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동아ST는 미국에서 임상2상을 완료한 천연물제제 당뇨병성 신경병증치료제 ‘DA-9801’과 치매치료제 ‘DA-9803’을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번 기술수출로 한 동안 침체됐던 천연의약품 시장이 다시 전성기를 맞을지 주목 받고 있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유비스트 기준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월처방액을 통해 천연물의약품 현황을 살펴보고, 천연물제제 의약품 개발동향과 글로벌신약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봤다.[편집자주]
◆월처방액이 가장 높은 천연물제제 약물은 안국약품의 기관지치료제 시네츄라시럽
메디포뉴스가 유비스트 자료를 토대로 분석할 결과,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일 년간 누적 월처방액이 가장 높은 천연물 제제 약물은 약 336억 3,400만원(33,634,693,662원)을 기록한 안국약품의 기관지염 치료제 시네츄라시럽(성분명 coptis rhizome butanol dried ext,ivy leaf 30% Ethanol Dried Ext)다. 다만, 유비스트 자료는 시네츄라 시럽의 용량 5mL, 10mL, 15mL, 500mL에 대한 월처방액을 각각 명시돼 있어, 이를 이를 모두 합산해 분석했다. 뒤이어 SK케미칼의 골관절증 치료제 조인스정(성분명 clematidis root, trichosanthes root, prunella spike ext)이 약 313억 9,300만원(31,393,655,264원)을 기록했다. 2013년 월처방액이 600억원까지 기록했던 동아에스티의 스티렌은 처방액은 약 145억 9,700만원(14,597,644,872원)까지 감소했다.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이 천연물제제 약품의 굴레로 작용?
우리나라는 2000년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을 제정해 천연물신약 연구를 장려했다. 그러나 원래 의도와 다르게 이 법으로 인해 천연물제제 약물에 대한 특혜 의혹을 일었다. 이에 감사원을 2015년 7월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산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하며, 식약처에 권고 사안을 내놓았다. 이 일환으로 식약처는 2016년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개정을 통해 천연물신약의 정의를 삭제했다.
보건 산업계 종사자 다수는 굳이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 자체가 필요없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에 대해 당시 한의계는 천연물제제(한약제제)를 단지 제형이나 규격변경, 제조방법(추추 용매, 추가 공정)등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천연물신약이라고 규정해 의사들만 처방할 수 있도록 한 조치에 반발했다. 의료계 역시 천연물 신약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신뢰하지 못 하는 분위기다. 특히, 천연물신약의 경우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에 의해 안전성과 약동학적 평가가 이뤄지는 임상 1상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료계 지적이 있다.
정부는 천약물제제 약물이 글로벌신약으로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안경섭 한국생명공명공학연구원 천연물의약연구센터 연구원은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 힘입어 3차에 걸친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5개년 계획이 순항하던 2011년 정부의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 5대 과제에 천연물신약이 포함되면서 관심이 더 높아졌다. 2011년 상반기에 녹십자 신바로캡슐, 안국약품 시네츄라시럽, 동아제약 모티리톤정 등 3건이 시판 허가를 받았으며 2012년 한국피엠지제약의 골관절염치료제 레일라정과 영진약품의 아토피치료제 유토마외용액이 천연물신약 허가를 받았다.”며 정부의 지원책에 당시 국내에서 일정수준의 가시적 효과는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내수시장보다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우리나라 제약사의 수출 성적은 형편 없었다. 안 연구원은 “대표 천연물신약으로 불리는 스티렌은 출시된 이후 고작 2억여원 수출에 그쳤다. 다른 천연물신약 또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천연물신약은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거리고 먼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명칭은 다르지만 해외에서는 천연물제제 약물 활발히
천연물은 크게 의약품시장과 건강기능식품시장을 포함한다. 세계적으로 천연물과 관련된 시장 자체는 약 1,000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연간 8~10%의 성장률을 나타낸다. 천연물 의약품의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는 중국의 토착식물 팔각회향이라는 천연물질로 개발됐다. 2013년 기준 타미플루의 연매출은 약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외도 아스피린, 탁솔 등이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 항암제로 사용되는 탁솔은 연 매출액이 약 12억 달러(한화 1조 4천억원)이상이다.
Science Times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Botanical drug Guidance를 제정해 천연물 의약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연구를 지속해 왔으며 그 결과 1982년부터 약 868종의 신약후보물질과 40여 종의 신약, 209종의 반합성 물질을 승인했다.
중국 역시 천연물제제 약물 개발에 적극적이다. 중국의 전통의 약초의학산업으로 바탕으로 이미 2003년까지 1,200여 종의 식물 추출산업을 완료했고, 700여 종의 순수 화합물을 분리했다. 또한 정부에서는 ‘혁신약물과 중약현대화 계획’을 수립해 추진했다. 실제로 중국은 개똥쑥을 이용한 말리리아치료제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투유유 중의학연구소 박사가 노벨상을 수상했다.
유럽 역시 각국 정부가 식물약품이라는 규정을 따로 둬 평가와 지원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천연물제제 약물 발전 위해선 명확한 기준과 임상 필요
임 연구원은 천연물의약품이 글로벌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천연물의 과학화, 표준화, 규격화 및 복잡한 임상 시험 판매 승인을 위한 과학적 자료 수립 △지문분석법(fingerprint) 등을 통한 CMC(Chemical manufacturing control) 해결 △안정성과 유효성 확보 △수출 국가에 대한 허가 사항 숙지를 꼽았다.
특히, 미국은 천연물약품의 약 90%가 명확히 규명돼야지만 약물로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중국 역시 천연물신약인 중약 5류의 경우 유효부위의 함량이 50%이상이어야 하며, 유럽은 마커(marker)를 통한 구성성분을 규명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미국, 중국, 유럽 모두 약효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약물상호작용자료, 약물작용기전, 약물동력학 자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천연물신약의 재료가 되는 전통식물자원에 대한 각국의 식물자원 확보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은 국립암연구소(NCI)를 중심으로 10만종 이상의 식물추출물을 확보하여 주로 AIDS나 항암제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일본은 National Institute of Agrobiological Resources에서 식물자원을 포함한 생물 유전자원을 보존∙관리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과의 생물자원 공동자원 공동조사사업을 통해 식물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천연물제제 약물 개발 전략 Reverse pharmacology 천연물 제제는 다양한 성분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정제 화학약품에 비해 정확한 메커니즘 분석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천연물제제 약물 연구는 좀 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임 연구원은 “Reverse pharmacology는 전통 생약재의 처방을 토대로 활성물질 규명과 전임상∙임상연구를 통한 약물후보군 또는 처방군으로 개발하려는 방법이다.
이미 경험적으로 안전성과 임상효능이 입증된 전통 생약재를 활용하기 때문에 합성신약의 초기개발 프로세스와는 반대로 진행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개발비용과 소요기간을 합성신약개발보다 절감할 수 있어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reverse pharmacology 전략은 후보물질을 선별하는 과정을 축소한다는 것인지 일반적으로 모든 약물이 거쳐야 하는 임상과정을 생략한다는 말은 아니다.
동아ST의 기술수출로 우리나라 천연물 제제 개발이 다시 활발해 지길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선 한의계, 의학계, 제약계의 협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