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의사 리도카인 사용 벌금형…“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2025-06-13 14:18:16

리도카인을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의사에게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선고한 벌금 800만원형이 확정됐다. (사건2023노1865 의료법위반)

한의사의 ‘한약제제가 아닌 의약품’ 사용이 한의사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임이 명확히 확인된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의료법이나 약사법의 이원적 의료체계에 관한 규정 취지 및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심사인 품목허가의 의미 등을 고려하면, 한의사는 의약품이 한의학적 입장에서의 안전성·유효성 심사 기준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그 의약품을 처방·조제할 수 있고, 서양의학적 입장에서의 안전성·유효성 심사 기준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이를 처방·조제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한 약사법 제2조의 ‘의약품’, ‘한약’, ‘한약제제’의 정의 조항을 언급하며 법적으로 ‘의약품과 한약 및 한약제제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고 명시했고 이번 사건의 의약품인 리도카인은 ‘한약’ 및 ‘한약제제’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판결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단이다.

이는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藥事) 업무를 담당하는 자’인 한약사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한약, 한약제제가 아닌 의약품’을 판매하는 한약사의 의약품 판매도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무자격자 판매’에 해당함이 다시금 확인된 것이다.

과거 법제처는 “약사법 제2조 제2호의 약사 또는 한약사의 업무 범위 구분은 정의 규정으로 약사법령 전체의 해석지침이 된다.”고 밝힌바 있으며(법제처 법령해석, 2013.8.14.)

복지부는 “한약사 제도의 도입 목적 등 약사법 입법 취지와 한약사의 업무범위 등을 고려할 때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를 제외한 자신의 업무범위를 벗어난 일반의약품을 취급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복지부 유권해석, 2014.8.12.)

또한 2023년 국정감사에서 조규홍장관은 “항히스타민제나 경구피임약은 한약사 면허범위에 들어간다고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2023.10.12.)

이번 판결에 따르면,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안전성·유효성 심사 기준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한약제제가 아니며 한의사, 한약사 모두 처방·조제·판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구피임약, 리도카인, 슈도에페드린, 항히스타민제 등 한약이나 한약제제가 아닌 모든 의약품이 이에 해당한다.

‘한약제제’란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해 제조한 의약품을 말하며, 한의학적 입장에서의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받아 품목 허가된다.

한약제제는 이미 존재하며 구분돼 있다. 한약으로 구성된 의약품의 성분과 근거 방제를 확인하거나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에 따른 심사 결과, ‘한약제제 급여목록 및 상한금액표’, ‘한약처방의 종류 및 조제방법에 관한 규정’ 등을 확인하면 구분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한약사는 “의약품은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만 있다.”, “한약제제가 구분이 안 돼 있다.”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며 한약제제가 아닌 의약품을 불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전문의약품을 취급해 조사와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도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가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이다.

‘무면허 의료행위’, ‘무자격자 판매’가 만연한데도 이에 대한 감독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한 건을 바로잡기 위해 개인 혹은 법인이 막대한 소송비용과 시간적, 정신적 노력을 써야만 하는 상황을 더 이상 만들어서는 안 된다.

우선, 품목 구분에서 ‘한약(생약)제제가 아닌 의약품’의 한의사, 한약사 취급을 금지하고, 수사기관 및 감독 기관에 이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약(생약)제제’를 ‘한약제제’와 ‘생약제제’로 조속히 구분해야 한다.

‘한약(생약)제제’ 중 취소나 취하가 되지 않은 정상적인 완제 의약품은 현재 2545개이다. 약학 등 관련 전문가가 맡으면 1주일 안에 2545개 품목의 95% 이상을 이견 없이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논의가 필요한 품목은 적절한 기준에 따라 협의해 결정하면 된다. 약사법 정의 조항과 안전성·유효성 심사자료 등을 참고하면 어렵지 않은 작업이다.

근본적으로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약품의 취급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문제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예방하고, 관리·감독을 위한 행정력의 낭비도 막을 수 있다. 고시나 정부 입법 등을 통해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다시금 국민 건강을 위한 법원의 상식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환영하며, 정부는 조속히 나서서 문제를 바로잡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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