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중환자의학회가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과 함께 성인·소아·신생아 중환자를 아우르는 재활 및 post ICU 추적관리를 체계적으로 제시한 임상진료지침을 최근 발표했다.
이번 지침은 중환자실(ICU) 입원 단계부터 퇴원 이후 외래 추적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국내 첫 통합 가이드라인으로, 집중치료후증후군(PICS)과 장기 후유장애에 대한 체계적 대응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2010~2019년 동안 약 350만 명이 ICU에 입실했으며, 30일·90일·1년 시점 사망률뿐 아니라 장기적인 기능 저하와 삶의 질 감소가 큰 부담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신체 기능 저하, 인지 기능 장애, 불안·우울·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포함하는 PICS는 ICU 생존자의 40~50%에서 관찰된다는 연구들이 보고되면서, 생존 이후의 삶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중환자의학의 새로운 과제가 됐다. 그럼에도 조기 재활, ECMO 재활, 소아·신생아 중환자 재활, post ICU 클리닉을 포괄하는 국내 가이드라인은 부재해, 기관별·진료과별로 접근과 중재 수준의 편차가 컸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지침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성인 ICU, 소아·신생아 ICU(PICU·NICU), ECMO 환자, 퇴원 후 post ICU follow up care까지를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다뤘다. 지침 개발위원회는 MEDLINE, Embase, Cochrane Library, KoreaMed 등 주요 데이터베이스를 대상으로 PICOS 기준에 따라 체계적 문헌고찰을 시행하고, 국제 가이드라인과 전문가 합의를 종합해 15개 핵심 질문(KQ)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했다. 각 권고는 GRADE 방법론을 적용해 근거수준(High·Moderate·Low·Very low)과 권고강도(Strong·Conditional)를 명시했으며, Evidence to Decision(EtD)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국내 환경에서의 수용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성인 중환자 재활 파트에서 가장 큰 축을 이루는 것은 ‘조기 재활·동원’이다. 메타분석 결과, 중환자실 재원 초기부터 물리·작업치료를 포함한 조기 재활 프로그램을 시행한 군에서는 일상생활활동(ADL), 근력, 신체 기능이 대조군에 비해 향상되고 ICU 및 병원 재원기간이 단축되는 경향을 보였다.
퇴원 시 근력의 경우 최소 임상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상회하는 향상이 관찰됐으나, ADL과 재원기간 단축 효과는 통계적으로는 유의하더라도 크기는 비교적 작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병원 사망률 감소 효과는 상대위험도 감소 경향은 있었지만 신뢰구간이 넓어, 조기 재활만으로 사망률 개선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안전성 측면에서 조기 재활에 따른 심혈관·호흡기·카테터 관련 이상반응은 전체 중 약 1% 내외로 보고됐고, 대부분 중단이나 조정으로 회복 가능한 경미한 사건이었던 것으로 정리됐다. 지침은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기계환기 여부와 관계없이 적절한 선별 기준을 충족하는 성인 중환자에게 조기 동원 및 재활치료를 시행할 것을 ‘조건부 권고(Do, conditional)’로 제시했다. 동시에 산소화 상태, 혈역학, 진정 수준, 활력징후 변화 등을 포함한 안전 기준과 중단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NMES(신경근 전기자극), 사이클 에르고미터, 호흡근 강화훈련(IMT) 등 보조적 재활 중재에 대한 근거도 정리했다. NMES와 에르고미터는 근육량과 근력 유지, 6분 보행거리 개선 등에 일부 긍정적 효과가 보고됐지만, 연구 간 이질성과 비뚤림 위험으로 인해 근거수준은 대체로 낮거나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문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지침은 NMES·에르고미터의 단독 또는 병합 사용을 ‘효과 가능성이 있으나 근거가 제한적이므로, 자원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선택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중재’로, IMT는 호흡근력 향상과 인공호흡기 이탈을 돕는 잠재적 이득을 근거로 성인 중환자에서 조건부 시행을 권고했다.
특수 상황에 대한 재활 권고도 눈에 띈다. ECMO 치료 환자에서의 재활은 2024년 Extracorporeal Life Support Organization(ELSO) 가이드라인 등 국제 문헌을 검토한 뒤, 적절한 인력·시설·안전기준을 갖춘 경우 조기 동원과 재활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다만 국내에서 ECMO 재활을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다학제 팀 구성, 카테터·회로 관리에 대한 명확한 프로토콜, 재활 단계별 목표 설정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같이 강조했다.
소아·신생아 중환자에 대해서는 성장·발달 단계에 맞는 물리·작업·언어재활介입, 부모 및 보호자 교육, 신경발달 평가를 포함한 포괄적 재활 전략을 제시하면서, 관련 연구 근거가 여전히 제한적인 영역이므로 임상 경험과 전문가 합의를 바탕으로 한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하장애와 일상생활활동, 인지·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재활도 별도의 장에서 다뤘다. 기도발관 전후 연하장애를 조기에 선별하고, 필요 시 비디오투시검사(VFSS) 등 정밀 평가를 통해 구강섭취 재개 여부와 시점을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이 과정에서 언어치료사(SLP)의 역할이 중요하며, 적절한 평가·중재介입이 병원 재원기간 단축과 안전한 경구 섭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함께 소개됐다.
또한 작업치료와 인지재활, ICU 다이어리 등의 중재가 퇴원 후 기능 회복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아직 일관되지는 않지만, 환자·가족의 경험을 개선하고 장기적 회복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지침의 또 다른 축은 PICS와 post ICU follow up care다. 국내외 연구를 종합하면, 중환자실 생존자 상당수가 1년 이상 신체 기능 저하, 인지 장애, 불안·우울·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등을 경험하며, 이로 인해 삶의 질 저하와 재입원, 의료 이용 증가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post ICU 클리닉, 텔레재활, 다학제 코칭 프로그램 등 다양한 모델이 시도됐으나, 불안·우울, PTSD, 삶의 질 개선 효과는 연구에 따라 차이가 크고, 재입원·사망 감소 효과도 일관되게 입증되지는 못했다. 이에 지침은 post ICU follow up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근거수준을 ‘낮음(LOW)’으로 평가하면서도, 환자·가족 지원과 장기 예후 관리의 필요성을 고려해 조건부로 도입·운영을 권고하는 방향을 택했다.
특히 지침은 post ICU follow up이 단일 프로그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PICS 고위험군을 선별해 신체·인지·정신건강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필요 시 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호흡재활·사회복지 등과 연계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 연구에서 삶의 질 향상이나 응급실 방문·재입원 감소, 비용 효과성 향상 가능성이 보고된 점을 고려해, 국내에서도 병원 규모와 자원, 지역 의료체계에 맞는 다양한 모델을 시범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학회는 “이번 지침이 중환자실에서의 재활은 사치가 아니라 표준 치료의 한 부분”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국내에서는 수가와 인력, 공간 부족 등으로 인해 중환자 재활과 post ICU 관리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각 기관이 지침을 참고해 자체 프로토콜과 질 향상(QI)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다학제 팀 기반의 중환자 재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회는 성인뿐 아니라 소아·신생아, ECMO, 디지털 헬스 기반 재활 등 근거가 취약한 영역에 대한 국내 연구를 축적해 향후 지침 개정 시 근거수준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