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브란스병원 천근아 교수 연구진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청소년을 위한 음악 기반 사회성 훈련 프로그램 임상 매뉴얼 『MIND 프로그램』(학지사)을 출간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분야 최고 권위자인 천근아 교수가 대표 저자를 맡았으며, 방탄소년단 슈가(본명: 민윤기)도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24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슈가는 천근아 교수와 교류하며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위한 중장기적 치료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음악 기반 치료 프로그램 개발에 뜻을 모았다.
슈가의 개인 후원과 재능 기부를 바탕으로 2025년 9월 세브란스병원에 민윤기치료센터가 문을 열었고, 천근아 교수가 초대 소장을 맡아 프로그램 운영을 본격화했다.
슈가는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파일럿 프로그램에서는 음악 자원봉사 지도사로 직접 참여하며 아동들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천근아 교수는 매뉴얼 서문에서 “그가 보여 준 참여는 음악이 가진 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예술가로서의 감각과, 사회적 약자에게 공감하고 책임을 나누고자 하는 진정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책은 민윤기 님의 이름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으며, 그의 기여야말로 본 프로그램이 현실화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기존의 사회성 기술 훈련 프로그램은 언어 이해력과 인지 능력을 전제로 설계된 경우가 많아, 발달 수준이 낮은 아동에게는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MIND(Music-Interaction-Network-Diversity) 프로그램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아동들은 악기를 고르고 합주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듣고, 기다리고, 조율하는 경험을 쌓는다. 언어로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던 아동도 악기 연주 활동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넓혀 가는 변화가 관찰됐다. MIND 프로그램은 기존 사회성 기술 훈련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임상 모델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프로그램은 총 12회기로 구성된다. 기본적인 상호작용 경험에서 시작해 감정 인식, 정보 교환을 거쳐 공동 음악 프로젝트 수행으로 단계적으로 확장된다. 응용행동분석(ABA)에 근거한 문제 상황 개입 방법도 함께 수록하여 임상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청소년 7명을 대상으로 사전·사후 평가를 실시한 결과, 사회적응 기술, 비언어적 단서 인지 능력, 사회적 참여 동기 전반에서 유의미한 향상이 확인됐다.
프로그램의 효과는 지난해 12월 9일 연세대 대강당 무대 위에서도 생생하게 증명됐다. MIND 프로그램 1기 참여 아동들로 구성된 '세브란스 마인드 밴드'가 창단 연주회를 열어 1,6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앞에서 그간의 성장을 선보인 것이다.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비롯한 여러 곡을 직접 연주하고 노래한 이 무대는 치료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사회적 자립과 예술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당시 천 교수는 "마인드 밴드 공연 연습을 통해 아이들은 인내심을 기르고, 상대와 조율하며 기다리는 힘을 키웠다"고 전했다.
대표 저자 천근아 교수는 “이 매뉴얼을 통해 국내외 전문가와 치료자들이 프로그램의 철학과 구체적 절차를 공유하고 실제 임상에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음악을 통한 집단적 경험이 사회적 관계 형성과 정서 발달을 촉진한다는 점은 이미 다양한 연구에서 제시되고 있으며, MIND 프로그램은 이를 임상 현장에 맞게 구체화한 첫 시도 중 하나로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연구진은 프로그램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임상적 효과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나갈 계획이다.
『MIND 프로그램』은 3월 17일(화)부터 온라인 서점을 통해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