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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법에 발 묶여 골든타임 놓치는 응급구조사

의료행위 보조업무로 고소 · 고발 시달리는 응급구조사 증가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가 비합리적으로 제한돼 있어 응급환자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응급구조사의 제한된 업무 범위 때문에 발생하는 응급의료 현장에서의 폐해를 23일 국립중앙의료원 등 기관에 대한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다. 



응급구조사는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재난을 겪은 후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1995년에 탄생했으며, 2017년 현재 2만 9천여 명이 소방구급대, 해경, 응급의료센터 등에서 응급의료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 응급구조사 업무가 14개 범위로 제한돼,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 시달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는 응급구조사의 업무가 개괄적으로 규정돼 있으나, 같은 법률 시행규칙에서는 업무 범위가 매우 협소하게 열거돼 있다. 이렇게 열거된 업무 범위는 위급한 응급의료 현실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나아가 응급환자의 생명과 응급구조사의 직무수행을 위협한다.

현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3조에서 규정한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는 2003년 2월 개정 이후 전혀 보완이 없는 상태이다.

이에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은 "2003년 이후 개정이 안 됐다는 사실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응급상황에서 환자 상태 파악과 적절한 처치, 중증도 분류 등은 환자 개개인에게 총체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그런데 이같은 업무 범위의 제한적인 열거는 응급환자 관리 기본 개념과 배치된다. 또한, 응급상황에서 행한 응급구조사의 의료행위 혹은 의료행위 보조업무가 규정된 업무 범위에서 벗어나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소 · 고발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혜리 응급구조사는 "충남대 근무 당시, 의료행위로 환자에게 고소당한 적이 있다. 동맥혈 채혈을 했다고 해서 민원인 가족들에게 보건소로 신고된 바 있고 보건소에서는 그 건에 대해 바로 고소를 했으며 현재는 검찰이 조사 중이다. 내 건 이전에도 심전도 검사, 도뇨관 삽입 등으로 인해 다른 응급구조사들이 신고당한 건이 몇 건 있다."고 말했다.

윤소하 의원이 '응급구조사들이 업무수행을 하면서 고소 · 고발에 시달리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지'를 질의하자, 임혜리 응급구조사는 "법률상에서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가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응급조치까지 포함해서 총 14가지로 구체적으로 열거가 되어 있다. 법에서 규정된 업무 범위가 너무 협소하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으로 신고를 많이 당하고 있는 거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2012년 6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실시한 '응급구조사 2차 직무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무(duty) 10개 ▲일(task) 57개 ▲일의 요소(task elements) 240개로 응급구조사의 직무가 분석됐다. 현행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열거된 14개 업무 범위는 응급구조사의 직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업무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윤소하 의원이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에게 '시행규칙을 개정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건의할 생각을 혹시 해보았는지'를 질의하자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내가 건의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여기에 대해 고민했을 테니 복지부에서 시작할 수 있을 거다. 응급구조사 제도의 그 취지도 생각해야 하므로 (개정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책임을 다소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개선, 골든타임 놓쳐선 안 돼

윤소하 의원은 "제한된 업무 범위로 인해 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환자의 생명을 일분일초 다투는 응급의료 현장에서 응급구조사의 업무가 극도로 제한되어 국민의 생명이 직접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협소한 업무 범위로 인해 응급구조사의 노동권과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소하 의원은 "전문의나 응급실 전담 의사의 구체적인 의료지도 하에서는 응급의료보조업무가 가능해야 한다."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 등을 통해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현실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14년 넘게 보완이 없었던 시행규칙의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행하는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응급구조사 운영을 평가 기준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며 응급구조사와 관련한 응급의료체계의 정비를 주문했다.

끝으로 임혜리 응급구조사는 "응급상황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 바로 갔을 때, 응급구조사들이 병원 내에서 환자를 먼저 봤을 때 등으로 이뤄지는 행위들이 의료법 위반이기에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환자를 처치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개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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