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근로자는 비재택 근로자에 비해 수면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일-가정 갈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대병원은 직업환경의학과 정인철·정재혁 교수팀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인 근로환경조사 5차(2017년), 6차(2020-2021년) 각 5만여 명의 자료를 통해 재택근무와 수면장애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고 7월 11일 밝혔다.
그 결과, 재택근무 근로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근로자에 비해 수면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코로나19 이전에는 4.26배(5차 2017년), 코로나19 유행 기간 중에는 1.52배(6차 2020-2021년)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재택근무 근로자가 수면장애 등 정신건강에 더 노출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재택근무 시 일과 가정의 경계가 허물어져 업무와 집안 살림, 육아 등이 뒤섞이면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보다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휴식 없는 생활로 인해 더 피로함을 느끼거나 이외 사회적 고립감 등으로 수면장애, 우울, 스트레스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연구팀은 수면장애는 MISS(the Minimal Insomnia Symptom Scale) 척도(6점 이상 수면장애)를 이용했다.
일-가정 간 갈등은 설문조사 중 ‘지난 1년 동안 일로 인해 가족에게 당신이 원하는 만큼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다’ ‘집안일 때문에 일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한다’ 등의 문항을 활용했다.
특히, 연구팀은 일-가정 갈등이 없는 경우, 재택근무-수면장애 간 연관성이 없거나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일-가정 갈등이 있는 근로자에서 재택근무는 수면장애 확률이 약 6배 더 높았으나, 일-가정 갈등이 없는 근로자에서는 유의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즉, 재택근무 시 수면장애 경험에 일-가정 간 갈등이 큰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흥미로운 연구결과는 코로나19 기간 중에는 일-가정 갈등이 있더라도 그 연관성이 없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중 재택근무가 감염병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으로 인식해 기존의 고립감, 일-가정 갈등 등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재혁 교수는 “재택근무-수면장애 간 연관성을 확인했으나,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일-가정 간 갈등 해소, 코로나19 위험 등의 사회적 변화 등과 같은 긍정적인 요인들을 확인했다”며 “향후 보다 건강하고 효과적인 재택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