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노동·환자가 원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해법·방향은?

2024-10-23 05:45:55

김명옥 실장 “병상 감축 과정서 의료인력 병목현상 발생 경고”
안기종 대표, 중복 시범사업 관계 재조정과 패스트트랙 중요성 강조

정부가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와 노동계는 의료인력 확충과 유휴 인력 재배치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고, 환자단체는 ‘패스트트랙’에 대한 중요성과 비중 강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국회의원과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 공동 주최하는 ‘중증환자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올바른 해법은?’ 국회 토론회가 10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김명옥 인하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도중 필수의료 인력의 고갈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우선 이미 기존 의료인력의 업무 부담이 심각하게 가중돼 번아웃에 직면해 있다 못해 수 많은 필수의료 인력이 상급종합병원을 이탈하는 엑소더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전했다.

또, 이 과정에서 필수의료 전문의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음과 동시에 각 상급종합병원들이 필수의료를 담당할 전문의를 최대한 보유하기 위해 나서면서 지방의 전문의들이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주요 채용 목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현재 필수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의들의 고령화와 고위험 진료과에 대한 지원 기피로 필수의료 인력의 고갈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으로, 실제로 이미 산부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54.4세에 달하고, 외과·심장혈관흉부외과·비뇨의학과 모두 평균 연령이 53세를 넘기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실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과정에 동반되는 병상 수 감축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의사 외 의료인력의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현재 많은 상급종합병원들에서 간호사 수급 제한의 여파로 취업 대기 간호사가 각 병원마다 수백여 명을 헤아리고 있으며, 간호대학들은 졸업반들의 1년 휴학을 권고하고 있음을 전하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실장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중증 환자 분류체계 개선에 대해 과거의 DRG-A가 아닌 ‘적합질환자’라는 새로운 중증 환자 분류 기준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급하게 기준이 마련된 만큼,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고, 불만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누구나 중증 환자의 정의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류체계 개편이 이뤄지고 지속적으로 중증환자 기준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재정 지속성 문제와 관련해 최근 건강보험 재정 상황에 따라 사업 지원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음을 전했다.

특히, 현재 상급종합병원들이 중환자실을 중축하거나 기존 5~6인실 위주의 병상을 2~4인실 병상으로 개편하고자 리모델링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시행기간 동안 면밀한 검토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김 실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이 성공하려면 국민들의 높은 상급종합병원 선호도와 낮은 문턱의 관행이 타파되고, 진료협력체계의 진정한 정착이 선행돼야 하며, ▲성과보상 시스템 개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수가 개선 ▲전공의 및 의료인력 교육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옥민수 울산대학교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관련해 떠오를 쟁점사항으로 ▲중증도 환자 비율 ▲지역친화도 ▲진료협력 수준 고도화 ▲교육수련 기능 ▲적정병상 수 등이 지목됐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 성공하려면 중증도 총량 관리와 필수의료 제공(지역친화도) 지표 도입을 비롯해 ▲통합예방관리센터 설치를 통한 책임의료조직으로의 발전 ▲상급종합병원 교육수련 관련 재원 마련 ▲병상 수급 기본시책 하 관리 거버넌스부터 점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기관의 책무성을 강조하면서 의료기관의 기능 수준에 맞는 진료로 의료전달체계 구축에 기여하고, 필수보건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와 역량을 갖춰 지역 내 필수보건의료 수요를 충족시켜 주어야 하며, 충분한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 제공과 지역의료기관 간 협력에 앞장서고 감염병 대응 등 공공보건의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옥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 성공하려면 역량있는 의료인력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은 전공의 의존을 줄이고 전문의와 진료 지원 간호사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으로, 성공하려면 전공의 현원 비중 단계적 축소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문제는 공휴일·야간 진료를 맡았던 전공의의 빈자리를 전문의와 진료 지원 간호사가 채워야 한다는 것으로, 중환자와 감염환자를 보는 인력은 일반(경증) 환자를 보는 인력보다 숙련도를 비롯해 수 배의 더 많은 인력의 투입이 요구되는데, 병원 경영진들이 경영의 마인드로 접근해 인력을 더 투입하지 않고 기존의 비율대로 투입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이어 김 국장은 “중증 환자 치료에 충분한 인력이 투입되도록 병상에 대한 의료인력 기준이 설계돼야 하며, 병동 감축에 따른 유휴 인력의 재교육·재배치를 위한 훈련시간도 필요한 바, 이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도 필요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개선한다면 전공의 수련 대상인 환자의 안전·인권에 관련된 조치도 필요한데, 이번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관련 위원회에 환자단체가 포함되지 못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이 정부가 추진 중인 중증 진료체계 개선 시범사업과 차이가 없음에도 중복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꼬집으면서 각 시범사업 간의 관계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환자 입장에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2차병원으로 회송됐다가 갑자기 질환이 악화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상급종합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아 이번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내용 중 ‘패스트트랙’에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시범사업 과정에서 상급종합병원 평가 시 ‘패스트트랙’에 대한 부분이 강조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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