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이 ‘의사의 잘못 인정 회피’ 일으켜…자율징계 도입해야

2024-06-18 06:06:55

안덕선 원장 “의사 인력 추계 등 기반 자료, 면허기구에서 나온다”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의사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려 드는 것은 의사들에게 자율 징계권 없이 형사 처벌에만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 집단의 죽음’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6월 17일 서울의대 융합관 안윤선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명예교수)가 개인적인 소견을 바탕으로 ‘Professionallism은 무엇인가, 한국 사회 속에서 Professionallism 확립하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먼저 안 원장은 “전문직의 특성으로 근대국가 형성의 근간을 시작으로 ▲장기간의 교육·훈련 ▲공인된 배타적 면허 ▲사회적 공익 추구 ▲자체적 윤리 강령 ▲자율규제 등을 갖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 중심 가치 창조에 나서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들에게 최고의 의료를 제공하는 것을 추구해야 하는 내적 가치와 돈과 명성 및 파워 등 외적 가치가 균형을 이루어져야 하는데, 의사들이 수십 년간 화가 났던 것은 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강압적인 통제가 들어오면서 내적 가치만 추구해야 했던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안 원장은 전문직인 의사에게 있어 ‘좋은 의사’는 선택사항이 아닌 의무사항으로, 좋은 의사집단의 좋은 의료의 기준·표준을 제시하고, 나쁜 의사·의료를 방지할 사회적 책무가 있어 나쁜 의사·의료에 대해 개입해야 하며, 강제적 자율적 규약에 의해 좋은 의사·의료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이 있음을 강조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나쁜 의사·의료에 대한 개입을 사법부 또는 공무원들이 하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으로, 안 원장은 “우리는 지금 의료를 형사 대상화해서 형사 처벌을 하는데, 그런 방식으로는 절대로 의료가 좋아질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엉터리 판결을 내려도 사법부는 면죄이고 책임을 질 일이 없는 판사들이 필수의료를 죽여놓았다면서 이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도 생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애초에 어느 나라 전문직을 가도 사법적 규제 등 외적 규제를 싫어하는데, 그 이유가 전문적인 특성과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엉뚱한 판단을 내릴 때도 많기 때문이며, 자율 규제를 임의적 권리로 착각해서 우리끼리 봐주는 문화는 어디든지 있을 수 있으나,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구조·기관 등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안 원장은 집단전문성과 관련해서는 의사들끼리 모였을 때에 직무윤리를 바탕으로 소신껏 진료하되, 전문직의 집단적 이념 공유로 명확한 유대를 설정하고, 전문직단체의 설정 규범이 곧 의료 표준이며, 이를 벗어나는 일을 했을 때에는 회원들에 의해서 징계할 수 있음을 뜻함을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문직 자율징계를 할 수 있는 직종은 변호사 밖에 없으며, 변호사들이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법과 관련된 피해를 입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위원회를 만든 것을 보고 의료법에도 의료중앙윤리위원회가 포함돼 있는데, 제일 심한 처벌이 3년간 회원 정지를 통해 회비를 면제받는 징계보다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되어 있는 실정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도 수사권과 강제권이 없어서 자율 징계 등으로 의사들을 제제할 수 없으니 관련 권한을 요구해도 우리나라는 관료들이 처벌하고 싶어서 주지 않거나 모르는 척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비판했다.아울러 선진국은 물론 동남아 등에서도 세부 전문의 시험과 보수 교육을 비롯해 전문의 자격증 관리하는 협회·면허기구와 의사들의 이익·권리를 주장·보호하는 의사회·노조와 같은 2개의 형태로 이원화돼 운영되고 있음을 안내하며,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음을 전했다.


의료계에 자율적인 면허기구를 주면 의료사고 피해 또는 범죄를 은폐하는 것에 악용될 수 있다는 수 많은 의혹과 지적 등에 대해서도 오히려 면허기구와 같은 자율 규제 및 중계가 가능한 사회적 기구가 있어야만 의사들이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반박도 제기됐다.

안 원장은 “제가 많은 국민들에게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의료사고 발생 시 주변에 도와줄 의사가 없다면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사와 관계없는 의사들이 있는 면허기구와 같은 제3자의 기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형사처벌을 하는 나라에서는 의사가 실수했다고 이야기 자체를 못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면서 “형사처벌로 면허를 뺏길 수 있는데, 누가 실수를 고백·인정하겠냐?”고 반문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사과만 해도 누그러질 수 있는 문제를 사법 처리가 오히려 의사의 사과를 막고, 방어의료를 하게 만들며, 절대로 잘못한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시치미를 떼는 등 투명하지 못한 사회로 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면허기구를 KBO 야구위원회와 같은 선상에서 보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는 첨언도 나왔다.

안 원장은 “사법적인 처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야구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아서 야구선수 생활이 끝장이 난 사람이 꽤 있다”면서 의사들도 그렇게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안 원장은 전문의 추계와 의사 인력 추계 등의 바탕이 되는 자료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살펴보면 해외에서는 면허기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면허기구가 있어야 어느 지역에 어떤 진료과목의 의사가 필요한지 등의 기록이 쌓이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 근거로 현재 정부가 의사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면서 어떤 지역에 어떤 의사가 몇 명이 부족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을 들었다.

아울러 안 원장은 “차관이 왜 의대정원 문제를 의료계와 상의해야 되는 것이냐고 하면서 그럴 문제 아니다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는데, 이는 의사들을 굉장히 하대하는 것”이라면서 ‘검존의비’가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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