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공병원서 30억원 흑자…김천의료원의 비결은?

2025-10-28 05:50:32

선순환 구조와 신뢰 구축이 만든 지방 의료원의 성공 사례 제시
산부인과 개설, 응급실 강화 등 공공병원 참고 모델 제시


공공병원은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구조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방의료원은 의료진 확보와 필수의료 서비스 유지가 쉽지 않아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상황에서 김천의료원이 3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 중심에는 정용구 김천의료원장이 있었다.

정 의료원장은 자신이 전공했던 신경외과 외에도 의료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높았던 만큼, 평소에도 사회봉사를 통해 이를 기여하고 싶어해왔다. 정년을 앞둔 어느 날, 신문에서 본 의료원장 공모소식은 그를 4일만에 김천으로 이끌었다. 

김천의료원장으로 부임 이후 정 의료원장은 ‘환자가 제일 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환자 신뢰구축과 의료진 환경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며 지역 공공병원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지난 26일 대한신경외과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존경받는 의료인상’을 수상한 정용구 김천의료원장은, 같은 날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천의료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운영비결을 소개했다. 

김천의료원장 부임 후, 정 의료원장에게는 환자들을 병원에 찾아올 수 있도록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김천은 지역이 넓다 보니 산간지역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의료원장은 거동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왕진을 나가기도 했고, 진료버스 ‘행복병원’을 이용해 원장이 주도적으로 진료하는 모습을 보이며 환자들에게 김천의료원의 노력을 보였다.

정 의료원장은 병원의 시스템 확보에도 적극 나섰다. 뇌졸중 중재시술이 가능한 전문가를 영입해 뇌혈관센터를 만들었고, 응급실 활성화를 위해 응급의학과 의사들을 늘렸으며 산부인과도 개설했다.

의사가 많아야 진료를 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고 생각한 정 의료원장은 의료진 확보와 근무환경에도 세심하게 신경썼다.

정 의료원장은 “의료진들에게 급여를 최대한도로 주고,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정해진 휴가는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국내외 학회도 다녀올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 끝에 김천의료원의 병실 가동률은 전국 평균 수치인 60%를 훌쩍 넘는 85%에 달했다.

정 의료원장은 “환자를 많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으니 선순환이 이뤄져 공공병원임에도 민간병원과 경쟁할 수 있었다”면서 “의료진이 많고, 신뢰가는 병원으로 만들어놓은 덕분”이라고 밝혔다.

의료진 모집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정 의료원장은 “병원의 평판이나 진료환경이 따라주면 의사들은 오게 돼 있다”면서 “급여만 많이 준다고 해서 가는 것은 아니다. 배후진료 역량이 돼야 의사들도 마음 놓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처음 정 의료원장이 김천으로 향했을 때에는 고쳐야 할 문제들이 많았다. 정 의료원장은 “전문과나 전문분야가 없었고, 필수의료 중에서도 산부인과가 없었다. 배후진료를 올 수 있는 의사 숫자도 부족했다”고 회상하며 이를 단계적으로 개선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김천 내 비슷한 규모의 병원에서 이미 심장질환 진료가 가능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뇌, 산부인과, 응급환자 수용에 대한 시급성을 고려했다. 

그 결과 김천의 출산환경도 개선됐다. 출산을 위해 타 지역으로 떠나야 했던 모습도 김천에서만큼은 점점 옛말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연간 600건의 출산 중 외지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500건이었지만, 의료원에서 150건, 지역 내 다른 병원에서 100건을 담당해 총 250건을 지역 내에서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더불어 정 의료원장은 응급실 운영도 강화했다. 정 의료원장은 “응급의학과 근무인력 7명을 확보해 24시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법적인 보호막을 통해 의료진 안전도 확보했다. 정 의료원장은 “병원에서 5000만원씩 적금을 따로 들고 있다”면서 “의료진들에게도 최대한 병원에서 보호해준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 의료원장은 “단순히 공공병원에 880억원, 1000억원 대주는 것이 아니라 공공병원에서 적자가 발생 시 지자체나 국가에서 100% 보전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근무하는 의사들이 공공의료를 위해 전념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의사, 간호사는 물론 병원의 사무직까지 3위일체가 잘 되면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영희 기자 nyh215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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