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응급실 의사 시선으로 본 지방 응급의료 문제점 ②

2024-12-06 06:00:46

김찬규 응급의학과 의사

정부가 ‘필수의료 4대 개혁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의료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한지 어느덧 10개월이 됨과 동시에 의료개혁 원년의 끝이 다가오고 있으나, 현실을 보면 의료개혁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필수의료와 지방의료의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전공의 사태가 일어나면서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과 대형병원의 인력난이 발생했고, 남아있던 인력도 극심한 번아웃으로 인한 개원가 및 1·2차병원으로 탈출하거나 대우가 좋은 수도권 병원으로 지방의 의사들이 상경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지방의료는 회생할 길이 없어보일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방 근무 기피가 유의미한 개선된 것이 없으며, 전공의·의대생과 기존 의사들과의 견해 차이와 갈등도 심각해 지방의료가 살아나려면 젊은의사들의 유입이 이뤄질 수 있는 맞춤형 문제 접근 및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현재 전북 정읍아산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찬규 씨를 만나 응급의학과 전공의 출신으로써 젊은의사 관점에서 봤을 때에 지방 근무가 꺼려지는 이유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고쳐나가는 것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응급의학과 젊은 의사의 한 명으로써 지방에서 일하는 것이 꺼려지는 요인으로는 무엇이 있으신가요?

A. 응급의학과는 서울에서 먼 지역으로 갈수록 급여조건이 유의미하게 좋아진다는 점도 있지만, 의료취약지역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불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크게 인프라 문제와 배후진료과 부재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의대생 1명이 전문의 면허를 취득하면 남자의 경우 30대 중반이고, 여자의 경우에는 30세 전후로, 결혼적령기에 해당합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갖게 되면 근무지역 선정에 있어 자연스럽게 기본적인 지역 환경과 교육여건, 문화생활, 인프라 등 많은 여건을 함께 고려하게 됩니다.

사실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지역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지만,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응급실에서 환자 진료 시 응급의학과 의사는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응급실에서 진료를 본 환자를 입원시키고 같이 상의할 수 있는 배후진료과 의료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적절한 의료인력을 갖추지 못한 병원이 많은 상황으로, 전원이 용이하지 않아 진료 부담이 크고, 진료과목의 부재가 있음에도 환자군은 똑같아 응급의학과 의사가 여러 진료과목을 동시에 봐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아진료를 들 수 있는데, 제가 있는 정읍은 인구가 10만 정도의 소도시로, 소아가 1만2500명 정도 되며, 이 1만 2500명이 밤에 열이 나는 등 상태가 이상하면 전부 저희병원 응급실로 찾아옵니다.

응급실 내원환자의 20~25%가 소아 환자인데, 소아는 성인과 다른 점이 많고 중요한 감별진단들이 많아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완벽하게 진료해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지난 10월에 생후 3개월 소아를 보호자가 끌어안고 응급실로 울면서 뛰어들어 와 다급히 확인해보니 심장이 뛰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심장마사지를 한 후 심장이 돌아왔으며, ICU가 있는 대학병원 전원에 성공했지만, 대학병원 전원에 성공하기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즉, 그 2시간 동안의 초기 처치는 온전히 전부 제 책임 하에 있었던 것으로, 그 부담은 엄청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원이 어렵고 책임지기 어려운 환자도 진료해야 한다는 것은 소송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피하고 싶은 0순위는 소송입니다.

더불어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급여조건이나 근무여건 메리트를 통해 지역 응급실들이 간신히 버티고 있던 것을 의료개혁이 오히려 망가뜨렸단 것에 있습니다. 

