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은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구조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방의료원은 의료진 확보와 필수의료 서비스 유지가 쉽지 않아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상황에서 김천의료원이 3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 중심에는 정용구 김천의료원장이 있었다.
정 의료원장은 자신이 전공했던 신경외과 외에도 의료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높았던 만큼, 평소에도 사회봉사를 통해 이를 기여하고 싶어해왔다. 정년을 앞둔 어느 날, 신문에서 본 의료원장 공모소식은 그를 4일만에 김천으로 이끌었다.
김천의료원장으로 부임 이후 정 의료원장은 ‘환자가 제일 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환자 신뢰구축과 의료진 환경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며 지역 공공병원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지난 26일 대한신경외과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존경받는 의료인상’을 수상한 정용구 김천의료원장은, 같은 날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천의료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운영비결을 소개했다.
김천의료원장 부임 후, 정 의료원장에게는 환자들을 병원에 찾아올 수 있도록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김천은 지역이 넓다 보니 산간지역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의료원장은 거동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왕진을 나가기도 했고, 진료버스 ‘행복병원’을 이용해 원장이 주도적으로 진료하는 모습을 보이며 환자들에게 김천의료원의 노력을 보였다.
정 의료원장은 병원의 시스템 확보에도 적극 나섰다. 뇌졸중 중재시술이 가능한 전문가를 영입해 뇌혈관센터를 만들었고, 응급실 활성화를 위해 응급의학과 의사들을 늘렸으며 산부인과도 개설했다.
의사가 많아야 진료를 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고 생각한 정 의료원장은 의료진 확보와 근무환경에도 세심하게 신경썼다.
정 의료원장은 “의료진들에게 급여를 최대한도로 주고,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정해진 휴가는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국내외 학회도 다녀올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 끝에 김천의료원의 병실 가동률은 전국 평균 수치인 60%를 훌쩍 넘는 85%에 달했다.
정 의료원장은 “환자를 많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으니 선순환이 이뤄져 공공병원임에도 민간병원과 경쟁할 수 있었다”면서 “의료진이 많고, 신뢰가는 병원으로 만들어놓은 덕분”이라고 밝혔다.
의료진 모집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정 의료원장은 “병원의 평판이나 진료환경이 따라주면 의사들은 오게 돼 있다”면서 “급여만 많이 준다고 해서 가는 것은 아니다. 배후진료 역량이 돼야 의사들도 마음 놓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처음 정 의료원장이 김천으로 향했을 때에는 고쳐야 할 문제들이 많았다. 정 의료원장은 “전문과나 전문분야가 없었고, 필수의료 중에서도 산부인과가 없었다. 배후진료를 올 수 있는 의사 숫자도 부족했다”고 회상하며 이를 단계적으로 개선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김천 내 비슷한 규모의 병원에서 이미 심장질환 진료가 가능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뇌, 산부인과, 응급환자 수용에 대한 시급성을 고려했다.
그 결과 김천의 출산환경도 개선됐다. 출산을 위해 타 지역으로 떠나야 했던 모습도 김천에서만큼은 점점 옛말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연간 600건의 출산 중 외지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500건이었지만, 의료원에서 150건, 지역 내 다른 병원에서 100건을 담당해 총 250건을 지역 내에서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더불어 정 의료원장은 응급실 운영도 강화했다. 정 의료원장은 “응급의학과 근무인력 7명을 확보해 24시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법적인 보호막을 통해 의료진 안전도 확보했다. 정 의료원장은 “병원에서 5000만원씩 적금을 따로 들고 있다”면서 “의료진들에게도 최대한 병원에서 보호해준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 의료원장은 “단순히 공공병원에 880억원, 1000억원 대주는 것이 아니라 공공병원에서 적자가 발생 시 지자체나 국가에서 100% 보전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근무하는 의사들이 공공의료를 위해 전념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의사, 간호사는 물론 병원의 사무직까지 3위일체가 잘 되면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