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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창간 특집]4차 산업혁명과 제약산업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뜨거운 주제는 산업의 지속가능성이다. 제약산업의 꽃인 신약이 시판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리고, 대규모의 투자를 함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구현 가능성조차 불확실한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약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시장으로 연계되는 확률마저 저조하다. 신약은 5,000에서 1만여 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 중에서 평균적으로 단지 9개만이 임상에 진입하게 되고, 임상시험이 완료된 하나의 신약만이 최종적으로 시판 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규제의 강화로 신약개발에 대한 실패 위험은 가중되고 있다. 규제기관의 허가를 위해 필요한 임상 기간도 ‘90년대에는 평균 4.6년이었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는 7.1년으로 증가했다. 신약개발이 실패 위험도 높고, 오랜 개발 기간과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약 개발 초기단계에서의 효율성과 효과성이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약 개발의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신약의 혜택을 가능한 많은 환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성이 떨어지는 희귀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의 동인이 된다.

 

이 상황에서 4차산업혁명의 핵심 요소인 인공지능을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모든 경우에 대해직접 실험하고 증명하지 않아도 자동 문헌 분석, 독성 예측,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개혁할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방대한 빅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함으로써 임상시험을 최적화시키고 부작용이나 작용기전을 예측하는 등 신약개발에 필요한 과정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인공지능은 컴퓨팅 파워의 획기적인 증가와 함께 인터넷을 기반으로 생성되고 공유된 데이터세트의 등장 그리고 빅데이터로 인해 급속히 발전하였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개념인 사이버-물리시스템에 적용되고 있으며, 기업은 소프트웨어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음성인식 스피커, 개인 비서, 신약개발에 이르기까지 첨단 기술 산업 분야에서 획기적인 인공 지능 활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발달하여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활용이 되면 미래에는 단지 수 명으로 구성된 기업이 저렴한 비용으로 짧은 기간에 블록버스터급 신약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같은 인공지능을 사용하더라도 먼저 약물을 개발한 회사가 특허로 등록할 수 있다. 규모가 큰 제약사가 직접 신약을 개발하지 않고 약물 라이선스를 구매하여 판매에 전담하는 새로운 모델도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과대 평가됐다는 인식 때문에 인공지능의 실제적 가치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지나온 과정을 보면 과거에 있었던 인공지능의 거품과는 다른 점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은 암호학 대가이자 수학자인 앨런튜링 박사가 기계의 지능에 대한 테스트로 튜링테스트를 제안하면서 기계의 지능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시작되었다.

 

‘70년대에 Internist-1, CASNET MYCIN 등의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의료분야에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하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아 실패하게 되면서 정부와 대중의 관심이 줄고 연구도 타격을 입게 된다. 1980년대에 인공지능을 표방한 전문가 시스템이 등장하고, 초기에 성공적으로 보였으나 규칙으로 프로그래밍된 인공지능의 한계로 또다시 실패하면서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두 번의 침체기는 다양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인공지능의 한계에 대한 실망의 결과이다.

 

인공지능이 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IBM의 슈퍼컴퓨터가 체스게임에서 체스 챔피언을 물리친 사건이다. 그 후 심층신경망의 이론적 발전으로 머신러닝에 큰 진척이 있게 되면서 인공지능의 수준은 급상승했다.

 

이제 음성인식과 이미지 분류는 인간보다 잘하며, 본격적인 상황인식서비스도 상용화되었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빅데이터가 축적되고 이용 가능하게 되면서 지난 수년간 신약 개발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작년부터 화이자는 IBM의 신약 탐색용 왓슨을 도입해 면역항암제 분야에 적용하여 항암 신약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이스라엘의 테바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호흡기 및 중추 신경제 질환 분석 및 만성질환 약물 복용 후 분석 및 신약 개발에 착수했다. 사노피는 Recursion Pharmaceuticals와 협력하기로 하고, GSKExscientia와 신약 후보물질 개발 계약을 하는 등 글로벌 제약사의 인공지능 신약개발이 본격화 되었다.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신약 개발과정을 획기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화학 합성, 연구실험, 임상시험, 규제 승인의 대체품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인공지능은 신약을 위한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약물 후보군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며, 임상시험에서의 위험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융복합적으로 연관된 지식을 연계하고 통합하여 약물 및 치료법에 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어떤 약물이 특정 질병의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공지능은 과거의 거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수준에 도달해 있다. 비즈니스에 이용 가능한 충분한 컴퓨팅 성능을 가진 인프라와 상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고, 머신러닝 모델을 학습시키는데 필요한 화학적, 생물학적 빅데이터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심층신경망 등의 인공지능 기술은 향후 수 년 내에 주요 산업의 지속성 측면에서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고, 데이터 중심의 변화는 제약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될 것이다. 이것은 신약개발 투자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불과 수 년 후에 전 세계적으로 $2000억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신약 개발에 보건 의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기대가 증가하고 있으며, 바이오마커 발굴로 약물 효용성이 높은 환자군을 식별하는데도 인공지능의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은 연구비 규모나 기술면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격차가 큰 상태에서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모멘텀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 시점에서 신약을 중심으로 제약산업을 발전시키고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제약사들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국내 제약사가 단독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기업의 규모면에서 쉽지 않다. 그리고 국내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신약 개발용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공공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운영하는 인공지능 신약 개발 인프라가 필요하다. 국내 제약사가 운영과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차후에 보건의료 빅데이터도 연계하여 신약개발을 위한 인공지능 분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혁신적 신약 개발을 위한 생태계를 국내에서 조기에 조성할 수 있고 국내 제약사가 신약 개발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짧은 시간에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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