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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뇌전증에 대한 오해와 차별 더이상은 안된다

뇌졸중·암과 같이 중증질환으로 지정해 집중지원 해야


국내 뇌전증 전문가들이 뇌전증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차별을 없애야 한다며 사회적 국가적 지원을 대폭 늘릴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대한뇌전증학회(회장 손은익 교수, 계명의대동산의료원)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된 제19차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 중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외석학들과 뇌전증의 국내 치료 현황과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과거 ‘간질’이라고 불렸던 뇌전증은 용어자체에 대한 사회인식이 좋지 않아 뇌전증학회가 앞장서 지난 2010년 용어를 변경하고 학회명 역시 대한뇌전증학회로 개명한 바 있다.

손은익 회장(사진)은 “오랫동안 논의 끝에 병명을 뇌전증으로 바꾸고 외국학회에도 이를 알렸더니 전 세계적으로 매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며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애등급에 아직까지 ‘간질등급’으로 남아있어 이를 빨리 변경하기 위해 학회가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각 대학병원의 신경과 교수들은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승봉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는 “뇌전증은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큰 고통을 주는 만성뇌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암이나 뇌졸중, 심장질환 등과 같이 국가적 지원이 없어 환자들이 너무나 힘들게 살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특히 “항경련제의 높은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그렇잖아도 직장을 구하기조차 힘든 환자들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또한 DRE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인 간질수술 역시 단기간에 많은 비용이 필요함에도 국가지원이 없어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율 향상과 사회활동을 도모하기 위해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며 우선 간질수술을 중증질환으로 등록해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뇌전증 환자들이 약 40만명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간질수술을 받을 때 의료보험 이외에는 지원이 전혀 없어 1년에 약 500건 정도의 수술만이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때문에 뇌전증을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과 같이 중증질환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뇌전증학회는 또 약물 난치성뇌전증 환자들의 약값 지원을 확대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홍승봉 교수는 “파킨슨 환자는 약값의 10%만 내고 암환자는 5%만 내고 있으나 뇌전증 환자는 3가지 이상의 항경련제를 복용해도 30%를 부담하고 있어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뇌전증 환자들에 대한 항우울제 치료 제한 역시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뇌전증 환자의 25%에서 68%가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어 뇌전증 치료과정에서 우울증 치료를 해야함에도 정신과 의사만 항우울제를 투여할 수 있고 60일 이상 항우울제 사용을 제한하는 국내 규정 때문에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어 하루 빨리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순봉 교수는 “일본의 경우 우울증 환자의 30%만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며 “현재 현실과 동떨어진 국내 규정의 부당한 점을 지적하고 개선하기 위해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학회는 뇌전증 전문치료시설인 국립뇌전증센터를 조기 설립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뇌전증 환자들이 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국가가 조기에 개입해 의료보험 적용 및 장애인 등록 기준의 현실화, 난치성뇌전증의 희귀난치성질환 등록 등을 집중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교수(홍보이사)는 “뇌전증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차별이 하루 빨리 사라지고 개선돼 올바른 인식이 널리 퍼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천기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는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과거보다는 훨씬 좋아졌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하루 빨리 이를 개선해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어느덧 19회를 맞은 이번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에는 전세계 15개국의 500여명에 달하는 뇌전증 분야의 세계적인 해외석학들과 국내 전문가가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주요 발표주제를 살펴보면 ▲난치성뇌전증에서의 새로운 항경련제의 개발현황(스티브 정 교수/BNI) ▲고주파 뇌파 진호를 이용한 고위 뇌기능매핑 기법 개발(나단 E 크론 교수/존스홉킨스병원) ▲고주파뇌신호 분석 진단기법과 난치성 뇌정증에 대한 조기수술의 효용성(정천기 교수) ▲뇌전증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우울불안증의 치료(안드레스M. 캐너 교수.마이애미대학병원) ▲경기지속상태와 중환자실 뇌파 모니터링(토마스 P. 블렉교수) ▲난치성 뇌전증 치료현황과 사회적 국가적 지원 호소(홍승봉/삼성서울병원 교수) 등이다.

손은익 대한뇌전증학회 회장은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학회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함은 물론 오는 2019년 세계뇌전증학회 서울유치에도 한발 앞서게 됐다”며 “특히 뇌전증 환자의 치료와 처우개선을 위해 사회적 범국민적으로 학회가 기여할 바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