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별수가제 안에서 의료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의료행위별 마진율을 균등하게 설정하고, '원가+α' 수가 설정 시 α(알파) 크기를 적정 수준으로 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지난 2일 오전 10시 원주 사옥 대강당에서 '공단 경영방침 및 2018년 운영 방향'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 이후 김 이사장은 기자들과 티타임이라는 다소 편안한 자리를 마련하여 취임 100일의 소회를 밝혔다. 이를 메디포뉴스는 일문일답으로 정리해 독자의 편의를 돕고자 했다.
◆ 이번에 공단 팟캐스트가 신설되면서 3일 녹화를 들어가는데, 어떤 내용으로 할 계획인지?
보통 낭독하는데, 변화를 주기 위해 원고 없이 한다. 원고를 낭독하면 재미도 없고, 팟캐스트 특성상 원고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일이 많다.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이상이 교수가 진행자인데, 나를 잘 아니까 잘 알아서 질문할 거다. 부담은 없다.
◆ 7일이 취임 백일인데, 굳이 2일 경영방침을 발표한 이유는? 의협 회장 당선인이 강경하게 나온 것과 연관이 있는지?
의협과는 전혀 관계없다. 꽤 오래전에 2일 날 발표를 계획했다.
◆ 의료계와의 상생 계획은?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공단 입장에서 성실하게 임한다는 것이다.
◆ 위탁집행기관에서 기획 · 관리 조직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는?
지금까지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모든 것을 정하고 공단에 집행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건강보험 장래 및 건강보험 제도 개선 등과 관련한 아이디어는 공단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
저출산 · 고령화 대책 등은 만들기 어려운데, 이는 당연히 공단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복지부에 제안해 복지부 · 공단 협의로 채택돼야 한다. 이 같은 위치로 공단이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 소통창구 문제가 있는지?
소통창구는 복지부 내 건강보험 담당자들과 늘 협의하기 때문에 문제가 별로 없다.
◆ 아이디어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취임하고 보니 공단 내 연구 기능 등이 많이 취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연구 기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전문가를 많이 채용해 여러 전문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예정이다.
또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의 경우 보험자병원으로 설립했는데 수가 · 급여에 대해 역할을 충분히 못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역할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좋은 방안이나 복지부에서 받아들일 방안을 내면 당연히 받아들일 거다.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이 중요하다.
◆ 공단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공동 연구 계획은?
같이하는 연구는 당연히 늘어나야 한다. 지금까지는 각자 활동해왔는데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심평원과 공단 간 정보 공유와 관련해서는 현재 결정 · 추진하고 있다.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생각하는 폭이 훨씬 더 넓어질 뿐만 아니라 겹치는 사고가 생기고, 함께 생각할 부분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따라서 심평원과 같이 하는 연구 및 정책 개발 활동을 공단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 복지부 장관 · 공단 이사장 · 심평원 원장이 만나서 공단 기능 · 역할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지?
공단 기능 · 역할을 얘기한 적은 없고, 이에 대해 앞으로 모색해야 할 듯싶다. 시간이 필요하다.
◆ 복지부 장관 · 공단 이사장 · 심평원 원장 간 정기적 모임이 있는지?
가급적이면 자주 보기로 했다. 각자의 아이디어를 얘기하고 상황을 공유하는 등 서로 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난다.

◆ 문재인 케어를 의사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이 과정에서 의료계 · 정부가 실수한 것은?
이와 관련해서는 지금 답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 문재인 케어는 5년간의 긴 작업이기 때문에, 어느 한 시기 · 상황으로 전부 결정되는 게 아니다.
◆ 의협 회장에 강경파가 당선됐는데, 수가 협상 때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 같다.
공단은 공단 입장에서 최대한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 의협 회장 당선인에 대한 인물평은?
그것을 지금 여기서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 인물을 평가할 이유가 없다.
◆ 복지부 등 유관기관에서는 인물평을 내놓으며 같이 움직이겠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 공단의 경우 직접 부딪히는 부분이 더 많다 보니 공단 나름의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공단이 독자적으로 하는 게 아니며, 모든 것을 복지부 · 심평원과 협의 · 논의할 것이다. 모든 것을 원칙적으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 일산병원장, 연구원장 등 인물 교체가 활발히 이뤄지는 상황이다. 인물 교체와 관련해 따로 생각한 부분이 있었는지?
이번에 교체되는 이사 3명은 전부 임기 종료된 이들이며, 감사 및 연구원장의 경우 공석이었고, 병원장도 3월 중순 임기가 종료돼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다. 즉, 내가 의도적으로 인사를 몰아서 한 것은 아니다.
◆ 언제쯤 임명이 완료되는지?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나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와줬으면 하는데, 인사 검증 절차가 있기 때문에 아직 뭐라고 말할 수 없다.
◆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개선점을 말했는데, 공단 이사장 자격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어떻게 이행할 계획인지?
개인이나 교수, 국회의원 신분으로는 자유롭게 여러 활동을 펼쳤지만, 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이사장 임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그런 부분을 조심스럽게 느껴서 가급적이면 정책과 관련한 직접적인 얘기를 피하고 있다.
다만, 정책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얘기하기는 어려우나, 보건의료 장래와 관련한 개혁 과제를 얘기하는 것은 가능하다.
◆ 공단에서 의료기관 경영 정상화에 관심을 두고 경영방침을 발표한 게 처음이다. 그런데 의료공급자들이 정부 · 공단을 믿지 못한다. 신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
그간 수가 설정 과정에서 정부, 공단, 의료계가 신뢰를 두기 어려운 경험이 많이 있었다. 이번 문케어에서 비급여를 전부 없애는 개혁을 시행하므로, 의료계가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공단 직원이나 복지부 공무원들에게 '수가를 무조건 깎는 것이 좋은 게 아니다. 수가는 적절한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라고 말했었다.
수가를 너무 깎으면 당연히 의료 질이 내려가고, 병원 경영에 압박이 오게 된다. 이 때문에 병원 내 여러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며, 병원 종사자들도 힘들어한다.
건강보험에서 수가를 주는 것이 원가 이하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 또한, 좋은 의료를 제공할만한 수가를 주는 편이 오히려 공단 입장에서도 경제적인 것이다. 의료 질이 내려가면 돈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없고, 병을 더 키워서 큰 병으로 발전되기 때문에 오히려 돈이 더 들 수 있다.
현재 수가는 ▲건강보험 밖 비급여 ▲건강보험 안 이윤이 남는 수가 ▲원가보다 모자라는 수가 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비급여가 전면 급여화되고 수가가 조정되면, 모든 수가의 마진율이 비슷한 수준이 되도록 수가를 설정해야 진료 시 의사가 수익을 먼저 떠올리지 않는다.
행위별수가제 안에서 의료 정상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행위별 마진율이 균등하게 설정돼야 한다. 또한, '원가+α' 수가 설정에서 α 크기를 적정 수준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금번 새로운 수가 설정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이렇게 해야 건강보험료가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된다. 병 진단 · 치료에서 괴리가 생기면 병이 낫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효율이 존재한다. 병에 가장 적합하게 치료가 이뤄지도록 건강보험료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게 의사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의사 편을 드는 게 아니다. 이렇게 사용하는 게 건강보험료를 가장 적정하게 쓰는 방법이다. 문재인 케어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 수가 협상과 관련해 이사장 입장에서 고려하는 인상률 정도 · 범위가 있는지?
전혀 없다. 생각도 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