인력 부족과 근무강도 부하가 더 심해져 한계에 다다르자 급속하게 붕괴가 가속화 되고 있는 중으로,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저도 다시 수련을 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Q. 개인적으로 지방에서 근무한다면 보장받고 싶은 근무여건(봉급, 근무환경, 워라벨, 시설, 복지, 보호, 주거)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A. 법적인 보호가 1순위로, 의료사고 발생 시 병원차원에서 적절한 대응과 지원이 이루어지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2순위는 주거 및 봉급으로, 저의 지방 근무를 위해 온 가족 다 같이 지방에 살기로 선택하긴 어려웠던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면 주거공간을 해결할만한 충분한 주거공간과 적절한 봉급이 제시된다면 근무선호도가 높아질 것 같습니다.

현제 제가 근무하는 병원은 총 6명의 의사가 함께 응급실을 지키는데, 6명 중 5명이 가족을 서울 혹은 다른 지역에 두고 근무 기간에만 병원에서 마련해 준 주거공간에서 단기거주하며 응급실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주거공간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전북의 소도시까지 의료진들이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더불어 저의 친구가 근무하는 전남의 작은 2차병원도 6명 중 4명이 서울 혹은 타 광역시에서 출퇴근했는데, 비교적 좋은 봉급 덕분에 병원에서 주거공간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별도로 방을 구해 생활하고 근무를 이어갈 수 있었어요.


Q. 지방에서 만약 개원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개인적으로 어떻게 전망하고 계시며, 어떤 부분에 대한 지원·개선이 있다면 개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최근에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1차의원 개원 이어진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로 현재 전국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해당 1차의원은 ‘급성기클리닉’으로, 경증 응급환자를 개원가에서 일정 부분 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생긴 개원 형태인데, 급성기 증상을 조절하고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면 다른 병·의원에 의뢰하는 역할 등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급성기클리닉’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응급의학과에 관심이 있지만, 결국 다른 전문 과목을 전공했던 친구들이 많이 아쉬워했던 부분이 개원이 불가능하다는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개원이 잘 안착한다면 현재 응급의료체계의 문제 중 하나인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급성기클리닉’이 활성화되려면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경증만 24시간 보더라도 경제성이 유지될 수 있는 수가조정이 필요하고 환자의 밀도가 낮은 야간에도 운영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물론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이 거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1차 응급실이 활성화된다면 이로 인해 아낄 수 있는 건강보험재정이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와 같은 환경이 된다면 개원을 염두하고 응급의학과를 전공하는 젊은의사들도 많아질 것 같습니다. 당장 저도 개원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학회·의사회·정부 등에 바라는 지방의료 관련 교육·복지·경영 지원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는 무엇이 있으신가요?

A. 수련에 관해서는 지방에서 수련을 받더라도 동리한 질과 양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수련교육의 표준화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심평원의 기능을 확장해서 미국의 ACGME 같은 형태의 기관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1차의료개혁 실행방안에는 K-ACGME의 역할을 수련평가위원회가 담당할 것처럼 기술돼 있는데, 수련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객관성 있는 수련평가기관이 필요하며, 이는 독립된 기관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회와 의사회에서는 실용적인 술기 및 경증환자 진료에 관한 교육을 더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현재의 교육은 대부분 대학병원 진료를 위한 내용 위주고, 경증환자 진료를 위한 내용들은 도외시 되고 있는 실정으로, 생체징후가 흔들리는 환자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가벼운 복통환자에게 이상적인 수액을 적절한 속도로 주입하고, 환자에 따라 약을 적절히 잘 혼합하는 것도 명의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 대해서는 소송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여달란 말이 가장 하고 싶습니다. 

정부의 의료개혁 세부안을 살펴보니, 응급의학과 전공의 1명당 예상 보험비를 437만원으로 예측하고, 이중 30%를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하는데, 나머지 70%인 305만원을 매달 공제하는것이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진심으로 믿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의료사고조차도 의사에게 사과와 배상, 분쟁조정위원회 회부를 감수하라는 것은 의사를 ‘기회만 주면 환자를 죽게 두고 싶어 안달이 난 악마’처럼 보는 그들의 시선이 느껴져서 굉장히 불쾌했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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