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골막천자 행위를 불법 무면허 행위로 규정하고, 원심을 파기한 서울동부지법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
지난 2018년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의 PA 불법의료 신고센터로 서울 소재 대형병원인 A병원에서 혈액 및 종양성 질환의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침습적 검사인 골막천자를 의사가 하지 않고 간호사가 전담해 하고 있으며, 해당 행위를 할 때 의사의 입회나 지도조차 없었다는 내용의 제보가 접수됐다.
이에 본 회는 침습적 검사인 골막천자를 간호사가 하는 것은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단해 A병원 재단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이후 경찰 및 검찰 수사가 이루어졌고,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2021년 5월 13일 간호사에 의해 불법으로 이루어진 골막천자 행위에 대해 A병원 재단을 3000만원 벌금으로 약식으로 기소했다.
비록 불법 행위의 정도에 비해 당시 검찰의 구형이 약하다고 느껴졌지만, 국내 최고의 대형병원 중 1곳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서 수사기관에서 그 불법성을 인정하고 처벌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본 회는 현재 만연해 있는 불법 PA 의료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2022년 8월 11일 서울동부지법 1심 재판부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일부 외국의 경우 해당 행위를 간호사가 하고 있음 ▲국제학술지에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시행했다는 내용을 기술했으나,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음 ▲의료법 내에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하면 안 된다는 구체적인 내용 없음 ▲해당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해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한 적 없음 등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본 회도 1심 판결에서 드러난 무죄의 논리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해당 행위가 의학적 관점에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후 항소심이 진행됐고, 지난 2023년 7월 7일 서울동부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과 본 회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A병원 재단에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물론 A병원 재단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했고, 현재는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사가 간호사에게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는 있으나, 간호사에게 고도의 지식과 기술이 필요해 반드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골막천자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음을 밝혔다.
또한, 의사의 현장 입회 여부를 불문하고 이 사건 의료행위를 간호사가 직접 수행했다면 이는 진료의 보조가 아니라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간호사의 행위는 자격의 범위를 넘는 의료행위로서 의료법 제27조 제1항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부는 종양전문간호사 자격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종양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는 간호사인 자격을 인정받은 것뿐이어서 비록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이므로, 이를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또, 해외에서는 전문간호사가 골수검사를 위한 골막천자를 수행하므로 전문간호사가 이 사건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은 의료법령이나 의료체계가 상이한 해외에서의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의 최종 목적은 환자의 치료를 통해서 국민 건강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의료행위의 주체를 정할 때 상당수의 의료 행위를 의사에게 직접 시행하게 하고, 그 책임을 지게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방법이 가장 안전하고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의료행위에 대한 시행 주체를 정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하고, 의사가 시행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의료행위가 되려면 수많은 검증과 연구, 의료인 전체의 동의 및 환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의료행위, 그중에서도 침습적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와 법체계는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왔다.
그런데 만약 골막천자라는 매우 침습적인 의료행위가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된다면 골막천자에 비해 덜 침습적이지만 지금까지 의사가 하도록 규정해왔던 수 많은 의료행위들의 주체 또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A병원 간호사 골막천자 사건은 그 판결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의료인 업무 범위와 관련된 논쟁에서 중대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가 만약 의사를 제외한 직역으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무분별하게 할 수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대법원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 회는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적극 환영하며, 이번 판결을 통해서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는 어떠한 형태라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공고히 하는 법적 기준이 마련됐다고 판단한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날이 갈수록 범위가 넓어지며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지는 불법 PA 의료행위가 바로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한 것이라고 본다.
1심 판결에서의 무죄의 논리가 항소심에서 모두 반박됐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도 항소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본 회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종 판결을 확인할 것이며, 대한민국에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근절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