 리얼월드나 영국에서의 NIP 도입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상연구 데이터보다 노령층에서 더 나은 결과가 관찰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2017년 발매된 '스카이조스터'는 추후 시판 후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실제 진료환경에서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를 추가적으로 제출하게 된다"며, "추후 발표되는 데이터들이 국내에서의 대상포진 백신 효과를 보충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교수는 미국에서 작년에 승인된 GSK '싱그릭스'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싱그릭스'는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으로 허가 임상 결과에 따르면, 기존 대상포진 백신의 예방효과보다 월등히 우수한 전 연령에서 90% 이상의 효과를 입증한 백신이다.
무엇보다 노령에서 효과가 떨어지는 기존 백신과는 다르게 70세 이상의 연령에서도 91.2%의 대상포진 예방효과와 88.8%의 대상포진후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PHN) 예방효과를 나타내어, 단시간에 미국 내 가이드라인 개정을 이끌어내며 '조스타박스'보다 우선권고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에도 이재갑 교수는 조스타박스의 캐나다,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의 NIP 도입 비용효과성 연구 논문들을 소개하며 연령 범위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령에서의 대상포진 백신사업이 비용효과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대상포진 백신 NIP를 진행하는 국가로는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그리스 등이 있고, 캐나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은 지자체 펀딩으로 진행 중이며, 오스트리아, 한국 등에서는 권고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갑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내 대상포진 백신 NIP 도입에 대해 "우선적으로 대상포진 백신의 비용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들이 우선 진행되어야 한다"며, "그 외에도 고위험군에서의 인플루엔자 백신, 단백결합폐렴알균 백신 등 성인 예방접종 백신 중 NIP 도입에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고, 향후 국내에도 도입될 '싱그릭스'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