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2월부터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3만명의 학생과 전공의들은 전 정권의 의료농단에 맞서기 위해 자신들의 인생을 내던졌다.
이들의 희생으로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 결정은 1년 만에 일시정지 됐으나, 수련 및 교육 현장 붕괴의 후유증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은 기형적인 수련 및 전문의 시험 일정을 소화하면서 적정 수준의 수련을 받지 못하고 있고, 학생들은 파행적인 학사일정과 24학번과 25학번의 중복 등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어 의료농단으로 인한 고통의 장기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전 정권의 의료농단을 비판하던 현 정부와 여당이 붕괴된 수련 및 교육현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했어야 하는 일은 바로 의대교육 및 전공의 수련 정상화 방안을 장기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위해 의대정원 규모를 동결 또는 일부 축소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초 “지난해 모집정원은 기존 3058명으로 줄었으나 입학정원은 여전히 5058명”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의대정원 증원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냈고, 이에 더해 이미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돼 폐기됐던 공공의대 신설과 전남권 의대 신설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 밝히면서, 자신들이 내란세력이라며 경멸했던 전 정권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노골적으로 의대정원 증원 의지를 밝혔으므로, 의협이 할 일은 정부의 예견된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포함한 전략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 의협은 사실상 의대정원 규모를 결정하는 조직인 추계위 구성 단계부터 아무런 준비 없이 추계위 구성 방식에 동의해 주고, 과학적인 결정이 아닌 정치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조직에 추계 연구 모델에만 매몰돼 있는 교수직 위원들을 대부분 추천하는 등 안이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투쟁보다는 협상에 주력하겠다는 발언을 통해 투쟁의지가 전혀 없는 의협이라는 메시지를 정부에 전달했고, 이로 인해 정부가 부담 없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우를 범했다.
전 정부와 다를 바 없는 비과학적이고 독선적인 정부의 행태와 사실상 결과가 예견됐음에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않았던 현 의협의 안이함이 만든 결과가 바로 오늘 발표된 2027학년도 이후 연평균 의대정원 668명 증원 결정이다. 이에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비과학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미래 의료를 망가뜨려 전 정권의 의료농단을 답습하는 정부의 폭압을 강력히 규탄하고, 결과가 예견되었음에도 안이한 대처로 일관한 의협 집행부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다.
일각에서는 현시점에서 의협 집행부가 물러나면 더욱 혼란해질 것이라 주장하지만, 지금 수준의 의협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의료계에 훨씬 득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 회원들의 판단이다. 게다가 지난 1월 20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택우 회장은 의협 내부 회의 과정에서 ‘조만간 발표될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전공의와 회원들이 수용하기 어려울 경우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지난 1월 31일 대표자대회에서 교수 대표와 전공의 대표들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언했으므로, 김택우 회장이 더 이상 의협회장의 자리에 있을 명분은 없다.
이에 현 의협 집행부는 퇴진해야 하고, 의협 조직은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을 통해 거듭나야만 한다. 이렇게 돼야만 의협이 진정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에 맞서면서 의사 회원들의 권익을 수호하고, 대한민국 의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비록 의협이 무능으로 일관하더라도 정부의 폭압에 끝까지 맞설 것이며,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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