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간병급여화 시범사업, 요양병원 기능 정립 목적 앞선다

2024-01-04 06:34:19

2024년 7월 시작될 시범사업, 간병비 지원 대상자 폭은 크지 않아… 요양병원 기능 정립에 주 목적
정부 “요양병원 수 현재도 너무 많다… 본사업 확대 전 요양병원 장기입원 문제 등 해결돼야”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간병비 지원보다 요양병원의 기능 정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입원’으로 불리는 요양병원 장기입원 문제에 대한 강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이번 시범사업을 통한 간병비 지원 대상군은 요양병원 이용 환자의 약 5%로, 대다수 국민의 간병비 부담 경감에 대한 체감 효과는 적을 전망이다. 본인부담률 규모도 아직 미정이다.


작년 12월 21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에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이 포함돼 있다.

1단계 시범사업에서는 10개의 요양병원을 선정해 1년 6개월간 지원한다. 의료최고도와 의료고도 환자가 전체 50% 이상인 병원에만 지원하고, 이후 2027년 1월부터 본사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간병비 지원 사업이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바, 고영인 의원실 주최,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주관하는 ‘간병급여화 본사업 조기 실시를 위한 토론회’가 1월 3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은 개회사에서 “요양병원의 어려움이 크지만, 이번 시범사업은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시행하는 것으로 요양병원의 생존과는 상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남충희 회장은 “요양병원의 의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 중증 환자 위주로 입원치료하고, 경증 환자는 빠르게 집에 돌아가게 해야 한다. 2027년에 본사업에 들어가는 정부의 로드맵에만 의지하지 말고, 시범사업의 결과를 공유하고 요양병원이 노인의료의 주축이 돼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이번 시범사업은 요양병원의 생존과도 큰 관련이 있다. 이후 패널토론에서 언급된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번 시범사업의 방점은 간병비 혜택보다도 요양병원의 기능 정립에 있다.


토론에 앞서 대한요양병원협회 임선재 부회장은 ‘올바른 간병급여화로 가기 위한 첫걸음’ 발제에서 이번 시범사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협회 차원의 질의사항을 밝혔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요양병원에서는 간병인 1인당 연평균 4명의 중증환자를 담당하게 하고, 2~3교대가 가능하도록 재정을 지원한다. 간병인은 병원 직접 고용 또는 파견형태로 근무한다. 의료고도환자에게는 180일까지 간병 지원비를 제공하고, 의료최고도환자는 180일까지는 기본 제공, 이후에는 본인부담률을 매월 10%p씩 인상해 100%가 되도록 설정한다.

임선재 부회장은 “전체 요양병원 수와 병상 수, 환자 이용률 등을 곱해 계산해보면 현재 약 6~7만명의 환자가 요양병원을 이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실제 소요되는 금액은 1.2조 정도로 언론에서 발표된 10조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이에 조기 간병급여화 본사업 실시 가능성은 없는지, 재원은 어디에서 오는지 등 문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패널토론의 마지막 순서였던 보건복지부 임강섭 간호정책과장은 “요양병원에 대한 간병 지원은 단순히 요양병원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은 아니며, 의료-요양-돌봄 체계에 대한 개편, 간병의 연속성 및 서비스 질관리, 재정의 지속가능성 등을 고민해 1년간 고민하고 발표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임강섭 과장은 “요양병원의 기능 정립은 오래된 숙제고,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의료이용체계의 전반적인 틀 안에서 바라봐야 하기에 먼저 단기적인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됐고, 대상자군의 확대는 아직 섣부르다고 본다. 재원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범사업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사업이 시작되는 2027년 1월은 현정부의 임기 내이며, 요양병원 개선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간병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고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해서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생각은 없다. 180일의 지원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필요하지만, 요양병원 장기입원 문제는 해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간병 및 돌봄 수요를 해결하지 못해 가족을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경우에 병원 입장에서는 장기입원환자를 내보낼 수 없다는 지적과, 이러한 요양병원에서의 국민의 돌봄 수요가 현재 다른 부분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은 “요양병원이 국민들의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한다. 노인의료에 전문성을 갖춘 요양병원의 역할을 수행하며, 국민이 원하는 고령의료, 방문진료 등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규 기자 kyu717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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