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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수술실 압수수색→국정감사 이슈화→검찰 수사 착수

사건 방송제보로 발단, 의료계 검찰고발 등 발 빠른 대응

▶ 사건개요…수술실 난입에 녹취· CCTV 녹화물 방송 제보로 대응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민간보험이 보장하는 범위가 늘고 있다. 민간보험 가입자는 낸 것보다 더 많은 보장을 받고자하고, 민간보험사는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상반된 이해로 다툼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런데 민간보험 가입자와 보험사와의 다툼이 이제는 보험사와 의료기관의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9월22일 모(某) 방송사가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도 이비인후과 원장과 보험사의 의료보험 보장 여부를 둘러싼 다툼이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유독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 데는 △경찰이 강압적으로 수술실에까지 들어왔고, △이해당사자인 보험사가 수사에 관여했으며, △수술방에 마취된 환자가 있어 환자의 안전에 위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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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말 수술 중이던 서울 강남의 A이비인후과에 경찰, 보험사 직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들이 닥쳤다. 당시 환자는 수술을 앞두고 마취를 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에게 계속 질문하고 스테이플러를 가져오도록 요구했다. 수술실 안에서도 강압적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환자 안전이 위협받았다. 이같은 강압수사에 A이비인후과 B원장은 보이스펜으로 녹취를 하는 한편 CCTV도 녹화하여 모(某) 방송에 제보했다.

B원장은 “이번 사건은 우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도한 수사로 인해 비중격만곡증과 외비성형수술을 동시에 해야 하는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정당한 보험료를 내고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녹취와 CCTV로 증거를 확보하여 대응하게 된 것이다.

▶ 경찰의 해명…보험사기사건 조사 中 이비인후과 측 주장 일방보도

언론에 압수수색 사건이 보도된 후 서초경찰서는 입장을 내놓았다.

서초경찰서는 9월25일 ‘전신 마취 환자 방치시킨 위험한 압수수색, 모(某) 방송 관련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해명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경찰은 방송보도는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오해할 만한 부분이 있어 알리는 것임을 전제했다.

경찰은 “현재 보험사기사건(성형수술비 의료보험 공단 청구 의혹) 관련 조사 중인 이비인후과 병원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내용을 기사화하여 보도된 것이다. 병원에는 마취 전문의가 없으며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금융감독원 보험금 청구 자료에도 전신마취를 하였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수술(코) 중이라면 어느 누가 방해할 수 있겠나, 병원장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수사관의 수술실 입장에 동의 후 들어간 것이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공무집행 방해라고 종용했다는 (원장)의 주장도 일방적인 주장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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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보험사 직원이 경찰관을 사칭했다는 것은 확인된 바가 없으며, 그들이 진술서를 받아갔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압수수색 당시 경찰관 6명, 공단 직원 및 금감원 파견 보험사 직원(보험범죄 전문가) 등 4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방송정정보도요청을 할 예정이며, 이번 사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 의료계의 대응…진상조사 거쳐 관련자 엄정한 문책·재발방지 대책마련 강력 촉구

부당한 보험청구 여부를 떠나 수술중인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강압적 수사에 의료계의 대응 초점이 맞춰졌다.

대한의원협회는 “보험사 직원의 공무원 자격사칭을 경찰이 방조한 점, 압수수색에 보험회사 직원이 참여한 점, 금감원이 압수수색을 요청하는 과정의 의혹 등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후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경찰의 압수수색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재벌 보험회사 직원들이 불법으로 압수수색에 참여했다. 심지어 압수 수색영장에 금감원 직원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자들은 금감원 파견직원도 아닌 그냥 재벌 보험회사 직원들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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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는 9월 30일 강청희 상근부회장, 장성환 법제이사, 신현영 대변인, 이승영 사무총장 4인이 서초경찰서를 항의 방문, 김영배 경찰서장, 고석길 수사과장을 면담했다. 의협은 진료권 침해문제와 보험회사와 경찰이 결탁한 것은 공권력 남용임을 지적했다. 경찰서장으로부터 “수사가 법적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 내부 조사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 검찰고발…숭고한 의료행위 방해받고, 환자 안전도 위협받아 ‘분노’

전국의사총연합은 10월1일 경찰·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민간보험회사 직원 등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계는 무엇보다 숭고한 의료행위가 타인에 의해 방해받아 환자의 안전까지 크게 위협했다는 것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의사의 치료권을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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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현장에 함께한 환자도 “수술이 8분여간 중단된 걸 나중에 알았다.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벌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국정감사…수사전 환자안전 확인절차 마련해 준수할 수 있도록 하라 ‘주문’

박인숙 의원(새누리당)은 14일 경찰청 국감에서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 △경찰관과 조력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고, △공무원 사칭 교사를 방지하기 위해 영장 집행 시 조력자의 역할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진료 또는 수술 시의 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환자 안전을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 의료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박인숙 의원은 20일 경찰청 국감에서는 “경찰과 보험사의 유착이 자꾸 생기면 ‘경피아’, ‘하수인’ 이라는 말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경찰청장은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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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림 의원(새누리당)은 건강보험공단 국감에서 “경찰 요청에 의해 압수수색에 동참했다 하더라도 민간 보험사와 같이 갔다면 공단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조사 절차의 진상조사가 필요하고, 현지조사 절차의 한계 규정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검찰 조사착수…14일 담당검사 배정, 16일 고발인 조사

검찰도 압수수색에 참여한 경찰, LIG손해보험, 건강보험공단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0월1일 전국의사총연합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사건 당시 압수수색에 참여했던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 2명과 건보공단 직원 1명, 참여인으로 참여한 LIG손해보험 직원 5명, 그밖에 CCTV에서 확인이 가능한 보험사 직원 등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전의총의 고발 이후에도 언론을 통해 문제의 사건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국회의원들까지 국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자, 검찰은 지난 14일 담당 검사를 배정하고 압수수색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16일 고발인과 병원 관계자 등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으로 검찰은 구체적인 수술실 압수수색 사건의 사실관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 대응 매뉴얼은?…녹취록 CCTV 확보, 공무집행관련 전문가 자문 필요

의료기관의 자구노력도 필요하다. 수술실 강압수사에 대응하는 매뉴얼에 대해 고한경 변호사(법무법인 나무)로부터 들어 보았다.

고 변호사는 “해당 의원의 경우 녹취록과 CCTV를 확보한 것은 참 잘 대처한 것이다.”라고 평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강조했다. “경찰의 수사는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다. 불법 부당 적법의 경계가 애매하다. 잘못 대처하면 역으로 공무집행 방해가 될 수 있다. 디테일한 대응은 전문가의 법적 자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그동안 의사들이 학습효과가 있는 ‘외래 난동 환자에 대한 효과적 대응법’ 중에서 일정 부분 참고해서 ‘경찰의 강압수사에 대한 대응법’을 매뉴얼화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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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매뉴얼은 물리적인 부분과 법적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 대응은 사전적 예방관리로써 △원내 CCTV 설치 △목격자나 CCTV 촬영지역으로 이동 △녹취 등 객관적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관련 법규의 숙지도 필요하다. 형법 제314조(업무방해)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법 제12조(의료기술 등에 대한 보호)는 누구든지 의료기관을 점거하여 진료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교사하거나 방조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 제보 이후 검찰의 수사착수에 이르기까지 1달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의료계의 시의적절한 대응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의협은 유사사례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의 강력한 지도 감독이 필요하고, 특히 ‘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 지침(SOP)’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제도개선 차원에서 관련 법규정의 개정이나, 경찰 공단 보험사의 현지수사 관행의 개선이 이루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