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사이에서도 강경한 입장이 터져나올 정도로 그동안 쌓인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이미 응급실의 역량과 의료전달체계 구조가 무너진 상태로, 제대로 된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묵묵히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해오던 의료계를 쑥대밭을 만들고, 113일이 지나도록 해결은 고사하고 사태만 악화시키다가 이제는 방법이 없으니 책임을 떠넘기고 발을 빼려고 눈치만 보고 있다”고 6월 13일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날 비대위는 이번 의료사태와 관련해 “책임지겠다고 했던 사람들은 끝까지 남아서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사태의 초기부터 모든 책임은 장관과 차관이 지겠다고 했으며, 책임지고 카데바도 수입하고 전세기도 띄울 예정임은 물론, 응급환자 진료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점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 의료계는 모든 것을 걸고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으니, 이 사태를 일으킨 정부와 복지부는 도망가지 말고 끝까지 본인들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현재 많은 회원들이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이야기할 정도로 많은 의사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또한, 비대위는 “맥페란 판결로 이제 진료현장에서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이 없다”고 한탄했다.
어떤 약도 안전한 약은 없다는 것으로, 아스피린도 출혈이 생기고 타이레놀도 간독성이 있으며, 소염진통제도 위궤양이 생기거나 신장이 나빠질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험과 이득을 고려해 사용하는 것이 전문가의 영역인데, 여기에 심평의학과 판결의학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과도한 사법적 판결이 진료현장에서 의사들을 몰아내고 있고, 이에 대한 해결 없이는 현장의 소생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회장은 “내과 다음으로 응급실에서 ‘맥페란’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번 판결로 ‘맥페란’을 잘못 주게 되면 금고형을 선고받아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됨으로써 응급실에서 어지러움이나 복통 등을 호소하는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열리게 됐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비대위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차질없이 운영하는 것은 의료진들이지 복지부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애초에 정부는 처음부터 응급의료체계가 문제없다는 거짓말을 해왔다면서 실제로는 평소의 절반 가까운 기능 축소로 간신히 붕괴를 막고 있었기에 이는 절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전일 발표에서도 6월 18일 차질 없이 운영되도록 한다는 것과 관련해 “그것은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지 국무총리나 복지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정부 등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면서 정부에서 무언가 하고 있는 것처럼 생색을 내는 행동에 분노가 커지고 있음을 전하는 한편,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진료 등을 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에 동의해서 그러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비대위는 “6월 18일 이후 중증환자를 제외한 응급진료가 이전처럼 제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병원 교수들의 휴진으로 배후진료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개원가의 휴진까지 시행될 경우 응급실의 과부하와 마비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대책대로 경증환자 상급병원 응급실 이용 자제 및 1·2차 병원 분산지침에 따라 상급병원 응급실에서 경증환자들을 돌려보낼 것인데, 이를 통해 많은 국민들이 정부 대책의 허황함을 체감할 것이고, 이에 따른 모든 혼란과 불편함은 정부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은 독자적으로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응급처치 이후에 최종 치료를 연계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의료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현재 병원의 최종 치료 능력이 절반 밑으로 떨어진 상태이기에 응급실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응급치료도 절반 가까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예전에는 어지간하면 다 해결이 됐던 문제들이 이제는 각 진료과의 사정에 따라 해결이 되지 않을 수 있어 이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현재 의료체계는 무너진 상태임을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현장에서 느끼는 심각성은 어마어마하다”면서 “이로 인해 요양병원 환자들부터 받아줄 곳이 없어 죽는 상황이 수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의료사태 이전에는 119 이송 환자가 30~40% 이고 걸어오는 환자가 60~70% 정도 됐던 환자 비율이 현재는 걸어오는 환자가 90%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응급실은 배후 진료 역량 감소 등으로 기능을 상실함은 물론, 119를 타고 중증 환자가 들어와도 수용할 여건이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끝으로 비대위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선도적인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뜻을 함께할 것임을 밝히는 한편, “정부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지키는 의사들의 마지막 양심과 인내를 더 이상 폄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