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스템 문제점, 의료보장 원칙·이념 없고, 의료 대한 이해도 낮아

2024-09-11 06:00:06

‘바람직한 의료개혁의 방향’ 의료정책포럼 개최

추구하는 이념이나 뚜렷한 목표 없이 시대에 맞게 바뀌어지는 의료정책의 문제점과 보건의료 관계에 대한 낮은 이해, 국민건강보험을 통합 구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요소들이 현재의 의료대란 및 의료시스템의 한계를 형성했다는 쓴소리가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포럼이 ‘바람직한 의료개혁의 방향’을 주제로 9월 10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사회의료보험의 기본원칙부터 없다보니 오늘날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붕괴 등 오늘날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원칙에서 벗어난 정책 틀로 이뤄지는 의료개혁은 오히려 문제를 파생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을 달성한 해의 ‘보건사회’ 보고서(現 보건복지백서)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고 복지 혜택을 골고루 나눈다는 뜻에서 여러 재정상의 어려움을 무릎쓰고 … 전국민의료보험을 이룩했다’라고 기술하고 있음을 전했다.

이어 이 원장은 “이는 우리나라가 의료보장의 이념을 시혜적 차원의 복지 혜택으로 설정하고 있음으로 볼 수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시혜적 차원의 의료보장은 의료의 소비자 시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 건강보험을 둘러싼 의료정책이 유럽 의료보장국가와 전혀 다르게 전개시키며, 의료를 많이 이용하도록 부추기는 사회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건강보험을 시혜적 차원에서 운영함에 따라 공공의료를 공공병원이 생산하는 의료라고 잘못 정의해 공공병원을 특권화해 민간병원을 차별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의료기관 당연지정제를 1979년 이래 지속시키고 있고, 보험료를 부자들에게 징벌적으로 과다 부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원장은 “지금이라도 원칙을 이해하고 개혁을 점진적으로 해야만 건강보험제도의 붕괴를 방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의료사회화 원리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며,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정의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선 이 원장은 의료보장제도가 초래하는 의료사회화는 의료재정은 소득에 비례해 부담하고, 사용은 부담액과 무관하게 모든 국민이 동일하게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회화하는 것인 만큼, 의료이용의 사회화를 위한 정책이 중요하며, 의료공급까지 사회화시키는 사회주의 의료와 구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의료이용의 사회화 측면을 생각하지도 않고, 재정을 공동 조달하는 제도로만 인식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의료서비스 배분을 수요에 맡기고, ‘공공보건의료법’을 제정해 공공의료가 건강보험의료와 별개인 것처럼 정의함은 물론, 건강보험의료를 공공재가 아닌 사적재화로 정의하고 있으며, 사회의료보험에 대한 무개념으로 의료계획 없이 의료정책을 펼쳐 오늘날의 의료파동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잘못 정의하고 있는 공공의료에 대한 개념과 관련 집행에 대한 비난도 제기됐다.

이 원장은 유럽 의료보장국가에서 공공의료는 공적재정으로 제공되는 의료로, 이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의료가 공공의료에 해당함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는 공공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만을 공공의료로 정의하다보니 건강보험사업이라는 국가적 사업에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등을 통해 참여하고 있는 민간 의료기관이 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공공의료 활동을 법률로 제한함으로써 공공의료사업을 위촉시켰고, 공공병원 적자는 착한적자라는 식으로 모럴 헤저드를 촉발시켰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간병원에게 정부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핑계를 제공하고, 의료정책의 한계를 자초했으며, 공공보건의료법은 공공병원노조와 공공에 매달리는 이념형 전문가들을 위한 개념·법률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 원장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정부의 의료기관 강제 징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보험제도 도입 초기의 의료자원 부족을 메꾸기 위한 강제징발 조치로, 건강보험 확대에 기여한 바 있으나, 강제징발은 민간병원으로서는 재산권의 침해로 볼 수 있기에 전시나 비상재난시에서만 강제징발을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며, 비상사태가 완료되면 계약으로 바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자본주의 국가로서 당연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이 영리를 취하게 된 원인은 건강보험 통합에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원장은 건강보험을 통합하면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비급여를 인정하는 규정이 들어가게 되는데, 비급여서비스 가격은 의료법에 의거해 의료기관의 자율로 책정할 수 있게 되면서 비급여로 의료기관이 초과이윤을 얻게 되자 민간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 모두 비급여를 제공하고 초과이윤을 추구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로 인해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며, 의사 급료가 민간과 경쟁이 되지 못해 민간의료기관으로 전직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진료과별 의사 수입의 격차와 비급여 제공이 어려운 진료과의 인력 문제 등이 발생하면서 지방의료·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의료의 지역화에 대한 몰이해와 진료권 폐지가 지역의료의 붕괴를 촉발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원장은 건강보험 통합을 위해 조합방식은 지역단위로 조합을 구성·운영하기 때문에 의료자원의 도시 편중을 초래해 지역 주민은 의료이용에서 불리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당시 정부는 통합론에 대한 선제 방어를 위해 대진료권을 철폐하고, 이후 지역조합을 하나로 하여 공교의료보험공단과 통합함에 따라 중진료권 설정의 의미도 사라지자 중진료권도 철폐하는 행보를 보여주는데, 이때부터 환자들이 손쉽게 수도권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KTX가 개통되면서 환자의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됐으며, 환자가 떠난 지방에서 의료기관이 생존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의료기관이 환자를 따라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의료공급자들이 수도권으로 집중한 것은 의료 지역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건강보험통합의 결과라는 것이다.

끝으로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의료보장제도를 실행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규범적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하나, 의료의 소비자 시장이 있는 것처럼 착각해 미국형 시장주의 의료정책을 시행하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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